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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사유제가 국보1호 남대문을 붕괴시켰다!
[논평] 토지문제 해결 없인 또 다른 방화범 나오게 될 수도…
 
고영근   기사입력  2008/02/12 [22:40]
“라티푼디움(latifundium: 대토지소유제)가 로마를 멸망시켰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군인이자 학자인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가 한 말이다. 플리니우스가 지금 대한민국의 남대문 화재를 보았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이 기록했을 것 같다.
 
“토지사유제가 남대문을 붕괴시켰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궤변이냐고? 대한민국의 국보 1호인 남대문이 불에 타 무너진 것은 노무현 때문도 아니고 이명박 때문도 아닌 결국 토지보상 문제 때문이라는 말이다.
 
남대문 방화범이 잡혔다는 소식과 함께 범인이 토지보상 문제 때문에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필자는 토지보상 문제로 필자가 일하는 단체에 문의를 해왔던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혹시 남대문에 불을 지른 그 방화범이 나에게 문의를 해왔던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었다.
 
토지보상 문제로 사람들이 문의를 해올 때마다 대부분의 경우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기란 불가능하다. 그들에게 아무런 해결책을 주지 못할 때는 정말 답답하기만 하다.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 중에는 가끔씩 오히려 화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도대체 나한테 뭘 어쩌라고?
 
하긴 지금 대한민국의 토지제도 아래에서 토지보상 문제를 두고 개인이 기껏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토지보상금 몇 푼 더 받아내기 위해 소위 ‘땡깡’을 부리는 것 밖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남대문에 불을 지른 방화범은 결국 토지보상금 몇 푼 더 받아내기 위해 돈으로도 살수 없는 국보 1호를 볼모로 삼아 온 국민을 대상으로 ‘땡깡’을 부린 셈이 되었다.
 
토지문제는 사회악의 가장 깊은 뿌리

 
이렇듯 토지문제는 어느새 우리사회의 여러 다양한 사회문제들 가운데 가장 뿌리 깊은 문제가 되어버렸다. 아니, 오히려 토지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모든 사회악의 뿌리라고 말하는 편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토지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번 남대문 화재뿐만 아니라 국론이 분열되면서 현재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도 결국 그 뿌리는 개발에 따른 개발이익과 토지보상 등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토지문제가 아니던가? 지난 대선도 한마디로 ‘부동산 대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동산자산보유계층과 자기 집값, 땅값을 올려주길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했고, 자기 집 한 칸 없는 서민들도 집값, 땅값을 올려놓은 노무현 정부와 여당에게 등을 돌렸던 게 바로 지난 대선이었다.
 
이번 남대문 화재에서 여실히 드러난 토지보상 문제는 현재로써는 별 다른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지금과 같은 토지사유제 아래에서는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킬 보상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토지수용이 필요한 개발을 하게 되면 대체로 주변 땅값이 오르게 된다. 이 때 토지보상금을 종전 땅값으로 쳐서 주면 수용을 당하는 지주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인근의 토지는 땅값이 다 올라서 가까운 곳에 다른 토지를 구할 수도 없고, 또 토지가 수용되지 않은 이웃의 땅값이 치솟는 걸 보면 배가 아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땅값으로 보상을 해준다면 (애꿎은 다른 국민이 그만큼의 부담을 해야 되기 때문에)정의롭지도 않고 보상비가 엄청나게 커져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할 수도 없게 된다.
 
지대조세제 도입하면 토지문제 말끔히 해결
 
이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지대조세제(또는 지대이자차액세)를 도입하는 것이다. 토지불로소득의 핵심을 이루는 지대(地代)를 사회가 철저하게 차단하고 환수한다면 부동산투기나 토지불로소득을 둘러싼 잘못된 개발과 토지보상 문제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토지를 수용하게 되면 지대세는 당연히 받지 않게 되고, 개발사업의 영향으로 지대가 오르면 지주에게 지대세를 더 받으면 그만이다. 누구도 토지를 놓고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보지 않기 때문에 토지불로소득과 토지보상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인 갈등이 사라지게 된다. 이렇듯 토지사유제 아래에서는 결코 풀리지 않는 문제가 토지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꾸면 너무나 쉽게 말끔히 해결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토지제도는 한마디로 토지불로소득을 둘러싸고 만인이 만인에 대한 투쟁을 벌이도록 만드는 구조다. 어찌 보면 이번 남대문 화재붕괴는 한반도 대운하와 함께 다시 한 번 부동산투기에 불을 질러 부동산경기부양을 하려는 이명박 당선자에게 하늘이 보내는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방화범은 국보 1호인 남대문에 불을 질렀지만, 이명박 당선자는 훨씬 더 소중한 전 국토에 더 큰 부동산투기 산불, 들불을 지르려 한다. 그렇게 되면 그때는 제2, 제3의 방화범들이 또 다시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탐욕을 불쏘시개로 한 부동산투기 불길이 온 국토에 불붙게 되면, 그때는 과연 그 불을 누가 끌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두렵기만 하다.
 
* 글쓴이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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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12 [22: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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