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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연예인들, 연예계 먹이사슬의 소모품"
여성단체·정치권 '장자연파문' 본질지적…前매니저 "KBS에 문건 전달안해"
 
이석주   기사입력  2009/03/18 [14:46]
故 장자연 씨 자살 이후 연예계 성상납 의혹의 열쇠가 될 '장자연 리스트'가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여성단체가 18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본질을 꼬집는 동시, 경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성상납과 술접대로 대표되는 연예계 '검은 그림자'를 놓고 리스트 속 인사들에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여성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획사 간 불합리한 계약, 일부 언론의 '카더라'식 보도가 사태 파문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 여성단체 "여성 연예인, 연예계 먹이사슬에서 매장될 수 있는 소모품 지위"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의 여성단체들은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또 다른 죽음을 만들지 않으려면, 수사당국이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파문의 본질을 지적, "여자 연예인들은 재능을 발휘하고 싶어도 성상납 제의를 받는 등 족쇄가 되어, 점차 고립되고 있다"며 "끊임없이 몸을 고쳐 외모지상주의에 부합해도 그것이 도리어 비난의 화살이 되는 상황이 실체적 진실"이라고 꼬집었다.
 
▲ 여성단체들은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장자연 파문과 관련한 경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 CBS노컷뉴스

나아가 "여자연예인의 재능과 능력, 존재감 자체가 성적인 어필을 배제하고서는 구성되지 않고 있다"며 "연예계 종사자에 대한 이중적인 차별의 시선은 이들이 주변인, 동료,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매우 취약한 협박과 폭력의 대상이 되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자 연예인과 기획사 간 불합리한 계약 등을 거론, "그간 여자 연예인 성상납 관행에 대한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매번 '카더라' 통신으로만 남아왔다"며 "개인 연예인은 연예계 먹이사슬에서 매장될 수 있는 소모품 지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BMW를 타고 다니던 사람이 뭐가 부족해 그랬겠느냐'고 말한 기획사 대표를 향해서도 "당신은 무엇이 부족하여 노예계약을 했느냐"며 "'다른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음모'라는 등의 말은 함량미달의 변명"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함께 "수사당국은 여자 연예인을 성상납하고 죽게 해왔던 그 동안의 관행과 권력사슬을 명확하게 파악해서 차근차근 하나씩 끝까지 수사해나가야 한다"며 "과정에서 밝혀지는 사실들은 낱낱이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고 장자연 씨와 연관돼 있는 '관련자'들의 '제보'를 촉구 "성상납 사슬에 얽혀있는 당사자들을 알고 있는 주변인들은 그들에게 재차 따져 묻고 탄원했으면 좋겠다"며 "그들의 경험을 위로하고, 용기 있는 연대를 할 수 있도록 도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심상정 "실체, 명명백백히 규명돼야", 민노 "자살 아닌, 타살"
 
▲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     ©대자보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도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확대운영위를 통해 "선진일류국가를 지향하는 이 나라에 노예계약이 횡행하고, 술접대, 성상납 강요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를 절망스럽게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심 공동대표는 "여성을 착취하고 약탈하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먹이사슬안의 포식자가 되어 있다는 사실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이미지와 평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성 연예인들의 착취 시스템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심 공동대표는 '장자연 리스트'에 언론계 인사가 오르내리고 있는 것과 관련, "우리 사회의 지배층이 관련된 이번 사건이 조직적 은폐와 왜곡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며 "배후와 배경, 착취 구조의 실체가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문제는 한 연예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여성의 운명과 처지에 관련된 문제이자, 우리 사회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라며 "여배우들을 죽음으로 모는 특별한, 추악한 우울증의 실체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故 장자연씨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명백한 타살"이라며 "그에게 폭행과 술자리 강요, 접대 강요가 있지 않았다면 과연 그가 자살을 택했을까? 꿈을 이루기 위해 인간의 권리를 박탈당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 前 매니저 "부당함 맞서 싸우려다 죽어, KBS에 문건 전달한 적 없어"

 
한편 고 장자연 씨의 전 매니저이자 문건 소유자로 알려진 '호야 엔터테인먼트' 유장호 대표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故 장자연은 부당함에 싸우려다 죽은 것"이라며 "그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해 리스트 상 의혹이 사실임을 시사했다.
 
▲ 장자연의 전 매니저 유장호 씨는 기자회견에서 "고 장자연씨에게 문건 작성을 강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 CBS노컷뉴스

유 대표는 특히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를 처음 밝힌 KBS와 관련, "KBS를 비롯한 타 언론사에 고인이 남긴 문건을 전달한 적도 없다"며 "문건은 경찰 조사대로 유가족과 고 장자연 지인과 내가 보는 앞에서 모두 태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장자연의 소속사 김모 대표에 대해서도 "김 씨는 자신과 내가 4건의 소송을 진행중이라 말하는데, 나는 대한민국 그 누구와 법정 소송이 진행된 것은 단 한건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다만 "우리 소속 배우가 김 씨의 출연료 미지급으로 인해 횡령죄로 고소한 바 있고 김씨가 맞고소한 것은 있다"며 "김 씨 주장에 대해 명명백백 밝히고 싶지만 경찰 조사 중이기에 내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을 향해서도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추측성 보도를 안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고 장자연 죽음에 관련해서 모든 진실이 경찰 조사 결과로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 생각하고, 이 생각은 이 자리에서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장자연 씨와 유족들을 향해서도 "유가족이 나를 오해하는 것에는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아프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맹세코 나는 고인의 명예를 더럽힐 만한 행동을 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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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3/18 [14: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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