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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왈, "노동운동 도덕성을 잃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누구 덕분에 대통령이 되었는가?
 
참세상뉴스   기사입력  2003/06/23 [17:50]

▲*노 대통령은 조흥은행과 철도의 파업을 두고 노동운동의 도덕성을 거론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철도노동자 결의대회     ©철도노조
몇일 전 전철 속에서 저지른 나의 '도덕성을 잃은 행동'을 고백하려고 한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더니 젊은애들이고 중년신사고 가릴 것 없이 울긋불긋한 스포츠신문들을 읽느라 열중인 모습이다. 하루의 피로를 달래는 것이겠거니 하면서도, "돈벌이를 겸한 독점자본의 우민화 정책이 정말 위력적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지난 메이데이에 거리로 몰려나온 아바나 시민들을 향해서 했다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의 연설 한 토막이 뜬금없이 머리를 스쳤다. "우리 쿠바의 대중매체는 교육을 하지, 퇴폐적인 소비문화를 숭배하거나 찬양하지 않습니다."

둘러보니 내 오른 편에 앉은 손님은 조금은 진지한 신문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기사 제목들이라도 훔쳐볼 양으로 슬그머니 눈길을 돌렸다. (남의 신문을 훔쳐보다니, 이 얼마나 '도덕성을 잃은 행동'인가!) 그런데, 그 신문엔 왠 도덕성 타령! '사설'의 제목이 "'노동운동 도덕성 잃었다'"였다. 제호를 보니 어느 '경제신문'이다. 재벌을 위시한 독점자본의 이익을 파렴치하게 대변하는 '경제지'가 "노동운동의 도덕성" 타령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 하기야 그렇게 파렴치하니까 "노동운동 도덕성 잃었다" 운운하고 나서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과 철도노조의 파업 결의에 자극받아 노무현 대통령 각하께서 내뱉으신 말씀이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쨌든지 간에 조금은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를 한다고 해서 그야말로 '사실상' 노동자/민중의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이 되신 양반이 정말 죽지 못해 생존권 투쟁에 나서고 있는 노동자들에 발끈해 "도덕성을 잃었다"고 낙인을 찍다니!

통칭 'IMF 사태'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서 금융노동자의 3분의 1 이상이 목이 달아났는데, 그러한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 뻔한 '민영화'를 보면서 찍소리 하지 않고 구구로 입 다물고 있는 것이 도덕성이란 말인가? 아니면, 민영 중의 경영 파탄 때문에 국영화된 기업과 은행을 "민영화만이 효율성" 운운하면서 독점자본에 헐값에 팔아넘기는 것이 도덕성이란 말인가?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부족하여 금년 상반기에만도 20명 가까운 노동자가 죽어나간 곳이 철도인데, '경쟁력' 운운하면서 사실상 다시 또 구조조정을 예정하는 철도기본법의 입법을 보면서 죽은 듯 입 다물고 있는 것이 도덕성이란 말인가? 아니면, 노정간의 합의를 뒤집고 그러한 비수를 숨긴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도덕성이란 말인가?

그러나 노동자 동지들이여, "노동운동 도덕성을 잃었다"는 허튼소리에 너무 크게 괘념하진 말자. "도덕성을 잃는다"는 '상실'의 전제는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는 '소유'여서, 앞으로도 되풀이될 그 허튼소리는 노동자.민중(만)이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逆說的)으로 역설(力說)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실제로 어제오늘 할 것 없이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놈이라는 일본어-편집자 주)"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들고 있는 온갖 뇌물, 독직, 부패 스캔들은 사실상 모두 '세종로 1번지'를 위시하여 이 사회 지배계급의 도덕성 높은 나리? 마님들에게서 나는 악취가 아닌가?

* 본기사는 참세상뉴스(http://cast.jinbo.net/news/)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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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6/23 [17: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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