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회(약칭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이하 시민회의)가 발족했다.
발족과 동시에 <조선일보>에서 공격했다. 진보매체인 <프레시안>에서는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오건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의 글을 실었다. ‘보험’ 문제를 두고 또다시 보수-진보 이념 전쟁이 벌이질 조짐이다.
조직기반 없는 허약한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몇 달 전부터 기획된 ‘시민회의’는 진보진영의 명망가들 중심으로 오는 7월 공식 출범 예정이다. 노조, 여성단체, 시민단체 등의 조직적 참여를 모색했지만 실패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은 물론 산별노조에서도 내부 격론 끝에 단체 참여는 ‘없는 것’으로 되었다.
‘시민회의’ 준비위원은 모두 ‘개별’ 참여다. 익명의 정치권 관계자는 “시민회의에 조직적 참여가 없다”며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보수-진보 이념적 논쟁만 가져올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수면 아래에선 진보진영 내 논란도 여전하다. 이미 노조와 진보적 단체들이 ‘불참’ 의사를 밝힌 데다 ‘시민회의’ 준비위원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한 활동가는 “‘시민회의’는 이상이, 김용익, 이진석 교수와 오건호 박사의 기획작”이라며 “이상이 교수 작품이니 ‘이름만 걸어라’는 말도 있었다”고 말했다.
준비위원에 포함된 한 인사는 “난 이런 내용(1인 평균 1만 1천원 더 내기)인 줄 몰랐다”며 “이름을 올려달라고 부탁해 올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활동가는 “준비위원들이 ‘시민회의’가 하자는 것을 제대로 아는 위원들이 몇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가 가장 많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도 논란이다. 한 관계자는 “조직 내부 토론도 없었다”며 “‘시민회의’가 나오는 것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주요 준비위원들의 보험정책 성향 논란도 있다. 이상이, 김연명 교수와 오건호 박사는 현존의 국민건강보험과 영리보험의 역할분담을 말해왔다. 영리보험사들의 영역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김용익 서울대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영리보험사 CEO를 상대로 영리보험사의 고령화 사업 진출을 주문했던 전력이 있다. 사실상 공공보험의 무력화를 꾀했던 인물이다.
이런 그들이 갑자기 ‘국민건강보험 하나로’를 통해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62%에서 90%까지 올리자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내용 부실한 반쪽짜리 정책?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는 “보험 재구성 없이는 보험료가 올라도 보험에서의 보험금 지급률은 높아질 수 없다”며 영리보험을 겨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에 대해서도 “1만 1천원으로 그들이 말한 보장성 90%까지 확대 안 된다”며 “인상될 보험료뿐만 아니라 개인 부담 의료비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프레시안>에 게재한 자신의 칼럼에서 보험료 1만 1천원 인상은 40% 인상이라며 “국민이 보험료를 왜 40%까지 올려가면서 더 부담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시민회의’가 밝힌 보장성 90%까지 올리는데 필요한 ‘12조원’도 논란이다. 보장성 62%에서 80%까지 올리는 데만 현재 규모의 20%만큼 올려야 하는데 이 20%만 해도 10조에 달한다는 게 한 활동가의 평가다.
인상되는 보험료 ‘1만 1천원’ 논란도 있다. 김 대표는 “계층에 따라 상이한 보험료를 내는 만큼 계층에 따라 설명해줘야 한다”며 “국민건강보험료의 절대 다수를 내는 계층과 기업에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말한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는 수혜 대상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김 대표는 “‘국민건강보험 환자’만 을 위한 정책”이라며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고, 국민건강보험에서 의료비를 지급하지 않는 환자가 많은데 이에 대한 검토도 없다”고 밝혔다. ‘시민회의’가 배제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폭등할 것이며 영리보험사 등 다른 보험자의 의료비 지급 대상 환자라면 국민건강보험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보험금(의료비)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치료비 이외 식대비 등은 여기에 들어있지 않아 반쪽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영리보험시장 규모도 도마에 올랐다. ‘시민회의’는 영리보험시장을 12조원이라고 말한 반면, 김 대표는 “보험사의 사업비만 24조원이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시민회의’가 통계수치조차 해석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영리(민영)보험에 대한 보험료만 연간 11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영리보험사 사업비 24조원’에 대한 설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회보험 진일보하려면 민간(영리)보험시장 겨냥해야
국민건강보험은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사회보험의 핵심이다. 한국의 사회보험이 대폭 확대되고 보편적으로 국민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어느 누구든 해야 할 일이다. 사회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 의료비 기준 보험료 부담과 보험금 지급률이다. 영리(민영)보험시장이 연간 110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 시장(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만 기준이다. 우체국과 농협보험 등을 더하면 보험시장 규모는 110조원보다 더 크다)이 국민건강보험으로 전환된다면 국민에게 ‘남는 장사’다. 국민건강보험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효과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면 국민건강보험의 구성원인 전 계층과 기업이 이득을 보는 것이다. 보험료 인상이 무조건 보험금 지급률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사회보험과 이를 둘러싼 영리보험시장에 대한 문제의 근본을 파헤쳐 바꾸는 모색이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가 말하는 보험료 인상을 통한 개혁은 그들이 말하는 ‘보편적 복지’와도 거리가 먼 ‘선택적 복지(국민건강보험 지정 환자만 지급)’만 심화할 따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적비용의 보험가입자 부담을 높이는 게 아니라 공적비용과 영리보험시장의 재구성을 통해 국민 부담을 줄여줘야 할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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