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라크 파병안, 정당마다 목소리 제각각
노대통령 공론화 시사, 민주당 따로국밥, 한나라 총대안메
 
김광선   기사입력  2003/09/15 [15:55]

▲ 파병반대집회 장면     ©인터넷이미지
미국이 한국에 '이라크 추가 파병'을 요청한 사실이 밝혀지자 청와대를 비롯해 정치권이 여론에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네티즌들의 따가운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공병과 의료부대인 서희, 제마부대 파병 문제가 미국의 주도하에 결정됐고, 이라크전이 명분 없는 전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의 파병문제는 쉽사리 국민적 여론을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청와대와 정치권은 각각 '이라크 파병'이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주류 친노입장 어정쩡, 구주류 '반노' 파병 반대할 듯

우선 민주당은 미국의 추가 파병 요청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의 잔류파 의원들은 '반노' 정서와 신당파 의원들과의 대립각을 두기 위해서라도  '전투병 파병 반대'의 입장을 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신당파는 신중론과 파병반대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단지 몇몇의 신당파 의원들만이 강경하게 '파병 반대'의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김근태 의원을 비롯해 배기선 이미경 허운나 김성호 의원 등 신당파 5명의 의원들은 미국의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파병은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신당의 취지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신당과 국회 차원에서 적극 저지할 것"이라고 각을 세우고 나섰다.

하지만 신당 창당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신당파 의원들의 대부분은 아직까지 자신의 입장을 뚜렷이 내치지지 않고 신중론을 펴고 있다.
특히 신당파 의원들 가운데 천정배 의원은 파병문제에 대해 "신중히 생각할 문제”라며 김근태 의원과 이견을 보였고, 정세균 정책위의장도“서둘러 속단할 일이 아닌데 나 같았으면 조심했을 것”이라고 김근태 의원을 비롯한 5명의 의원에 대해 선을 긋기도 했다.

민주당의 신당파 의원들이 이같이 추가파병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표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신당파 한 측근은 "신당 창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마당에 신당파 의원들은 참으로 힘겨운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봉착했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두기에는 정치적으로 큰 모험을 해야하고, 그렇다고 명분없는 파병에 찬성하자니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이 눈앞에 있다"라고 현재 신당파의 애매모호한 입장을 대변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확히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내년 총선에서 친미성향의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파병반대를 주장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총대매긴 싫어, 신중론 펼쳐

지난 4월 이라크 파병에 대해 찬성했던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찬성의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단지 한나라당은 "이라크 파병문제가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라고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영선 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이라크 파병문제는) 국가중대사인 만큼 공론화를 거쳐 투명하게 결정되어야 한다"며 "우선 미국으로부터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요청이 있었는지 진솔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요청과 유엔의 입장, 정부의 방침 등을 확인하고 국민의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이 이같이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유는 올 초 건설공병 및 의료 지원단 파병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주도하는 바람에 시민단체와 여론의 따가운 공격을 받은 점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소장파와 중진의원들간에 '물갈이론'으로 내분에 휩싸여 있고, 현재 파병에 대한 국민적 여론 또한 좋지 않은 마당에 굳이 '두 팔걷고 파병찬성을 하지는 않겠다'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금까지 미국의 주도의 이라크 전쟁이 대내외적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고, 뚜렷한 명분이 없는 전쟁으로 인식되는 시점에서 무리를 해서 '총대'를 멜 필요는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노동당, 더러운 전쟁의 오물을 뒤집어 쓸수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라크 파병을 두고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데 반해, 민주노동당은 "미국의 요청은 끝도 갓도 없는 날강도적인 횡포"라고 규정 단호히 파병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노동당 이상현 대변인은 지난 14일 "'더러운 전쟁'의 오물을 뒤집어쓸 수 없다"라는 주제로 논평을 내면서 "한국 정부에 이라크 전투병을 추가로 파병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은 끝도 갓도 없는 날강도적인 횡포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상현 대변인은 "왜 우리가 대량 살상무기는커녕 침략전쟁을 위한 미국의 증거 조작만 드러난 저 '더러운 전쟁'의 오물을 뒤집어써야 한단 말인가"라고 격분하면서 "명분도, 정당성도 없음이 판명된 부도덕한 전쟁, 위험한 전쟁터에 어찌하여 한국의 젊은이들이 총알받이가 되어 사지로 내몰려야 하는가"라고 맹공격을 퍼부었다.

또 이 대변인은 "노무현 정부와 국회의 파병 결정의 근거였던 '국익'이라는 허위와 '미국에 의한 한반도 평화'라는 허구가 현실에서 증명되기까지 5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충분했다"면서 "이제 노무현 정부와 국회가 백악관 눈치를 볼 것인지, 제 나라 국민의 생명과 세계 평화를 지킬지 결단할 시간과 여지는 남아있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상현 대변인은 "단언컨대, 이라크 전투병 파병은 절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만에 하나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운운한다면 그때는 정말 수습할 수 없는 격렬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노대통령 이라크 파병 공론화

▲노 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 모습     ©YTN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문제로 인해 자칫 자신의 지지기반의 이탈이 심화 될 것을 고려해 파병요청과 규모 등을 공개하고 공론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15일 YTN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파병을 요청한 사실이 이미 알려진 만큼 언론이 불확실하게 보도하는 것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 보다, 파병 요청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따라서 조만간 청와대는 미국이 요청한 파병 규모와 미국측의 구체적 요청 내용을 국민들에게 설명한 후, 파병에 대한 여론을 수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미국이 요청한 추가 파병 규모와 관련해 언론에서는 여단급 또는 사단급에 이른다는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라크 파병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무리수를 두고 파병에 찬성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노 대통령이 또다시 명분없는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할 경우, 네티즌을 비롯해 시민단체의 거센 저항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큰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분석된다.

과연 노 대통령이 미국과의 줄다리기 속에서 '국익'과 '명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 노심(盧心)의 향방에 네티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부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9/15 [15:5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