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초대 장관후보자들을 살펴보면 한국사회 주류(main stream)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부동산 투기, 탈세, 병역 면제, 논문 표절, 이중국적, 5공 부역 등이 장관후보자들을 관통하는 코드다. 이 중 대다수가 한국사회 주류를 관통하는 코드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한국사회의 주류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장관후보자들에게 공동체 정신이나 공익에 대한 추구는 발견할 수 없었다. 오직 사익추구만이 이들의 유일한 관심사였음이 이들의 과거 행적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대한민국 주류의 맨탈리티가 사익추구에 기반하고 있음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다. 정작 놀라운 건 이른바 ‘강.부.자’('강'남, '부'동산, '자'산자) 예비내각에 쏟아지고 있는 국민들의 질타와 분노다.
MB가 서민들의 호민관을 자임한 적이 있었나?
이명박 대통령이 걸어온 삶의 이력과 그가 지향하는 가치관, 대선후보 시절의 공약 등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힘센 사람들과 부자들의 친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기란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부터 부동산 내각에 대한 후폭풍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갔다. 이과정에서, 박은경, 남주홍, 이춘호 내정자는 자진사퇴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CBS노컷뉴스 |
아울러 결과지상주의와 시장만능주의에 경도된 이 대통령이 이런 저런 도덕적 흠결이나 부동산 불로소득의 전유(專有)를 심각하게 생각할 리 없다는 사실도 자명했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1억 달러 내각’을 구성한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인 셈이다. 예견 못할 일도 아니고 놀랄 일은 더욱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마치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데 극히 인색한 이 대통령이 벌써 3명의 장관 후보자들을 사실상 경질한 것을 보면 여론이 얼마나 사나운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과거 언행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그가 서민들의 호민관이 되겠다고 호언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아마 그런 사례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이 대통령은 기회가 날 때마다 ‘강.부.자’('강'남, '부'동산, '자'산자)를 씨줄로 하고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을 날줄로 하는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자랑스레 말하곤 했다.
‘1억 달러 내각’을 향한 국민들의 실망과 노여움이 엉뚱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누가 보기에도 힘센 사람과 부자들의 벗이 될 것이 분명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 놓고 그가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국무위원으로 발탁하는 것에 대해서는 맹렬한 반감을 드러내는 국민들(물론 이들의 대다수는 서민이다)의 이중성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리석음도 죄(罪)다 이와 같은 국민들의 이중성을 이해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MB가 대통령이 되면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거나 노무현에 대한 미움이 너무 커서 분별력을 잃어버렸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그러나 요행을 바라는 것도 어리석음이고,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감정에 이끌려 선출한 것도 어리석음이다. 그리고 어리석은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 5년간은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대다수가 자신들이 저지른 어리석음을 반성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고작 닷새가 지났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