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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사장, 내 딸 가슴에 못박지 마라”
KTX 여승무원 어머니들 “직접고용의 꿈 이룰 때까지 함께 할 것” 다짐
 
박철홍   기사입력  2007/01/24 [23:08]
 “최근 들어 이철 사장의 사회적 대화 제의 발언, 이상수 장관의 ‘KTX승무원 직접고용 검토 발언’에 이어 다시 이철 사장의 ‘직접고용 불가 방침’ 발언 등 마치 탁구공처럼 왔다갔다 하는 일련의 발언들로 느껴져 너무나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픕니다.”
 

KTX 승무원들의 어머니들이 나섰다. 어머니들은  24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30여일이 넘도록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딸들의 투쟁에 대한 심정을 이같이 토로했다. 

어머니들은 공동으로 이철 사장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철도공사는 우리 딸들을 처음 채용할 때 ‘채용 1년 후 철도공사 직원으로 해주고, 정년을 보장해주겠다’고 말했던 약속을 지키라”면서 “우리 딸들이 의료보험과 카드가 안되는 신용불량자와 같은 상황 때문에 지금 무국적자처럼 생활하고 있고, 더 이상 찬 바닥에서 병들어가지 않도록 하루속히 KTX문제가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 2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 2층 회의실에서 KTX 승무원의 어머니들이 철도공사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 대자보

이어 어머니들은 “철도공사는 인권위, 기획예산처 등 각 기관에서 KTX문제에 대한 시정권고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로 엇박자를 놓고 있느냐”며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을 입사시킬 때 한 약속을 지키고, 이철 사장이 이러한 약속을 지킬 때까지 어머니들은 끝까지 승무원들과 함께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속초, 대구 등 전국에서 상경한 10명의 승무원 어머니들은 승무원인 딸들이 직접고용의 꿈을 이룰 때 까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며 승무원들을 격려하고 위로했다.
 
어머니들은 “철도공사에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딸들이 그동안 철도공사의 거짓주장과 부당함으로 인해 억울함을 겪었다”며 한동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승무원들도 어머니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눈물을 흘렸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승무원의 한 어머니는 “만일 이철 사장에게도 KTX승무원과 같은 딸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철 사장은 더 이상 우리 딸들을 고생시키지 말고 빨리 승무원들이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KTX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 여승무원이 아버지 이원덕 씨의 글을 읽어내려가자 여승무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대자보 

KTX여승무원의 아버지인 이원덕 씨는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이철 철도공사 사장에게 전하는 글을 보내왔다.
 
그는 “철도공사에서 홍익회로, 홍익회에서 위탁도급사원으로 게다가 KTX관광레저로 내몰리는 우리의 딸들을 보았을 때 남몰래 수없는 눈물도 흘렸다”며 “따스한 봄볕의 꽁꽁 얼어붙었던 아름다운 조국강산을 녹이듯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전 KTX여승무원들이 명예롭게 복직이 될 수 있도록 이철 사장은 관계부처 장관 혹은 그 이상의 분들과 협의해 좋은 결과를 내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전했다.
 
▲ 이철 사장에게 공개토론회를 역설한 KTX열차승무지부 민세원 지부장     © 대자보
민세원 전국철도노동조합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몸도 아프며 힘든 여건에서도 힘든 여건에서도 승무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주는 어머니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철 사장은 최근 들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방적으로 내뱉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 승무원들과 대화와 소통을 위해서라도 공개토론회 제안에 당당히 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KTX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은 “승무원의 어머니와 가족들이 KTX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들어보고, 이를 이철 사장과 우리사회에 직접 전달하고자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조은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KTX문제에서 밀리면 비정규직 전체가 무너진다는 일각의 정치적 논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철도공사는 내부 직원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3.4%가 공사의 경영합리화 노력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또 철도공사가 KTX승무서비스 등 공사 업무를 계열사에 위탁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경영합리화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정책’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순경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지난해 기획예산처의 경영평가와 국가청렴위원회의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 철도공사는 최하위에 머물렀다”며 “철도공사에 대한 낮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의 내부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정치적 홍보용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조은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 대자보
지난해 6월 철도공사 이사회에서는 본인은 물론 배우자의 조부모 사망시에도 기본급의 100%에 이르는 금액인 평균200만원을 사망위로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사외이사들은 놀라움을 표시한 바 있다. 
 
지난해 철도공사는 93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전년도 대비해 적자 폭은 54.2% 늘어났고, 부채 규모도 7조 4891억원에 이른다. 이쯤이면 거의 부실 기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2005년 기획예산처의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에서 꼴지를 기록해 단 한푼의 성과급도 못받은 이철 사장의 방만한 경영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경영악화로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철도공사가 직원들에게 조위금을 지나칠 정도로 지급한 것에는 공기업의 모럴해저드 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KTX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은 최근 자체 연구 조사 발표에서 승무원들을 외주위탁화하는 것보다 철도공사에 직접고용하면 1년에 16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철도공사의 승무업무 외주화로 인해 KTX승무원들과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된데 이어 결국 길거리로 내몰렸다. 
 
그동안 철도공사는 힘없는 승무원들의 직접고용 요구를 모르쇠로 일관하며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구조 속에 놓이도록 방치시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공사 직원들에게 경조비를 여유있게 지급하는 도덕적 해이를 드러냄에 따라 철도공사의 방만한 경영실태는 더욱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 기자회견을 마친 뒤 KTX승무원이 어머니와 안으며 서로 위로해 주고 있다.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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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24 [23: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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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이반 2007/01/25 [16:38] 수정 | 삭제
  • 철도청의 대국민 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