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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건설업계 요구 단호히 물리치라
[논단] 건설업계 부당한 요구 수용하면 부동산 버블 붕괴이어져
 
이태경   기사입력  2008/03/31 [10:51]
총선이 임박한 탓인가? 건설업계가 정부에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시장 정상화 조치들을 풀라는 압력을 노골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시장 정상화 완화 요구는 가히 전방위적이라 할 만한 수준이다. 언론의 보도를 직접 확인해 보자.
 
건설업계는 26일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단, 소속 주택건설업체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서울 호텔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과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미분양아파트가 공식적으로 12만채를 넘고 비공식적으로는 20만채에 달하면서 건설업체들이 떼도산 위기에 처한 데 따라 마련된 자리였다.
 
…이들이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전매 허용.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전매제한 규제 완화를 수도권까지 확대하고, 지방은 민간 외에 공공택지지구 분양아파트도 전매제한을 전면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출규제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
 
세금규제 완화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종합부동산세의 과세대상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미분양주택의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기간을 현행 3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고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비과세기간 연장(1년→3년) △미분양주택 구입시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재개발·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용적률 규제 완화, 재건축 후분양제와 소형주택 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건설 제도,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등의 완화도 요구했다.
 
또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 7∼8% 인상과 자재값 인상분의 반영 주기도 현행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해 줄 것, 각종 연구개발(R&D) 비용 등도 건축비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2008. 3. 27자 뷰스앤뉴스 기사〉
 
위에서 살핀 것처럼, 건설업계의 요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현재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시장 정상화 조치들을 모두 후퇴시키라는 것이 될 것이다. 이 같은 건설업계의 요구에 대해 정 장관은 지방은 전매를 허용하고 수도권은 상황을 보면서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설업계의 요구는 국가가 부동산 투기를 용인하라는 의미
 
물론 건설업계의 주장처럼 현재 건설업계가 처한 어려움이 녹녹치 않은 건 사실이다. 미분양 아파트 수가 1월 말 기준 전국 12만호(이중 수도권은 1만 8천호)를 넘어서고 있는데 이는 외환위기 직후의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10만호였던 점과 비교해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따른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건설업계가 자초한 면이 크다. 건설업계는 참여정부 내내 지속된 부동산 투기 열풍에 편승해 너무나 손쉽게 폭리를 취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 시장에 투기적 가수요가 팽배해 가격 상승이 거듭되니 건설사들이 정상이윤을 훨씬 초과하는 고분양가에 분양을 해도 시장에서 전부 소화가 됐던 것이다.
 
이런 호시절이 언제까지나 갈 수는 없는 법이다. 참여정부의 투기적 가수요 억제 정책(보유세 및 양도세 현실화, 주택담보대출 관리 등)이 힘을 발휘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자 경쟁력 제고는 등한시 한 채 투기 광풍에 의존해왔던 건설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고자 건설업계는 정부에 각종 시장정상화 조치들의 후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건설업계의 요구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눈 밝은 독자라면 알아차렸겠지만 정부에 대한 건설업계의 이같은 요구는 국가가 부동산 투기를 용인하거나 권장해 자신들에게 부동산 불로소득을 보장하라는 의미로밖에는 해석할 길이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감히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을 무장해제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만약 이명박 정부가 건설업계의 요구를 전부 수용한다면 건설업계는 단기적으로 숨통이 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대내외적 어려움에 처한 국민경제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멀지 않은 장래에 실현될 부동산 버블 붕괴로 말미암아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염려스러운 것은 이렇듯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건설업계의 부당한 요구를 과연 MB가 물리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상식적으로는 MB가 이를 거절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사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잠재성장률이 4%인 상황에서 MB와 강만수 경제팀이 6%경제성장률 달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불가피할 것이고 이를 위한 최적의 그리고 어쩌면 유일한 정책수단이 건설경기 부양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불거지고 있는 대운하 건설 논란을 보면 MB와 강만수 경제팀이 부동산 투기 조장을 통해 건설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고 이를 토대로 6% 경제성장률 달성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싶다.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성장 추진은 파국을 불러    
 
주지하다시피 현재 국내외 경제여건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삼가고 내실을 기해야 한다. 섣부른 경기부양책, 그 중에서도 부동산 투기 조장 및 방임을 통한 건설경기 부양은 국민경제에 치명적인 해(害)가 될 것이다.
 
미국발 경기불황의 단초라고 할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도 따지고 보면 부동산 투기 및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 보다 부동산 버블의 정도가 2~3배 더하다는 대한민국의 정책당국자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MB와 강만수 경제팀은 이런 점들을 깊이 숙고하여 건설업계의 부당한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종부세 및 양도세의 대폭 후퇴, 주택담보대출 관리 완화, 재건축 관리의 완화 등은 절대로 수용해서는 안된다.
 
MB와 강만수 경제팀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겠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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