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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한중일 한자통일 합의는 엉터리
[논단] 조선일보는 이제라도 진실을 보도하고 한자 섬기기 그만해야
 
이대로   기사입력  2007/11/13 [22:43]
조선일보의 대담한 왜곡보도
 
조선일보는 지난 11월 3일치 신문에 “한·중·일·대만 “한자(漢字) 통일” 이란 제목으로 “한자(漢字) 문화권에 속하는 한국·중국·일본·대만 4개국의 학자들이 자형(字形·글자의 모양)을 통일한 5000~6000자(字)의 상용한자 표준자(標準字)를 만들어 가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신문에 수석 논설위원이 만물상 논단에서 ‘한자통일’이란 제목으로 “ 1991년 한·중·일·대만 학자들이 저마다 다른 자형(字形)을 지닌 네 나라의 공통 상용한자를 제정하자며 국제한자회의를 출범시켰다. 그간 별 소득이 없더니 지난주 베이징 회의에서 정자(正字) 중심으로 표준자 5000~6000자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간체자 체제가 흔들릴까봐 몸을 사리던 중국이 ‘간체자와 번체자의 화평(和平) 공존’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면서 우리가 쓰는 옛 한자로 통일하기로 한 거처럼 선전했다.
 
그러나 11월 11일치 동아일보와 서울신문, 문화일보 들과 연합뉴스는 “중국 교육부는 한자통일에 관해서 합의한 일이 없다.”면서, 중국 교육부 언어문자응용관리소 야오시솽(姚姬雙) 소장은 10일 징화스바오(京華時報)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표준 글자는 간체자이며 국가가 통용하는 언어와 문자에 관한 법규정이 쉽게 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지방 유력지 ‘난팡르바오’(南方日報)는 6일 “한자통일? 가소롭다.” 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자 통일을 주도한 한국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남방일보는 또 이 회의를 주도한 한국에 대해 “지난 몇 년간 일부 한국인들은 단오절, 중의학 등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며 “한국은 극단적인 문화자폐에 빠져 모든 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 왜곡보도 따라한 중앙일보의 망신
 
조선일보는 중국 교육부가 그 학술회의를 주최하고 합의한 거처럼 교묘하게 보도했다. 그런데 내일신문이 11월 12일 보도한 참석자 확인 기사를 보면 “다음 회의 장소와 날짜만 합의했지, 한,중, 일 한자통일을 합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그 보도를 쓴 기자는 회의를 할 때 다른 곳이라도 구경 갔었단 말인가? 아니면 일부러 국민을 속이려고 그런 엉터리 기사를 썼단 말인가? 여기다가 중앙일보는 조선일보 보도가 진짜인 줄 알고 이 일에 정부가 나서라고 논설까지 썼으니 소가 웃을 일이다.
 
조선일보는 “ 이번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이대순(李大淳·국제한자진흥협의회 회장), 이응백(李應百·서울대 명예교수), 강신항(姜信沆·성균관대 명예교수), 진태하(陳泰夏·인제대 석좌교수), 김언종(金彦鍾·고려대 교수) ▲중국측 황더콴(黃德寬·안후이대 총장), 쑤페이청(蘇培成·베이징대 교수), 리다쑤이(李大遂·〃) ▲일본측 사토 고에쓰(佐藤貢悅·쓰쿠바대 교수), 기요하라 준페이(淸原淳平·협화협회 사무이사) ▲대만측 쉬쉐런(許學仁·중국문자학회 이사장)씨 등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위 명단을 보면 어디에도 중국 교육부 관계자가 이번 한자통일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또 중국 교육부 관계자가 이번 조선일보 보도를 분명한 오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조선일보는 분명히 거짓보도를 한 거 같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그 오보에 대한 해명 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나는 11월 5일 처음 인터넷신문에서 조선일보가 한자통일에 합의했다고 보도한 것을 보며 무엇인가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이 오랫동안 써온 자기 글자인 한자를 버릴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간체자를 만들어서 문맹을 줄인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를 톡톡하게 보고 있다. 그런데 다시 복잡한 번체자를 쓰고 배운다면 그 옛 한자를 배우느라 다른 공부를 제대로 못하고, 국력이 낭비되어 국가 발전이 느려지고 후퇴할 것이다. 그건 혹시 중국이 빨리 발전하는 게 배가 아픈 나라의 사람이 번체자를 쓰게 할 지 몰라도 중국 스스로 자신들에게 피해가 되는 옛 길로 되돌아갈 리가 없다. 지금도 문맹이 많은 편인데 그렇게 되면 문맹이 더 많게 되고 국민을 괴롭히는 일인데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중국 정부가 하겠는가.
 
▲새로 짓는 중국 절강성 봉화시에 있는 개구관광지 안내소의 한글 알림글.     © 이대로
 
실제로 내가 가르치는 중국 대학생들에게 간체자로 바꾸어 많이 쓰는 번체자인 書,飯,電,廳,樂 들 글자를 읽게 해보니 1학년 학생은 읽지도 쓰지도 못하고, 3학년 학생은 읽고 뜻은 아는데 쓰지를 못했다. 어째서 1학년 학생은 하나도 모르는가 했더니 학교에서 번체자를 가르치지도 않고 써본 일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3학년 학생은 한국어과이기에 사전을 찾으며 알게 되었고 또 한국에서 쓰기 때문에 그 글자를 배우고 시험도 보게 되어 알게 되었다고 했다. 50년 전부터 번체자는 가르치지도 않고 쓰지 않아서 한국어과 아닌 학생들과 일반 젊은이들은 번체자는 아예 알지도 못하고 쓰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번체자를 배우고 쓰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으니 머리를 도리질하며 필요도 없으며 바보짓이라고 했다.
 
한국의 국어학자와 조선일보는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헛일에 헛돈 쓰지 말라!
 
그렇다면 왜 한국의 국어학자와 조선일보가 옛 한자 섬기기에 목을 맬까? 내 생각에는 일류대학 교수란 이들이 한자를 좀 알고 중국말을 제대로 몰라서 중국 사람을 만났을 때 필담이라도 해보려고 하나 할 수가 없어 답답해서 그러든가, 한자 바람을 계속 일으켜서 한자검정시험으로 계속 돈을 많이 벌자는 속셈이 아닌가 짐작된다. 어쩌면 자신들이 아는 게 한자가 가장 중요한 앎인데 그게 쓸모가 없으면 존재가치가 떨어지는 거로 생각하든가, 한자 공부를 하면 중국 사람과 무역을 할 때도 요긴하게 쓴다고 선전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으니 체면이 서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내가 10여 년 전 여름방학에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 베이징에 자유여행을 갔을 때인데 한자를 잘 아는 노인들은 더운 날씨에 물 한모금도 사먹지 못하는데 한자를 모르는 대학생은 물도 사먹고 얼음과자도 사먹는 것을 봤다. 더 웃기는 것은 그 어른들은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가면서 대학생에게 “한자도 모르면서 어떻게 중국에서 자유여행을 하려느냐?”고 답답해하더니 여행 첫날 천안문 광장에서 시원한 우유를 사먹고 싶어도 글도 말도 안 통하니 어쩌지 못하다고 그 학생이 중국 회화 책을 잠깐 보고서 “쩌거 뚜어 샤오 치엔”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우유를 사주니 감탄까지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는 10명밖에 안 되는 사람이 중국 동포 안내원에 45인승 버스를 대절하는 데 수백만 원을 들여서 관광하고 있었다.

세종학당 설립을 위한 대한민국 국립국어원과 중국 소흥 월수외대와의 업무협정에 서명하고 악수하는 앞줄 노세걸 부원장과 최용기 부장     ©이대로
 
이제 수백, 수천 년 전에 쓰던 옛 한자를 고집할 게 아니라 중국말을 배우고, 중국인들에겐 우리말을 가르칠 때이다. 그리고 중국과 함께 어울려 사이좋게 지낼 때이다. 지금 한자만 쓰던 중국의 여기저기에 한글 간판이 늘고 있다.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인이 늘고 있고 그들에게 한국말을 열심히 가르치는 한국인이 있다는 걸 기억하시면 좋겠다.
 
동양 한자통일은 1991년에 한자 혼용파가 국어연구원장을 할 때 나라 돈으로 그 일을 시작해서 많은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체면도 많이 손상되었다. 이제 한국의 국어학자나 언론은 괜히 되지 않을 옛 한자를 고집해서 우리 국민은 말할 거 없고 중국 학생들까지 고생시키지 말라. 그 돈과 노력을 중국 땅에 한국말과 한글 보급에 힘써주기 부탁한다.
 
지금 우리는 한자통일에 돈과 시간과 노력을 바칠 때가 아니다. 우리 국민과 나라를 위해 그보다 더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 많다. 옛 한자통일은 흘러간 물을 되돌리는 격이고 지는 해를 붙드는 일과 같다. 중국인은 지금 간체자가 편리하고 간체자는 그들의 글자다. 괜히 옛 한자나 중의학이 우리 것이라고 고집해서 국제 망신, 국제 말썽이 되게 하지 말라. 그들은 그들의 글자인 간체자를 쓰게 하고, 우리는 우리 글자인 한글을 쓰면 된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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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13 [22: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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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물 2007/11/14 [14:53] 수정 | 삭제
  • 구세대들은 한자를 고집하고
    신세대- 자칭외국물 먹었다는 지식인들은 영어를 고집하고

    중간에 끼인 일반 국민은 한자도 서툴고 영어도 서툴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한글 간판은 별로 없다
    그 한글도 무슨 말인지 모를 꼬부랑 말을 한글로만 그려 노았다

    그런거야 일반 개인의 기호라 하겠지만
    정부 자신이 자기의 기관명칭을 아예 외국어로 변경 하는 짓거리도 예사로 하고 있다
    캬비야스 나 엠병신은 처음 생길때 부터 이지만 요즘 새로 생긴 메트로 나 케텍스 코렉스 같은 곳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한글은 계속 천덕구러기로 전락하여 가는 중이다
    몇년후에는 한글폐지론이 나올거다
    심심챦게 영어 공용어론이 등장하는데 아마 그때부터는 한글이나 우리말은 챙피스러워서도 쓰지를 아니 할거다

    동북공정으로 역사는 중국이 가져가고 문화는 미국에 헌납하고
    탈세는 미덕이 되어 대통령도 되는 자격증이 되고 --- 고---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