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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파병 둘러싸고 인터넷 좌우대립 극심
진중권씨, 진보누리 통해 네티즌 ‘파병반대’ 연대 제안
조갑제씨 '한미동맹강화', 지만원씨 '좌익과 盧 싸움붙여야'
 
심재석   기사입력  2003/09/15 [17:12]

미국의 이라크 파병요청으로 인터넷이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지난 9일 미국이 치안 유지용 전투병력 파병을 요구한 것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격렬하게 논쟁하고 있다. 개혁적, 진보적 네티즌들은 파병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보수적 네티즌들은 군대의 실전연습, 한미동맹강화 등을 이유로 파병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친노, 반노, 좌파 모두 “파병반대”

이번 2차파병 논쟁은 1차파병 당시와는 분위기가 새삼 다르다. 1차파병시에는 참여정부가 갓 출범했던 탓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던 일부 개혁적 네티즌들은 ‘현실론’을 들며 파병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정권출범초기부터 지지자들이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정부의 힘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2차 파병요구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찬반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개혁적 네티즌들은 한 목소리로 파병반대를 외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즐겨찾는 정치칼럼웹진 서프라이즈도 이번에는 파병반대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프라이즈의 논객 김찬식씨는 “(1차파병논쟁때는)참여정부 집권 초반의 외교적·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하고 노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비전투병력의 파병을 주장했었다”고 밝혔으나 2차파병은 실리도 명분도 없다며 “정부는 쓸데없는 일에 고민하지 말고 이번 태풍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영호남 지역에 즉각 전투병을 파병하여 총 대신 삽으로 국토를 원상복구 시키는 일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동프라이즈의 네티즌들도 민주당 신당논란으로 아직 여론이 확산되지는 않았으나 파병반대의 입장은 분명한 듯 보인다. 동프라이즈의 ‘참 맑은’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노무현 정부가) 울며 겨자먹기로 '유엔을 따라, 세계평화를 수호한다'는 되지도 않을 말 앞에 무릎을 꿇게 되기 쉬울 것”이라며 노대통령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면서도 “파병은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수용할 수 없다”며 파병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 진보누리에 올린 진중권씨의 글   ©진보누리홈페이지
좌파 네티즌들은 파병반대에 더욱 적극적이다. 민주노동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진보누리의 대표적인 논객 진중권씨는 “(1차)파병을 결정하며 노무현 정권이 근거로 내세웠던 것이 모두 다 현실적으로 반박이 되었다”며 1차파병을 비판했다. 그는 또한 “(노대통령 지지자들이)이런 시민사회의 기초적인 가치에 관한 문제에서마저 침묵하거나 삑사리를 낸다면, 그들이 말하는 '개혁'이라는 것은 실은 민주당 분파들 간의 기득권 쟁탈을 위한 그릇 싸움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노대통령 지지자들에게 파병반대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진씨는 파병반대를 위해 본지와 서프라이즈, 안티조선 우리모두 등 인터넷 사이트가 연대할 것을 제안했다.

보수우익세력 “파병찬성”

우익의 대표 논객인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 국제평화에 기여 ▲ 한미동맹 강화 ▲ 國益 확보 ▲ 국군의 훈련 등을 이유로 파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조씨와 더불어 한국 극우의 입을 대변하는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는 “한나라당이 잘하는 거 처음 본다”며 “한나라당이 가만히 있어도 추가파병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청와대가 파병을 결정하면 더러운 좌익들이 들고일어나 노무현을 성토를 할텐데 그 더러운 화살을 어째서 한나라당이 중간에서 끼어들어 대신 맞아줄 필요가 있는가”라며 거대야당의 직무유기를 종용해 네티즌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또, 조중동등 보수 언론사의 인터넷 라이브폴 조사도 아래와 같이 파병찬성 여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어 진보 보수간의 의견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는 매체의 성향과 독자의 의식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병찬성

파병반대

조선

72.93%

27.07%

동아

67.67%

32.33%

중앙

전투병

비전투병

16.36%

55.70%

27.02%

 

이와 반대로 개혁적 매체라고 볼 수 있는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의 라이브폴에는 파병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81%) 많아 보혁간 입장차이가 적지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이 진보, 보수간에 분명한 의견차이를 보임으로써 차후 파병논란으로 다시 한번 극심한 국론분열의 홍역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UN의 결정, 럼스펠드 방한이 변수

 

이번 파병논쟁은 UN의 입장표명에 따라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위원장 민주당 장영달 의원은 유엔 요청이 없는 파병엔 반대한다고 밝혀 일단 파병반대의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UN이 공식적으로 파병을 요청해 올 경우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일각에서는 UN조차도 미국의 강한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UN의 입장을 지켜보겠다는 것은 파병을 위한 명분 찾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동프라이즈의 아이디 ‘참 맑은’은 “(UN은)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전쟁 하나 막아서지 못한 무능한 기구”라고 UN을 비판하며 “(미국이) 유엔을 꼭두각시로 전면에 내세울 날은 머지 않아 닥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UN이 이라크파병을 공식적으로 요청해 올 경우 노대통령 지지층의 여론변화도 관심거리다. 지금까지 노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세력이 파병반대를 표명하고 있지만 UN의 공식요청이라는 변수가 생길 경우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고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10월말로 예정돼 있는 도날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방한이다. 정부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파병불가의 여론이 흐르고 있지만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참석차 방한하는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파병을 강하게 요청하면 어쩔 수 없이 파병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2차 파병여부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노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자주국방을 천명한 바 있고, 2차 파병은 1차 파병보다도 명분이 없으며, 더욱이 전투병 파병은 대한민국의 청년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파병으로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가 약소국과 강대국이라는 힘의 논리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나서서 2차 파병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향후 국회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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