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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변함없는 ‘학교비용’
[김영호 칼럼] 교육비용을 줄이지 않고는 어떤 교육개혁도 성공하지 못해
 
김영호   기사입력  2010/03/03 [12:58]

반세기가 넘도록 사교육비 말고도 학교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거의 없다. 제도변경이 없더라도 학교행정 책임자의 관심으로도 학부모 부담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부문이 있지만 말이다. 옛날에는 교복, 체육복, 가방, 교재, 부교재 따위를 지정업자의 규격제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했다. 어리지만 왜 그러는지 알 건 다 알았다. 업자들이 학교나 교사와 짜고 뒷돈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을 세대가 중-고교에 진학하면 교복, 체육복, 가방은 물론이고 공책까지도 교표를 표시한 지정업자의 제품을 사도록 강요했다. 수업시간에 교사가 검사하고 심지어 다른 제품을 쓰는 학생에게 벌을 주기도 했다. 물론 지역과 학교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문제는 무경쟁에 의한 독점공급이기 때문에 시중가격보다 비쌌다는 점이다. 가난하던 시절이라 많은 학부모에게 재정적 부담을 적지 않게 줬고 어린 학생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 교육비용을 줄이지 않고는 어떤 교육개혁도 성공하지 못한다.     © CBS노컷뉴스
새 학기를 맞을 때마다 교복문제가 불거진다. 교복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유명상표 는 신사복, 신녀복과 맞먹을 정도이다. 어른 옷은 유행에 민감해 계절이 지나면 값이 푹 떨어진다. 성인복은 수요예측이 어려워 재고비용이 판매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 학생복은 그런 특성이 거의 없고 재료도 뒤져 당연히 값이 싸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유명상표를 선호한다는 이유로 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 더러 참다못한 학부모들이 소비자 주권 차원에서 공동구매운동을 편다. 그 이전에 학교가 나서 공개입찰을 통해 복수의 공급자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값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체육복도 마찬가지다. 

연례행사 같은 수학여행도 꼭 가야 하는지 생각할 문제다. 교통수단의 발달에 따라 개인적으로 국내외 여행의 기회가 많아졌으니 하는 말이다. 의무적으로 실시하니 벌써 갔다 온 곳을 또 가야하니 불만도 나온다. 그래서 해외로 나가다 말썽도 생긴다. 학창시절의 우의를 돈독히 하는 현장학습이 필요하더라도 학부모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의외로 값싼 국내외 여행상품이 많다. 이것은 값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공개입찰을 통해 업자를 공정하게 선정하면 값도 싸지고 뒤탈도 없다. 학생들은 왜 비싼지 잘 안다.

옛날에도 교과서 이외에 참고서나 부교재가 있었다. 교과서로는 학내시험이나 수능고사에 대비하기 어려우니 교사들이 교과서를 넘어서 가르친다. 그 내용이 참고서나 부교재에는 잘 정리되어 있으니 그것을 찾는다. 그 탓에 학교에 따라서는 보충교재 따위의 채택을 둘러싸고 잡음이 생긴다. 교과서만으로는 충실한 수업이 어렵다면 교과서가 부실하다는 뜻이다. 교과서를 참고서 수준으로 개편한다면 학부모의 추가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수십년간 그런 노력이 없는지 모르겠다. 

각급 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앨범을 산다. 첫 장에는 교사전경이 나오고 그 다음에는 교장, 교감, 일반교사들의 얼굴사진이 나온다. 뒤이어 최종학년 반별로 졸업생의 얼굴사진이 실린다. 뒷장에는 특별활동, 수학여행 따위의 단체사진 몇 장이 나온다. 편집이 지난 수십년간 판에 박은 듯이 똑 같다. 그런 앨범을 또 같은 사진관이 만든다. 뻔한 수의계약이다. 필름과 종이 인쇄물이 없어지며 미디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영상교육 차원에서 학생들이 동영상을 찍어 DVD앨범을 만들어 봄직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개혁이란 말을 들어왔다. 리베이트니 뒷돈거래니 해서 시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 이것은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공교육이 제 역할, 제 기능을 한다면 사교육이 그토록 번창하여 학부모들을 울릴 리 없다. 교육비용을 줄이지 않고는 어떤 교육개혁도 성공하지 못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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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3/03 [12: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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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심한 2010/03/08 [16:00] 수정 | 삭제
  • 애초에 한국 교육이 입시, 취업 교육이고, 학부모/학생들도 일류대학에 미쳐있는 판에, 사람다운 교육을 하라고?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바로 교육부, 공무원, 교사들인데? 그런 교육할 수도 없고, 하면 짤려나간다.칼럼 저자도 웃기는 것이, 입시, 교복, 수학 여행 자체를 없애버리면 간단하게 해결되는데, 썩어터진 이어령도 아니고 뭘 그리 잡다하게 바꾸라고 하는지.....한심스럽다
  • 한겨레 2010/03/06 [09:49] 수정 | 삭제
  • 교육부장관, 교육부공무원,선생들이 한국 교육을 망치고 있다. 사람되는 가르침,한국사람되는 배움,튼튼한 사람, 착한 사람이 되는 배움이 먼저인데 남의 말글 배우는 데 돈과 힘과 시간을 다 바치는 이 나라는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