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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때문에 적금까지 깼는데, 퇴학이라니…"
고대, 출교에서 퇴학으로 기존입장 변경…출교생들, 천막농성 재돌입
 
이석주   기사입력  2008/02/14 [17:51]
올 3월 학교로의 복학이 예상됐던 고려대 출교생들이 또다른 '암초'를 만나 복학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이르렀다. 고대 측이 "학교로 복학시키겠다"던 당초 약속과 달리, 지난12일 자체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들에 대한 징계를 '퇴학'으로 잠정 결론 내렸기 때문.
 
일단 학교 측은 학생들이 '교수 감금'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달 30일 법원의 '학교 복학' 결정 이후 "판결을 따르겠다"고 공언한 이기수 신임 총장은 '괘씸죄'에 따른 퇴학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고대, 상벌위원회 열어 기존 입장 뒤집어
 
이와 관련, 출교생들은 이날 부터 교내 본관 앞에 천막을 재설치하고 학교측의 퇴학 조치에 항의하는 의미로 재농성에 돌입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30일 법원이 출교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직후, 650일 간 이어져온 농성을 접고 천막을 철거한 바 있다.
 
▲고려대 출교생들 및 학부모들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측의 퇴학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 고려대 출교생 제공

이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기수 신임 총장은 그동안 '출교생들을 3월에 복학 시키겠다'고 공언해왔지만, 결국 이런 복학 약속은 천막 철거를 위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기수 총장은 법원 판결에 승복하고, 복학 약속을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고려대 측은 13일 "어제(12일) 열린 학교상벌위원회에서 출교생들을 퇴학시키기로 잠정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확정된 결정은 아니지만, 학교 측은 교수들과 관계자들의 내부 조율을 거친 뒤 다음주 정도에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퇴학은 학생에게 있어 '사망선고'와 다름 없는 출교 조치에 비해 재입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낮은 징계지만, 당장 3월 부터 시작되는 새학기 뿐 아니라 출교생들이 재입학을 위한 절차를 밟지 않고서는 복학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교문 밖으로 내몬 것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퇴학 결정은 3월 복학에 대한 희망을 무참히 짓밟는 결정이다. 사실상 우리를 두 번 출교시키는 것"이라며 "'죽은 자식이 살아 돌아왔다'고 기뻐하시던 부모님들 가슴에도 다시 한 번 대못을 박은 것"이라고 학교 측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학교, 애초부터 복학시킬 생각 없었어"
 
문제는 법원 판결 이후 이기수 신임 총장이 보여왔던 발언 등이 이번 퇴학 결정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총장은 그간 학생들의 학교 복학을 공공연히 약속해왔다. 또한 법원 결정에 대해선 언론을 통해 "3월에 복학 시키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출교생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천막을 철거하는 자리에 찾아온 이기수 총장이 학생들에게 "이제 모든 문제를 내가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복학해서 너희들의 꿈을 마음껏 펼쳐라"고 당부의 메시지 까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수 총장은 지난달 30일 출교생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학교로의 복귀를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고려대 출교생 제공

게다가 고려대는 법원 판결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이에 불복하며 항소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결국 출교생들은 이같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고려대 재단이 애초부터 법원 판결에 따를 의사가 전혀 없었으며, 복학에 대한 의지가 전무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30일 출교생들이 낸 '출교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출교 처분의 효력을 중지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때문에 지난2006년 4월 이후 650여일 간 지속돼온 출교사태는 학생들의 새학기 복학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다.
 
이들은 "고려대 재단은 이건희를 비호하기 위해 우리를 출교시키더니, 이제는 법을 멋대로 무시하는 정신마저 배웠다"며 "법대 교수가 총장으로 있는 대학이 초법과 탈법을 저지르는 것은 스스로 교육 기관의 자격이 없다고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우리는 그동안 학교의 보건대 차별 정책과 사실상 일부 보직 교수들의 농성 유도로 촉발된 의도치 않은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피력, 억울함을 주장해왔지만 철저히 무시 당했다"며 "학교가 도덕, 윤리, 질서를 앞세워 우리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출교 철회 투쟁을 하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오늘부터 천막 농성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수단을 통해 강의실로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 '묻지마'식 사과 요구만 반복하며 퇴학 처분을 내린 학교 당국의 아집과 권위주의 앞에서, 더욱 강하게 싸워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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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14 [17: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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