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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헌납 '청계재단' 논란, 결국 MB 재단?
뒤늦은 공식화, 이사진 대부분 'MB측근'…야권·누리꾼, '투명성' 의혹제기
 
이석주   기사입력  2009/07/06 [16:46]
지난 17대 대선 이후 20여 개월 간 논란이 지속됐던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헌납' 문제가 331억 여원의 재산을 통해 청소년 장학 재단을 설립하는 것으로 모양새가 갖춰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기부 방법과 절차 등을 논의키 위해 지난 3월 발족한 '재단법인 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송정호)는 "4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331억4천2백만 원을 청소년 장학사업에 사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6일 오전 공식 발표했다.
 
다음달 초순 경 마무리 될 예정인 재단법인은 이 대통령의 아호에 따라 '청계'(淸溪)란 명칭으로 확정됐으며, 기부금은 향후 청소년들의 장학금과 복지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라는 게 설립추진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12명으로 구성된 재단임원들이 이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와 정권 출범 직후 논란을 일으킨 뒤 자진사퇴한 청와대 수석, 심지어 이 대통령의 사위 등으로 구성되면서 재산헌납에 따른 순수성과 재단의 투명성이 보장될 수 있느냐는 성토가 제기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은 6일 서울 논현동 자택을 제외한 331억원의 재산으로 청소년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 청와대 (자료사진)

■ '고소영', '강부자' 인사 대거 포진…MB 큰 사위도 이사진에 포함
 
이 대통령은 이날 '재단법인 청계의 설립에 즈음하여'란 제목의 글을 통해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재산 기부가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정착에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저를 도와주신 분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분들이었다"며 "그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의 하나가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서 제 재산을 의미롭게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재산환원의 이유를 밝혔다.
 
송정호 위원장 역시 이날 발표문에서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돈이 없어서 공부를 포기하거나 가난을 대물림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론과 마음에서 나온 행위"라며 "우리 사회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과 실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장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기부하는 재산은 서울 서초동 소재 영포빌딩을 포함한 총 6건의 건물과 토지이며, 한국감정원이 감정 평가한 금액(395억 원)과 예금(8,100만 원)에서 임대보증금 등 해당 부동산에 연계된 채무를 뺀 나머지 금액이다.
 
특히 이사진 대부분이 이 대통령의 대학동기와 고향친구, 사위, 측근 등 지인들로 구성되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계 재단의 이사진은 설립추진위원장인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게 됐으며, 이사는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김도연 울산대 총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문애란 퍼블리시스웰콤 대표,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유장희 이화여대 교수, △이상주 변호사, △이왕재 서울대 교수, △이재후 변호사
 
재단 감사 역시 김창대 세일이엔씨 대표와 주정중 삼정 컨설팅 회장이 맡을 예정이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에 따르면, 이들 모두 이 대통령이 직접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재단법인 설립추진위원장을 맡게 된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이명박 대통령 취임준비위 자문위원을 지낸 바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고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이자 이 대통령과 절친한 친구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큰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이 대통령의 대선후보 당시 정책자문단에 포함됐던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역시 '청계재단' 이사진에 합류했다.
 
무엇보다 '대운하 전도사'로 불리며 현 정권 초대 대통령 실장을 역임한 류우익 현 서울대 교수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맡은 뒤 부동산 투기와 논문표절 의혹 등으로 사퇴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 역시 이사진에 포함됐다.
 
앞서 류 전 실장은 지난해 2월 말 서울대를 방문해 대운하를 반대하는 교수 모임을 향해 '압력성' 비난 발언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으며, 결국 촛불정국 과정에서 청와대 인적쇄신안 발표에 따라 자리를 물러난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강부자' 정권으로 인식되는데 한 몫을 담당했던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은 당시 부동산 투기와 논문조작 의혹 등으로 지난해 4월 자진 낙마했다.
 
■ 이동관 대변인, 논란 의식한 듯 "이 대통령 사위, 기부문화에 관심 있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청계재단' 설립 발표로 20개월 간 논란이 지속됐던 '재산 환원' 여부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셈이지만, 재단의 투명성 및 순수성과 관련해선 향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 지난해 2월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후 박미석 교수(좌측)를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으로 임명했다.     ©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가 들어간 것은 재단에 법조인이 필요하고, 본인도 나눔과 기부 문화 확산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 기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박미석 전 수석 등과 관련해선 "좋지 않은 일에 얽혀 중도에 그만뒀지만 박 전 수석은 사회여성정책 전문가"라고 말하는 한편, "김도연 전 장관은 인품도 훌륭하고 훌륭한 학자"라고 문제될 게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아가 "최고 지도자 재임 중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세계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라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개인철학의 영향도 있었다"고 전했다.
 
■ 민노 "진정성 있는 기부 되려면…", 진보신당 "서민들 고통 아직 광범위해"
 
하지만 야권에선 이 대통령의 뒤늦은 '재산 환원'에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재단의 투명성과 관련해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재단관계자들의 대다수가 친이명박계 인사들로 이루어져 운영의 투명성과 호가호위가 우려스럽다"며 "앞으로 장학재단운영은 당초 국민에게 약속한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길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2007년 12월에 재산기부를 약속한 이후 1년 반 만에 실행계획이 세워진 셈이다. 늦게나마 환영한다"며 "앞으로 설립자를 비롯하여 이사진들이 얼마나 투명하고 깨끗하게 장학재단을 운영할 지 지켜볼 일"이라고 논평했다.
 
특히 우 대변인은 "331억원과는 비교도 안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국가예산을, 서민을 위해 쓰라고 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여는 것만이 오늘의 기부가 진정성 있는 기부가 되지 않겠나"라고 촉구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재산헌납만으로는 풀 수 없는 서민들의 사회경제적 고통이 아직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며 "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자감세 철회, 서민복지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누리꾼들, 곱지않은 시선…"이 대통령 사유재산 될 가능성 높아"
 
일부 누리꾼들도 이 대통령의 순수성과 재단의 진행방향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측근들을 대거 포진함으로써, 사실상 이 대통령의 사유재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백두대간'은 이사진이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구성된 것과 관련, "재단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바로 고소영 강부자 부류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수긍하고 믿을만한 제3의 단체를 선정해야 한다. 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쨘놀랬지요'는 "재단설립은 형식적으로는 기부가 맞지만, 실질적으로 기부라고 말할 수 없다"며 "이제 우리가 볼 것은 재산관리를 누가 하는지와 재단으로 넘겨진 재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누가 누리는지를 면밀히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일부 누리꾼들은 이 대통령의 재산환원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 다음

'활빈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기부 형식이 장학재단 이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에 수많은 장학재단이 있다"며 "차라리 용산참사 유족들과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 에게 기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이같은 의혹제기에 대해 "정당하게 모아온 대통령의 소중한 재산이 우리 사회를 위해 보람 있게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순수한 기부마저 정치공세 수단으로 악용해온 세력들도 자숙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조 대변인은 "대통령의 약속 실천은 서민 출신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말라는 '따뜻한 희망과 용기의 손길'"이라며 "진정으로 서민의 아픔을 향한 대통령의 순수한 마음의 실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대통령 재산의 사회 환원으로 우리 사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확산되길 기대한다"며 "지도층도 최소한의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뒤늦게 나마 재산헌납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그 첫 단추로 '청소년 장학재단'의 설립을 공식화 했으나, 재단 운영의 투명성과 향후 이어질 이사진들의 행보와 관련해선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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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7/06 [16: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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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계산 2009/07/07 [11:11]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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