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이하 주택공사)가 경기도 군포시 부곡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하는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 주택 및 환매조건부 분양방식 주택의 분양가격이 당초 국민들이 기대했던 ‘반값’에 훨씬 미치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토지는 주택공사가 계속 보유하면서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 주택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정치권에서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국민들에게 선전해 더욱 잘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반값 아파트라는 용어는 부동산폭등의 광풍 속에서 집값안정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국민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에서 너도나도 ‘집값내리기 시늉’에 나서면서 탄생한 기괴한 신조어(新造語)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반값 아파트’라는 비과학적이고 비경제적인 정체불명의 용어는 일시적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달래고 현혹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싼 집에 대한 더욱 높은 열망과 기대감을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잘못도 있지만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 주택을 공급하는 주택공사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번에 부곡택지개발지구에서 시범적으로 공급하는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 주택이나 환매조건부 분양방식 주택의 경우,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 74㎡주택의 분양가는 층수에 따라 1억2850만원~1억3900만원이고, 월 토지임대료는 35만원이다. 84㎡주택의 분양가는 1억4700만원~1억5940만원이며 월 토지임대료는 42만5천원이다.
환매조건부 분양방식 주택의 경우는 74㎡주택의 분양가가 층수에 따라 2억800만원~2억2550만원이고, 84㎡주택은 2억3790만원~2억5800만원이다. 분양물량은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 주택이 389가구(74㎡ 101가구, 84㎡ 288가구), 환매조건부 분양방식 주택이 415가구(74㎡ 65가구, 84㎡ 350가구) 등 다 합쳐 804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아무리 새로운 주택공급방식의 주택을 시범적으로 실시해보는 것이라 하더라도, 분양물량이 너무 적어 그야말로 ‘생색내기’에 그칠 뿐만 아니라 분양가격도 높게 책정해 국민들의 큰 기대만큼 커다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주택공사는 국민들의 주거복지를 외면 말라 ‘반값’정도의 싼 집을 바라는 국민들의 수준 높아진(?) 기대감을 어느 정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공급방식의 주택가격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국민들은 왜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과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는데도 가격이 기존 일반분양주택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인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또한 국민들이 책정된 분양가의 내역을 알고 싶어도 정작 주택공사는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후분양제를 실시해야 집값이 잡힌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러한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에서는 주택공사가 국민들과 정치권의 요구에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하지만, 이번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방식의 주택공급을 끝내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번 시범사업에 분양이 제대로 안 되면 일반분양으로 전환하겠다는 주택공사의 입장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제대로 실행하지도 않고 안 된다며 새로운 주택공급방식을 접어버린다면 집값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토지임대-건물임대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토지임대 건물분양 방식이 새로운 주택공급 방식으로 정착하려면, 앞으로 공공이 공급하는 주택은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 방식의 특징은 주택이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소량으로 공급하면 토지임대 방식이 아닌 다른 주택에서는 엄청난 불로소득이 발생함으로 토지임대 방식이 시장에서 외면 받게 된다. 그 이유는 토지임대 방식에서는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토지임대료를 차등 부과해야 할 것이다. 중형 이상의 경우에는 시장임대료를 받고, 소형의 경우에는 주거복지 차원에서 토지수용비와 부지조성비의 이자정도를 받는 것으로 이원화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토지임대료 징수도 전세형, 월세형, 전월세혼합형으로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토지수용비용 문제도 초기에 해결할 수 있다.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에 대해 주공은 지나치게 소극적이지만 스웨덴, 핀란드, 싱가포르, 호주 등의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방식의 핵심은 더 이상 주택이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시장에 실수요자만 등장하게 하는 것이다.
보다 발전적인 토지공공임대제 논의를 기대한다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을 크게 보면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통일 (전)후 북한의 토지는 절대 사유화하면 안 된다. 그러면 북한에도 필연적으로 토지투기가 재연되어, 통일이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한에는 국유화된 토지를 시장임대료로 임대하여 임대료를 국가의 공공경비로 사용하고, 그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토지공공임대제를 적용해야 한다. 앞에서 논의한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은 토지공공임대제를 주택에 구현한 방법이다.
익히 알다시피 토지공공임대제는 토지불로소득 및 개발이익을 원천적으로 차단-환수하여 부동산투기를 제거하며, 동시에 도시계획 기능을 제고하고 정부 재정의 자기조달(self-financing)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주택공사는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의 도입을 장차 통일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게 되면 남한과 북한의 토지제도가 토지투기를 근절하는 토지공공임대제로 수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부곡택지개발지구의 ‘반값아파트’ 논란이 이처럼 발전적이고 거시적인 방향의 논의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우리 <토지정의>는 이번 ‘반값아파트’ 논란을 넘어서 토지공공임대제에 관한 좀 더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논의와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길 기대한다.
* 본 기사는 토지정의시민연대(
www.landjustice.or.kr) 공식 논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