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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KBS 사장, '언론인‘ 정연주를 생각한다
[공희준의 일망타진] 진보진영 인사라면 사회에서 누린 만큼 돌려줘야
 
공희준   기사입력  2010/02/24 [17:05]
한국일보 이영성 편집국 부국장이 칼럼을 썼다. 제목은 ‘지방선거 승패를 점쳐보면’이다. 그는 아주 완곡한 어조로 한나라당의 승리, 정확히는 압승을 조심스럽게 예견했다. 칼럼의 골자를 옮기면 이렇다.

“지금 벌어지는 현상만 보면 (6ㆍ2 지방선거는) 야당에 유리한 구도인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를 둘러싸고) 사생결단하듯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착시(錯視)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분당을 택하지 않는 한 양측 지지자들은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한나라당 안에서 맴돌게 돼 있다. (중략) 한나라당은 하고한 날 싸움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있듯 친이와 친박이 각자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명박 씨의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서 말 깨나 하고 글 깨나 쓴다는 이른바 식자들마다 현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비판하기에 바쁘다. 문제는 반MB 전선의 선봉에는 늘 박근혜가 서 있는 말도 안 되는 해괴한 구도가 고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기성 농후한 정치구도를 깨려는 움직임이 미약하다는 데 있다. 그것보다는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진보개혁 세력에서 각자 자기의 몫을 찾느라 분주하다. 제몫을 챙기려는 처절한 밥그릇 투쟁을 개혁과 진보의 몸부림으로 아름답게 포장하고자 내세우는 레퍼토리가 “이명박 나빠요, 이상 끝!”이다.

물론 이명박은 나쁘다. 그런데 방금 지적했다시피 제몫 챙기는 일에 필요한 알리바이 만들기 위해 이명박 나쁘다고 하는 부류도 결국에는 이명박과 피장파장이다. 나는 이명박과 닮은꼴 모양새가 되어버린 전형적 인물로 정연주 전 KBS 사장을 꼽고 싶다.

그는 억울하게 한국방송 사장직에서 쫓겨났다. 정연주 씨의 안타까운 사연에는 우리 모두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 허나 방송국에서 불법적으로 축출됐다는 사실이 그가 KBS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냉엄한 평가마저 뒤엎지는 못한다. 정연주 씨를 훌륭하게 띄워주는 자산이라고는 단지 그의 후임자로 한국방송을 접수한 이명박의 천박한 졸개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뿐이다.

이게 한국의 진보가 당면한 치명적 딜레마다. 지금 그들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자기들보다 질이 안 좋은 자들과의 비교우위에서만 비롯되기 때문이다. 비교우위론에 기초한 맹목적인 수출 지상주의 경제정책을 비난하는 진보진영이 정작 자신들도 비교우위를 빼면 별로 남는 게 없는 셈이다.

정연주 씨가 한겨레신문에 다시 칼럼을 싣기 시작했다. 주목할 부분은 글의 내용보다는 필자로서의 호칭이다. ‘언론인’. 언론인이란 포괄적 범주 아래서 그가 한국방송 사장이라는,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나 선망하는 높은 벼슬자리에 있었다는 화려한 이력은 절묘하게 감춰진다. 그와 함께 정연주 씨가 지난 정권서 누린 부와 권력과 명예도 슬그머니 뒤쪽으로 밀려난다.

‘부’라고 해서 좀 이상한가? 평범한 월급쟁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한국방송 사장의 연봉은 결코 작지 않은 액수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수많은 민주화 투사들이 고관대작이 되어 입신양명을 이뤘다. 하지만 입신양명의 꿈을 실현한 왕년의 민주화 엘리트들 중에서 본인의 월급이나 판공비의 일부나마 불우이웃 돕기에 썼다는 소식은 접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뚜렷하게 기억나는 감동적인 미담이라고는 삼성이 가져온 뇌물을 단호히 물리친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이야기 정도다.

정연주 씨처럼 출세하고 성공한 진보진영 인사들은 이제 그에 상응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미덕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아픈 개인사를 감안하더라도 그는 이미 충분히 출세한 축에 속한다. 스스로를 그냥 언론인이라고 분류한 다음 이명박 정권 공격하는 걸로 내 할일 다했다는 식으로 나와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KBS 사장은 언론인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높고 센 자리다. 그 높고 센 자리에 앉아본 이라면 ‘언론인’이라는 명함 대신 ‘전 한국방송 사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편이 훨씬 떳떳하고 정정당당하다. 그리고 KBS 수장으로서 현장에서 뼈저리게 경험했던 우리나라 방송계의 고질적 한계와 구조적 모순을 세상에 널리 알려야 옳다. KBS 사장은 고사하고 말단PD 한번 만나본 적이 없을 ‘양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공영방송을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이 그가 진정으로 전력투구해야 할 과제다.

사회에서 누린 만큼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진보진영의 대표선수 자격으로 성공한 이들이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올바른 자세고 사람 된 도리다. 입 싹 씻고 2MB만 죽어라 욕하는 걸로 끝난다면 정연주 씨나 이명박 씨나 나 같은 서민대중이 보기에는 둘 다 '빵꾸똥꾸' 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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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2/24 [17: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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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수철 2010/03/08 [09:27] 수정 | 삭제
  • 정연주씨가 왜 명박이와 같다는 것이지요?
    전사장이 아니고 언론인이라고 했기 때문에?
    사장하면서 큰업적이 없기에?
    진보는 돈도 명예도 가지면 안되는데 사장질을 해서?
    뭔소린지 모르겠네요.
    구체적으로 명박이와 같은점을 알려주세요
  • 경상도사 2010/02/27 [20:53] 수정 | 삭제
  • 정치하는 놈들은 전부 그놈이 그놈이다.
    그 따위 저급한 논리 때문에 무지렁이 국민들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이를 선택했지.
    무식한 국민들을 계도할 책임은 좀 더 배우고 깨우친 놈들이
    해야 하는데 그놈들은 해괴한 논리로 오히려 국민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글 나부랭이나 써서 더더욱 판단을 흐리게 만들지.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의 발상 아주 위험하다.
    앞으로 글쓰때 참고하기 바람.
  • 그래 2010/02/25 [00:28] 수정 | 삭제
  • 자칭진보 노정권잔당들은 이 글을 보고 "그럼 진보진영 사람들은 호강한 번 누리지 못한단 말이냐"고 볼멘 소리를 할 터이다.
    그렇다 자칭 진보들은 절대로 한나라당 무리들처럼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왜냐구 진보를 내세우고 표를 얻은 공약이 그랬기 때문이다.
    긴축되고 깨끗한 처신 그 자체가 자신이 내세우고 이룩한 정치적자산이기 때문에
    아예 대놓고 해먹자고 덤비는 한나라당 무리들과 분명 달라야한다.
    그 무리들의 정치적자산은 내가 먼저 해먹고 너도 쪼금 흘려줄께이다.
    그 홀림에 대중들이 표를 던진 것이니 그들이 해먹는 것과 자칭진보들이 해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테면 목사가 도둑질하는 것과 전문가 도둑이
    도둑질하는 것과 같은 차이이다. 한날당처럼 안할 것처럼 표를 얻고서는
    우리한테만 지랄이냐고 되레 역정내는 것은 한마디로 언어도단이다.
  • 얼라 2010/02/24 [19:26] 수정 | 삭제
  • 졍연주같은 인간을 진보진영으로 분류할 수 밖에 없는
    이나라의 가치관 기준이 서글퍼 집니다.

    정연주는 진보진영이 아니고 위선자 노무현의 푸들이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