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독립운동가 헐버트 선생의 뜻을 살리겠다는 청년들
[주장] 헐버트 박사의 한글사랑 뜻을 본받아 우리 말글 보호하자!
 
리대로   기사입력  2013/08/10 [02:45]
오는 8월 12일 11시 서울 양화진외국인 선교사 묘원 안 백주년기념관에서 (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회장 김동진)는 헐버트 박사 64주년 추모식을 한다. 이번 추모식에는 기념사업회 산하에 헐버트 박사의 독립운동과 한글사랑정신을 이어서 널리 펴는 운동을 할 ‘헐버트청년모임(회장 전범선)’ 발족식도 할 예정이어서 매우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미국인 헐버트는 1886년 대한제국 때 우리나라에서 처음 세운 서양식 교육기관인 ‘육영공원’ 교사로 이 땅에 와서 1890년에 세계에서 가장 처음 한글로 만든 세계사회지리 교과서인 ‘사민필지’를 내고, 세계에 영문으로 한글 우수성을 알렸으며 일본 침략에 맛서 고종을 도와 헤이그밀사 파견을 도왔고 나라를 일본에 빼앗긴 뒤에도 미국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한 고마운 분이다. 그리고 1949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려고 한국에 왔다가 운명하여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혔고 정부에서는 외국인으로서 최초로 1950년에 건국공로훈장을 추서했다. 한편 올해 원호처는 “7월의 독립운동가”로 뽑아 그 정신과 업적을 기렸다.

그런데 오는 8월 12일 64주년 추모식 때 영어를 잘하는 국내외 젊은이들이 헐버트 선생의 나라사랑, 한글사랑 정신을 이어가려고 청년모임 발대식을 하고 “헐버트 박사의 한글사랑 뜻을 본받아 우리 말글 보호하자!”는 대국민 호소문을 낸다고 한다. 참으로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이들은 발족 선언문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이 범람하고, 특히 영어와 한국어를 터무니없이 합성한 국적 없는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이에 헐버트 박사가 한민족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칭송한 한글과 우리말 이 생명력을 잃어가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우리 청년회원 일동은 한국의 언어식민지화를 막고 아름다운 우리 말글을 지키기 위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1896년에 헐버트 선생이 주시경, 서재필 선생과 함께 독립신문을 만들고 한글을 지키고 빛내려고 함께 애쓴 정신과 업적을 이어받아 우리 말글과 나라를 지키고 빛내자고 주시경 선생이 살던 집터 근처인 광화문 도림공원에 이 나라에서 처음으로 두 분을 기리는 조형물을 두 평도 안 되는 땅에 만들기로 하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 근처 주민이 반대한다고 이 지역 출신 시의원과 종로구청까지 나서서 이 사업을 중단시켰다.

1890년 헐버트 박사는 순 한글로 쓴 교과서 ‘사민필지’에서 “중국 글자로는 모든 사람이 빨리 알 수도 없고 널리 볼 수도 없는데 조선 언문은 본국의 글일 뿐더러 선비와 백성과 남녀가 널리 보고 알기 쉽다. 슬프다! 조선 언문이 중국 글자에 비하여 크게 요긴하건만 사람들이 요긴한 줄도 알지 못하고 업신여기니 어찌 안타깝지 아니하리오.” 라고 했는데 오늘 나도 헐버트박사와 주시경 선생님께 부끄럽고 슬프고 죄송한 마음에 가슴이 아프다.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문]
 
헐버트 박사의 한글사랑 뜻을 본받아 우리 말글 보호하자!

헐버트 박사는 1890년 ‘사민필지’ 서문에서 당시 조선의 현실을 이렇게 개탄했습니다.

“중국 글자로는 모든 사람이 빨리 알 수도 없고 널리 볼 수도 없는데 조선 언문은 본국의 글일 뿐더러 선비와 백성과 남녀가 널리 보고 알기 쉽다. 슬프다! 조선 언문이 중국 글자에 비하여 크게 요긴하건만 사람들이 요긴한 줄도 알지 못하고 업신여기니 어찌 안타깝지 아니하리오.”

수세기 동안 내려오던 조선의 반 한글문화를 제3자의 입장에서 통렬하게 비판한 것입니다 . 헐버트 박사는 또한 1892년 발표한 ‘The Korean Alphabet II (한글 II)’라는 논문에서 “문자사에서 한글보다 더 간단하게, 더 과학적으로 발명된 문자는 없다”라고 쓸 만큼 한글의 실용성과 우수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 후 1894년 국문 칙령과 1896년 독립신문이 나오는 데는 헐버트 박사의 이러한 한글 예찬론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주시경 선생과 함께 한글 에 띄어쓰기와 점찍기 등을 도입하고 한글 자강운동을 이끈 헐버트 박사의 노력은 우리가 깊이 되새기고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서울시가 한글마루지 사업의 일환으로 주시경 선생과 헐버트 박사의 기념공간을 건립하기로 한 것은 참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말글 생활의 현주소를 돌아보면, 곧 세워질 두 분의 기념공간 앞에 서기가 부끄럽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120년 전 헐버트 박사가 개탄했던 반 한글문화가 새로운 형태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한글을 업신여기고 한자를 숭상하던 사대주의적 태도가 맹목적 영어 숭배주의로 부활하고 있는 것입니다. “힐링, 스타트업, 멘토, 인큐 베이팅”이 “치유, 창업, 스승, 육성”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간판과 아파트 주소는 국적과 의미도 알 수 없는 단어들로 넘쳐납니다. 심지어 정부기관의 안내책자나 공문서도 우리말 대신 영어를 로마자 그대로 표기하는 일 이 다반사입니다. 이러한 반한글 문화를 부채질하는 일등공신은 바로 방송과 언론, 공공기관, 그리고 지식인들의 무분별한 영어 남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말기, 대한제국 시대에 한자와 일본어에 밀려 제 빛을 발하지 못한 한글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헐버트 박사. 그러한 헐버트 박사가 오늘날 자신의 모국어인 영어를 받들고 한글을 업신여기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반한글적 영어숭배주의는 우리나라의 언어 식민지화를 부추기며,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대다수의 국민을 기본적 알권리조차 박탈당한 이등 시민으로 전락시킵니다.

헐버트 박사의 독립정신과 한글 사랑을 본받아 몸소 실천하고자 하는 우리 헐버트청년모임 일동은 이러한 사회 풍토를 개선하여 아름다운 우리 말글을 지켜나갈 것 을 결의합니다.

이에 헐버트청년모임 일동은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가) 정부기관, 공기업 등 공공기관 명칭은 한글 표기를 원칙으로 하고 로마자 표기를 하더라도 한글로 병기할 것을 요구합니다.

나) 정부기관, 공기업 등 공공기관은 공문서나 각종 홍보물에서 국립국어원이 인정한 외래어 이외의 외국어 사용을 삼가야 합니다.

다) 언론기관은 기사, 대본작성과 출판에 있어서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멈추고 왜곡된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라) 전 국민에게 호소합니다. 우리 말글을 보호할 수 있는 궁극적 주체는 시민사회입니다. 아름답고 실용적인 우리 말글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일상에서부터 우리 말글 보호 운동을 시작할 것을 제안합니다.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사용을 강력히 주창했던 헐버트 박사의 정신을 본받아 소중한 우리 말글을 지켜냅시다!

2013년 8월 12일
 
(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헐버트청년모임 대표 전범선 외 회원 일동 
 
▲ 주시경. 헐버트 조형물 공사를 시작한 7월 10일 경 공사 중 울타리가 있는 모습(위 찍그림).     © 리대로
 
▲ 며칠 뒤에 주민이 반대해서 공사가 중단되게고 모두 철거된 8월 5일 모습(아래 찍그림)이다.     © 리대로


▲ 7월 15일 경 주시경, 헐버트 기념 조형물 공사가 시작되어 울타리를 친 모습     ©리대로
▲    주위 부녀회장이 반대해서 공사가 중단되고 울타리가 철거된 8월 5일 모습  © 리대로
▲     © 리대로
  
▲ 63주기 추모식 때 학생이 그린 헐버트 선생 초상화를 김동진회장에게 증정하는 모습     © 리대로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3/08/10 [02:4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