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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반값아파트'? 못지을 이유없다
[김영호 칼럼] 주택은 공공재,주거복지 차원에서 확고한 정책의지 있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7/10/25 [01:01]

이른바 '반값 아파트'가 추진된 경기도 군포 보곡지구에서 미달사태가 났다. 수요자의 철저한 외면은 시범사업의 실패를 의미다. 그런데 그 책임을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공방이 너무나 저급하고 치졸하다. 청와대는 정치권과 언론의 등쌀에 못 이겨 해봤더니 예견대로 실패하고 말았다는 투로 나오고 있다. 정책실패에서 자유롭다는 소리로 들린다. 한나라당의 반격 또한 말싸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어디에도 정책보완을 통해 가격인하를 꾀하겠다는 자세가 엿보이지 않는다.  
 
▲군포에 시범적으로 일명 반값아파트라 불리우는 청약이 시작되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둘러싼 책임론을 두고 공방이 치열하다.  
나라를 뒤엎을 듯한 아파트 투기가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을 앗아가자 정책대안으로 반값 아파트가 나왔다. 한나라당이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방안을 내놓았다. 건물은 분양하고 땅은 빌려줘서 매달 임대료를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은 환매조건부 주택이란 방안을 들고 나왔다. 건물과 토지를 모두 분양하지만 20년 이내에는 주택공사에 되팔도록 전매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이 실패로 끝나자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공방을 벌이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문국현 대선주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반의 반값 아파트를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74㎡(29평형)의 경우 층수에 따라 1억2,850만∼1억3,900만원이다. 84㎡(33평형)는 1억4,700만∼1억5940만원이다. 주변시세의 55% 수준이라 반값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건물 값만 친 것이다. 매달 토지임대료를 따로 내야한다. 74㎡는 37만5,000원이고 84㎡는 42만5,000원이다. 땅을 빌려쓰는 대가로 이렇게 비싼 월세를 내야 하니 임대주택이나 다름없다.  
 
환매조건부 주택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74㎡의 경우 층수에 따라 2억800만∼2억2,550만원이고 84㎡는 2억3,790만∼2억5,800만원이다. 주변시세의 90%선이라 별로 싸지도 않다. 그런데 마음대로 팔 수도 없다. 집을 샀지만 투자이득을 기대할 수 없으니 소유감도 느끼지 못한다. 돈을 조금 더 보태서 딴 아파트를 사면 언제든지 팔 수도 있고 값 오른 만큼 이득도 볼 수 있다. 반값은커녕 오히려 손해 볼 판이다.    
 
확고한 정책의지가 없으니 이 따위 사태가 일어난다. 설사 정치권이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인기전술로 발의했다고 치더라도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다. 분양가를 최대한 내리도록 노력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주택은 공공재라는 개념을 갖고 주거복지 차원에서 추진하는 실천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반값 아파트는 알려진 것처럼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처음 발의한 것이 아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후보가 '아파트 반값공급'을 공약했다. 다만 반값이란 말이 앞뒤가 바뀌어 붙었을 뿐이다. 그 때도 실현가능성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분양가 인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었다.    
 
국유지, 그린벨트, 구릉지를 개발해 택지공급가를 크게 낮춘다, 건축자재 규격화, 건축공법 기계화를 통해 건축비를 낮춘다. 조립식공법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공기를 단축한다, 주택후불제를 도입해 분양가의 일정비율을 장기분활상환토록 한다, 취득세, 등록세를 감면한다, 단지내의 기반시설을 정부부담으로 조성한다 등등이다. 이런 대안을 구체화한다면 아파트 값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런데 15년이 지나서도 헛소리 같은 책임공방이나 벌이니 한심하다. 
 
2009년부터 공급되는 송파 신도시 아파트의 분양가는 3.3㎡(1평)당 900만원대로 예정되어 있다. 이것은 주변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땅값만 싸게 공급되면 반값 아파트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대한주택공사는 집장사, 한국토지공사는 땅장사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상업적 이윤만 추구하는 공기업이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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