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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권력의 시녀' 되는데도 방송들은…"
언론광장, '이명박 정부와 언론'토론회 개최…개혁언론의 대응방안 논의
 
이석주   기사입력  2008/02/28 [12:40]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이른바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그간 법안 통과를 강하게 규탄해온 언론계의 반발이 정점을 향해가고 있다.
 
29일 방통위 공식 출범에 맞춰,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 마저 방통위 위원장으로 확정 발표될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공중파 방송사들과 유력 언론들의 대응은 언론계의 우려를 높이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27일 열린 토론회에서 "방송과 언론이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투항해 버렸다"며 "검토와 비판 프로그램 조차 제작하지 않은 것은 지상파 구성원들이 방송 독립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 마저 없었던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언론광장은 27일 토론회를 열고, 이른바 미디어 위기 상황에서 개혁언론들의 역할과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자보

"각 방송사들, 방통위 설치에 따른 폐해 뻔히 알고 있었지만…"
 
미디어 환경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키 위해 지난2004년 설립된 언론광장(대표 김중배)은 이날 저녁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이명박 정부와 언론'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 이른바 '미디어 위기' 상황에 대한 개혁언론들의 역할과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먼저 방통위 설치법의 국회통과와 관련, "언론인들이 투쟁의 과정에서 얻은 유일한 성과는 권력으로 부터의 독립을 제도적으로 완성해낸 방송위원회였다. 하지만 그런 투쟁의 성과물은 이제 권력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개탄했다.
 
양 사무총장은 특히 이런 상황을 맞게된 주요 원인으로 방송위 위원들과 사무처 직원들의 소극적 투항,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공중파 방송사들의 대응, 정세분석과 관련한 시민사회단체의 혼선 등을 들었다.
 
즉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에 따라, 독립성을 잃은 언론이 권력의 '시녀'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임에도 방송 언론과 시민단체, 관련기관 관계자들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을 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양 사무총장은 '영향력 있는' 각 방송사들을 겨냥, "방송사 내부 인사들은 (방통위 설치에 따른 폐해를) 뻔히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침묵하거나, 단신 보도에 그쳤다"며 "방송의 종속이 눈앞에 왔음에도 어느 한사람 말하지 않고 넘어갔다. 황당할 정도"라고 일침을 가했다.
 
양 사무총장은 방송위원회 구성원들의 소극적 투항에 대해서도 "적어도 권력으로 부터의 독립을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전락하는 조직의 위상에 대해 아파하고 투쟁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명박 정부에게 대통령 직속기구로의 전락을 아주 쉽게 자진 헌상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시민사회단체가 정세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싸움 방식을 채택해야 하는데, 정세분석에서 부터 투쟁 방식 전반에 걸친 미숙함이 드러난 사안이었다"며 "결국 그것이 방송독립에 종지부를 찍고, 정치권력 창출로 전락하는 위기를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프레임 뛰어넘는 개혁언론들의 새로운 모색 필요"
 
한편 미디어비평가 백병규 씨는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보수진영의 분열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들의 붕괴를 연관시켜, 이명박 정부의 향후 5년 간 개혁언론이 나아가야할 과제와 방향 등을 설명했다.
 
즉 보수진영의 분열이 대선 이후에도 지속되고, 여기에 조중동 마저도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 명확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신문들과 인터넷 언론 등의 개혁언론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유연한 상상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 야만 이명박 정부 동안 '투쟁을 위한 투쟁'이 아닌, 방송과 언론의 독립성을 되찾기 위해 실질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방송구조 개편을 통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백 씨는 "우리사회가 보수 프레임에 갖혀있는 상황에서도 개혁언론은 주요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점이 있다. 보수언론의 담론을 넘어서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데 실패한 것이 주요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백 씨는 보수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언론의 지속적인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개혁언론과 기자들은 현장에 대한 밀도있는 탐사를 통해 인간의 췌취가 묻어있는 접근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큰 틀에서의 대안적 비전 모색 못지않게,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사람들의 '공감'과 '공명'을 길어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런 것들로 부터 새로운 모색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역사적 활동 자산으로 활용해야 위기 이길 수 있을 것"
 
토론자로 나선 한국PD연합회 양승동 회장도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따른 일련의 위기상황에 대해 "국가기관 방송법에는 독소조항이 많다"며 "새 정부는 이런 것들을 밀어부친 후, KBS를 고립시키고 결국 MBC를 민영화 시킬 것이다. 결국 국가가 방송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양 회장은 방송과 언론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런 진단속에서, 공중파 방송 및 대안언론들은 방통법 통과를 막지 못했다. 이에 대한 배경과 이유를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향후 이들 언론의 적극적 대응 방안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양 회장은 "방송 언론이 거대담론은 얘기했지만, 현장의 언어로 쉽게 다가가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따른 독립성 훼손을) 공론화 시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양 회장은 "단체장으로서, 혹은 연합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본격적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일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방송인들의 인식을 확산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어렵겠지만, 지난 20년 간의 역사적 활동을 자산으로 활용하고 반성한다면, 이 국면을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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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28 [12: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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