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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이 된 방송계 인사, 누가 책임질 것인가
[언론시평]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사검증시스템 작동해야
 
양문석   기사입력  2006/09/28 [15:53]
이런 적은 없었다. 이토록 방송계 인사가 개판인 적이 없었다. 수구언론이 비판하는 내용에 상당부분 동의할 수밖에 없는 판을 만든 자들은 정말 심각하게 이 사태를 되돌아보아야 하고 반성해야 한다.
 
방송위원회 주동황 상임위원이 도중 사퇴했다. 이상희 방송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한 후 두 번째 사건이다. KBS 이사 중 이수근씨는 방송위의 추천 받은 이후 곧 사퇴했고, MBC의 지배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방송위로부터 선임된 김기도씨도 도중 사퇴했다. 또한 EBS이사로 선임된 노향기씨도 이후 ‘언론중재위’ 부위원장에서 취임함으로써 EBS 이사를 사퇴했다.
 
EBS 사장으로 선임된 구관서씨의 경우 1학기 차이로 박사와 석사학위를 홍익대와 서울대에서 취득, 석사학위논문과 박사학위논문이 거의 유사하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출근저지투쟁을 벌써 열흘을 넘기고 있다. 심지어 옛날 직제로 보면 부장 국장급인 팀장 41명 전원이 보직사퇴를 통해서 ‘사장 불복종 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하나씩 책임소재를 따져 보자. 왜 이런 인사가 등장했는지 이런 인사를 단행한 주체는 누구인지 뭐가 문제인지. 먼저 방송위원회 위원장은 장관급이며 상임위원은 차관급이다. 이들은 정부에서 월급을 주는 사람들이다. 방송위원장은 상임위원 5명이 선출하는데, 이제까지의 관행은 청와대 추천인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이상희 상임위원은 청와대가 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추천한 사람이고 결국 위원장으로 선임된다.
 
한데 우리 나이 80에 가까운 방송위원장 감을 추천하면서 건강상태마저 체크하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사실이었고,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도중하차했다. 그리고 주동황 상임위원은, 보도에 따르면, 땅 매입 위장전입 의혹을 취재하고 있다는 소문에 의해 사임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사임한 KBS이사는 한나라당이 추천한 전육 방송위 상임방송위원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전육위원이 중앙일보 편집국장 시절 정치부장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됨으로써 도중 사임했다. 안기부X파일에 등장하는 전 중앙일보사장 홍석현씨와 현 삼성전략기획실 사장 이학수씨의 대화내용에 이들이 함께 등장했다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문제제기가 있은 뒤의 일이다. 또한 사임한 김기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전두환 군부독재시절의 부역 문제를 MBC노동조합이 비판하면서 사임한 경우다.
 
이들을 누가 선임했는가? 방송위원회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그리고 한나라당이 추천한,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일부 인사들이 끼여 있는 방송위원회가 선임한 KBS와 MBC의 이사가 결국 중도 사퇴한 꼴이 됐다. 그리고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전혀 언급하지 않는, 그래서 더욱 더 교육방송 EBS구성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서를 만들어내는 EBS 구관서 사장선임자 또한 이들이 임명했다.
 
어찌 할 것인가? 그 동안 노무현정권이 등장한 이후 한국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고, 그 중 하나가 더 이상 로비 등이 통하지 않는 상대적으로 아주 투명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사영역이다.
 
코드인사는 비판의 영역이 아니다. 정권차원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정권과 같은 국정운영과 방향을 가진 자들이 국정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 정권뿐만 아니라 수구세력의 제2모국인 미국에서도 자연스런 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반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사검증시스템이 작동된 연후에 임명되어야 한다는 점인데, 그 동안 참여정부의 주요 인사들 중 상당수가 부동산비리 등 재산축적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로 인해 도중하차해 왔다. 마찬가지로 성희롱 뇌물수수 등으로 끊임없이 여론의 도마 위에서 놀고 있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 방송계인사, 한국의 여론과 문화의 다원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송계 인사 선임은 다른 어떤 자리보다 신중하게 해야 할 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렇게 구리고 급한지 최소한의 절차조차 밟지 않음으로 인해 그 의도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이들의 눈에 방송사는 정권창출의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제발 방송은 방송이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마시라. 제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방송사가 될 수 있도록 방송사 인사를 제대로 할지어다. 번데기까지 다 잡아먹으려다 황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는 인사였으면...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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