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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이상수, 언론호도 말고 공개토론 하자”
민세원 KTX지부장, ‘이철 사장과 이상수 장관 발언은 문제회피용’ 비판
 
박철홍   기사입력  2007/01/20 [02:52]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KTX승무원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풀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방송사들을 통해 철도공사의 KTX여승무원 직접고용 방안 모색을 통해  KTX문제 해결의 단초를 열겠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KTX 여승무원 직접 고용 문제와 관련해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철 사장은 이상수 장관이 KTX 여승무원 문제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고 오해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이 장관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KTX여승무원들은 여성노동네트워크와 함께 19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로 사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철도공사는 더 이상 성차별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회피하지 말고 KTX 승무원을 직접고용하라”고 촉구했다. 

▲KTX여승무원들과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여성노동네트워크와 함께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사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박철홍

민세원 전국철도노동조합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승무원들도 기대를 많이 안했지만 이철 사장의 발언은 그동안 승무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고, 향후 이철 사장 퇴진운동을 더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라며 “작년에 감사원을 시작으로 인권위 등 각 정부기관 등은 승무원 직접고용이 옳다며 시정할 것을 권고했지만 철도공사는 이를 묵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 지부장은 “새해들어 이상수 장관의 발언에 이어서 이철 사장의 발언이 대서특필되어 크게 다뤄지는 것 자체는 1년 가까이 투쟁해오고 있는 승무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 지부장은 “이철 사장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와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자꾸 KTX문제를 말하고 있는데 그렇게 밝힐 이야기가 많다면 왜 공개토론회 제안을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철 사장은 일방적으로 언론보도를 이용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할말 있으면 공개적인 자리에 나와 대화를 통해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날 촛불문화제에서 승무원들은 이철 사장의 ‘직접고용 불가’ 발언은 KTX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는 일말의 희망마저 꺽어버리는 것이라며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인권위의 성차별 개설 권고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이 달 18일부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UN 여성차별철폐협약 선택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서 그동안 인권위의 권고와 국내법에서 해결되지 못했던 KTX 승무원 문제는 UN 여성차별위원회에 진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날 촛불문화제에는 서울역에서 농성중인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참여했고, 류금신 노동가수의 노래 공연에 이어 KTX 승무지부 조합원들과 여성노동네트워크 회원들의 다양한율동 공연 등이 펼쳐졌다. 

▲KTX 승무지부 조합원들과 여성노동네트워크 회원들이 다양한 율동 공연 등을 펼치고 있다.   © 박철홍

촛불문화제를 마무리하면서 승무원들은 한목소리로 철도공사는 더 이상 성차별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회피하지 말고, KTX 승무원을 직접고용 함으로써 공기업으로서의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수 장관의 직접고용 검토 발언과 관련 <대자보>는 노동부 실무부서 취재결과, 관련 실무자들은 이 장관 발언의 진정성과 진의를 모르고 있는 상황임을 확인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상수 장관이 관련부처와의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실효성 없는 즉흥적 발언으로 KTX여승무원들에게 더 큰 실망과 허탈감만 주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수 장관과 이철 사장은 1년 가까이 파업투쟁을 해오고 있는 승무원들과의 대화에 나서기 보다 방송사와 언론사를 통해 자신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KTX문제의 핵심인 KTX승무원 외주화에 반발해 1년여 가까이 파업투쟁을 하고 있는 승무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승무원들에게 자회사이자 외주위탁 업체인 KTX관광레저에 들어가 5월까지 기다리고 있으라는 이 장관의 발언은 무책임하고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철 사장은 국가인권위, 기획예산처의 시정권고를 비롯해 학계와 법조계 등 시민단체의 ‘승무원 직접고용’ 촉구에 대해서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오다 느닷없이 새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대화’를 언급한 것은 정치적인 제스처는 아닐까.

‘KTX문제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노동부 장관에 일침을 가한 이철 사장은 노동부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그 발언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촛불문화제가 열린 한켠에서 KTX승무원의 한 어머니는 “이철 사장은 KTX승무원들이 1년 가까이 파업투쟁을 하도록 고생시켜 놓고서 앞으로 어떻게 국민 앞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찬 겨울바닥에 내몰린 승무원들을 생각하면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으며, 하루 속히 KTX문제가 해결되어 승무원들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승무원 외주화 문제, 해결 주체는 철도공사”
 
한편, 새해들어 이상수 장관은 방송사에 출연해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발언했지만 KTX문제의 당사자인 이철 사장이 노동부의 방침에 반대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한 실현가능성은 사실상 불발로 끝나게 됐다.
 
이에 대해 KTX 여승무원 직접고용을 위한 교수모임은 17일 “철도공사가 승무원 직접고용 절대 불가입장에 한치의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부 장관의 계획이 얼마나 실현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이 장관이 진정으로 KTX와 새마을호 문제를 풀고자 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현실적 가능성도 희박한 5월로 미룰 것이 아니라, 직접고용의 주체인 철도공사가 직접 이 문제를 풀도록 노동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행정 지도 및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조언했다.
 
교수모임은 “이상수 장관이 KTX문제를 다루게 될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위원회'의 설치는 국무총리 훈령 제486호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이 장관의 의견대로 추진위원회에서 승무업무가 외주화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직접고용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직접고용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한다면 추진위원회의 결정을 강제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교수모임은 “철도공사는 감사원에서 부실기업으로 판단해 매각청산하라고 한 자회사인 KTX 관광레저를 그대로 두고, 철도공사 스스로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 업무 외주화를 결정했다”며 “그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확인된 이상 이를 바로 잡는 것도 철도공사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며,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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