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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려야할 사람은 이대통령 아닌 국민들"
이명박 대통령 가락동 상인 방문에 누리꾼 냉담, '악어의 눈물말라' 혹평
 
이석주   기사입력  2008/12/04 [12:01]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예고없이 방문, 상인들과의 '깜짝' 만남을 갖고 "농민들이 많이 어려운데, 눈물이 난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오전 5시 30분 부터 약 1시간 가량 머물며 자영업자와 상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서민들의 '상징'인 새벽시장을 찾아 연말의 민생경제를 직접 챙기고 경제위기에 따른 상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위한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 어찌보면, 초겨울 한파속 대통령의 시장방문에 응원의 박수를 건넬 법도 하지만, 누리꾼들의 비판적 목소리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냉담함이 어느정도 인가를 가늠케할 정도.
 
"이 대통령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 서민탐방 TV쇼 벌이나"
 
이 대통령은 이날 방문에서 시장상인들과의 '진솔한' 대화에 중점을 뒀다. '힘들다'는 상인의 하소연에 자신의 20년 된 목도리를 직접 건네주는가 하면, 현장에서 할머니가 판매하는 농산물을 자진해서 구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 상인이 '장사가 너무 안돼 못먹고 살 정도'라고 말하자, "배춧값이 많이 떨어졌다. 어떨 때는 너무 많이 올라서 소비자들이 어렵고 이번에는 생산자들이 어렵다. 농민들이 너무 어렵다"고 위로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새벽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 등 참모들과 함께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깜짝 방문했다.     © 청와대

또다른 상인에겐 "하루 수입이 얼마 되느냐"며 "대통령에게 연락하는 방문을 알려줄 테니, 하다하다 어려워지면 언제든 나한테 연락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그러나 지난 10개월 간 이 대통령의 행보 등을 거론하며 강도높은 질타를 가하고 나섰다. 이른바 '강부자' 논란을 시작으로, 최근의 경제위기 속 정부의 '독선' 까지를 놓고 본다면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에 '진실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눈물이 난다'는 이 대통령 발언을 거론) "저걸 보고 악어의 눈물이라고 한다. 부자들에게 종부세 퍼주고, 공공세와 간접세를 인상하는 대통령이...부자들 주머니만 실컷 채워주고 있다" (레이지)
 
"대통령 취임 이후에 한 일과 전혀 다른 언행을 시장가서 하는 구나. 가증스럽다. 지금까지 부자들 세금깍아주고 복지 예산 삭감해 놓고 이제는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gilamonster)
 
"눈물을 흘려야할 사람은 이 대통령이 아닌, 국민들이다. 지금 내가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이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지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눈물이 난다" (님은먼곳에)
 
"복지예산을 무차별로 삭감할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상인들을 위한다니. 웬 새벽부터 반짝쇼를 하나. 이러다가 국무위원 끌고가서 기우제 지낸다는말도 나오겠다. 말보다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라" (올리브)
 
"악어의 눈물이다. 잘사는 상위층들은 '강부자' 정책을 보고 박수를 치지만, 못사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서민탐방 TV쇼에나 박수를 칠 것이다. 개탄스럽다" (highway)
 
"기도? 크리스찬인 내가 봐도 부끄러울 정도, 말로만 동정표 얻으려 하지 말라"
 
이밖에도 누리꾼들은 절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명박 '장로'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나섰다. 이날 이 대통령이 상인들과의 대화 도중 '기도'라는 말이 무심코 나왔기 때문.
 
이 대통령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하소연한 할머니를 거론, "할머니가 '대통령이 잘되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겠다'고 하는데 눈물이 난다"며 "그 사람을 위해 내가 기도를 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기도를 하다니"라고 안타가운 심정을 드러냈다.
 
"크리스찬인 내가 정말 부끄러울 정도다. 기도를 해야 함은 마땅하지만, 정책을 만들고 국민을 보살펴야 할 대통령이 서민들과 정 반대의 노선을 걸으면서 말로만 동정표를 얻으려고 하면 쓰나.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 (비니힐)
 
"제발 기도하지 말아 달라. 하나님도 당신이 기도를 하면 오히려 노하셔서 대한민국에 더 큰 재앙을 내리실까 두렵다. 기도는 국민들이 할 테니, 제발 더 이상 사고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달라" (액션가면)
 
"성룡의 4000억 기부를 보고 뭔가 느끼는게 없느냐. 실천이 없는 기도는 죽은 기도나 마찬가지다. 경제살리기 부터 우선하라" (세영맘)
 
"온 국민이 기도하자. 제발 강부자 정권이 물러나도록 빨리 기도하자. 서민들은 경제위기 속 칼바람을 맞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서민들 위한답시고, '기도' 운운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잘 판단하라" (jeter4me)
 
농협에 대한 대대적 사정 예고, MB "농민들 다 죽어가는데, 농협은..."
 
한편 이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농협의 이권다툼과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이 농협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을 강하게 질타했다. 향후 농협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 사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는 대목.
 
▲     © 청와대

이 대통령은 "농민들이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은 농민을 위하지 않고, 정치를 한다고 하면서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며 "농협이 정치를 하니까 안된다. 금융업을 하고 있는 농협은 이익을 농민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농협이 금융으로 번 돈을 농민들에게 돌려줘 농민들이 (농기계를) 갖고 있을 때보다 임대 값을 훨씬 싸게 해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럼 걱정할 것도 없고 빚도 안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민들에게 농기계를 빌려주면 (농협이) 조금 손해봐도 된다"면서 "매년 농협 회장들이 전부 그냥 엉뚱한 짓을 해서 사고 치고 그래선 안된다. 농민들에게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일부 누리꾼들은 "농협을 운운하기 전에 이 나라 경제부터 살릴 생각을 해야 한다" (뭉치), "이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감동적인 쇼 잘 봤습니다. 이제 민생을 보여 주세요" (백수폐인) 라고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지금은 이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이 아닌, 하나로 뭉칠때"
 
하지만 'miyuki'는 무조건적인 비판을 경계하듯,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니까 조금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다"며 "잘 해보려고 해도 안되는 심정에 무척 답답할 것이다. 나중엔 더 큰일 이루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날이오면'도 "하나로 뭉칠때다. 욕하기엔 시간과 양심이 너무 부끄럽지 않느냐"며 "어려움을 해결 할 수 있게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너무 이기주의 아니냐. '대통령 하야'하라고 고사라도 지낼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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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2/04 [12:0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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