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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법제처장 한자실력은 얼마나 됩니까?"
[이대로의 우리말살리기] 국회는 ‘법률 한글화 특별법안’ 빨리 통과해야
 
이대로   기사입력  2005/10/12 [11:13]
한글날 뒷날인 10월 10일에 국회 법사위원회의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노회찬 위원이 김선욱 법제처장에게 10개의 법률 낱말을 아는지 물었는데 2개만 맞추었다고 한다. 갑자기 물은 것이었지만 법학교수 출신인 법제처장도 2개는 바로 맞추고 나머지는 읽기는 했지만 바로 술술 대답하지 못했단다. 노 의원이 이런 질문을 한 것은 일제 시대 법률문장을 그대로 베껴 쓰고 있는 우리 법률 문장을 읽기 쉽고 알아보기 쉬운 우리말글로 바꿔야 한다는 걸 드러내 말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법제처장과 다른 국회의원, 그리고 일본 한자 숭배자들이 얼마나 알아들었을지 알 수 없다.
 
▲노회찬 의원이 국감장에서 법제처장에게 물어본 어려운 한자어들. 법률법안의 쉬운 뜻풀이와 한글화가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 노회찬 의원실 제공
노 의원이 그 날 법제처장에게 물은 법률용어는 지금 우리 법률에서 쓰고 있는 말들, “掌理, 索道, 蒙利, 轉囑, 呼唱, 決潰, 貯置, 委棄, 奔馬, 精勵”들 10개 한자말이었다.  이 낱말 열 개 가운데 '전촉’과 ‘위기’는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란다. 일본처럼 한자혼용을 해야 한다는 국어학자가 일본 사전(광사원)을 베껴 만든 사전이나 그 제자들 중심으로 더 많은 낱말을 모아 50만 낱말을 실은 표준국어사전에도 이 말은 올라있지 않은가 보다. 법학교수와 장관도 잘 모르는 일제 한자말로 된 법을 일반 국민은 어떻게 읽고 지키겠는가? 이래가지고 어떻게 민주국가, 선진국가, 자주국가를 만든다는 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한자말은 한자로 써야 한다는 국회의원과 법조인과 국어학자가 많은데 그 말이 엉터리임을 알 수 있다. 법제처장도 위 법률 용어를 읽기는 했지만 바로 설명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신문은 "국감서 한자퀴즈, 법제처장 20점 받아"라고 기사 제목을 쓰기도 했다. 여기서 일본 한자말을 한글로 적기만 해선 안 되고, 문장 자체를 우리말과 말투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통과된 국어기본법을 만들 때 쉬운 우리말투로 고쳐서 알려주었는데도 정부는 듣지 않았다. 쉬운 말투로 쓰니 유치하고 무게가 없다고 하더란다. 모두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바른 말글살이를 할 수 없다.
 
올해가 광복 60돌이라고 나라 곳곳에서 국민 세금을 들여서 떠들썩하게 행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돈 쓰는 일도 좋지만, 그보다 돈을 들이지 않고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 우리말과 글 속에 남아있는 일제 낱말과 일본 말투를 씻어버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일은 돈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고 정부와 국민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할 수 있는 일인데 아직도 안 하고 있다.  우리 힘으로 일본 놈들을 몰아내지 못하고 남의 나라의 힘을 빌려서 나라를 되찾았기에 그런 조그만 일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일까? 광복 60돌이란 말만 큰소리로 떠들지 말고 일제 찌꺼기인 한자말부터 버리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민주, 자주국가란 대한민국을 세우고 5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일제 식민지 때 법률 문장을  베낀 법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다. 관공서 문서나 알림글에 일제 한자말과 말투가 그대로 있다. 오히려 일부 장관, 국회의원, 학자들은 깨끗하고 바른 우리말로 쓴 글보다 일제 한자말을 섞어 써야 무게가 있는 좋은 글로 생각하고 있다. 민주국가는 법치국가요 국민이 법을 잘 알고 스스로 법을 잘 지킬 때 튼튼한 민주국가가 되는 데 법률문장이 일제 법률문장을 베낀 것이다 보니 법이 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 원성이 높았고 16대 국회 때부터 법제처가 그런 법률문장을 쉬운 말글로 바꾸려고 '법률 한글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국회에 냈으나 진지하게 검토하고 통과시키지 않아 자동 폐기되었고, 17대 국회에 또 냈으나 아직도 그 타령이어서 노회찬 의원이 그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노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에도 이 문제를 따졌고, 이번에 또 따진 것이다. 하루빨리 법사위는 법률 한글화 특별법안을 통과시키고 문장을 쉬운 우리말글로 바꾸는 노력을 하기 바란다.
 
많은 정치인과 국민이 세종대왕을 우러러보고 있다. 세종대왕이 우리말글을 바로 세우고 국민을 위한 청치를 했기 때문에 존경하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것도 백성이 법을 몰라 죄를 짓는 일이 많은 게 큰 이유였다. 임금이 되자마자 법전을 정리했으나 한문이어서 백성들이 글을 읽을 수 없으니 삼강행실도란 만화책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국민들이 불편해서 누구나 알기 쉬운 한글을 만든 것이다. 1948년 7월 17일에 처음 만든 헌법을 공포할 때도 한글로 적고 이승만 국회의장이 한글로 서명해 공포했다. 이 또한 세종대왕 정신과 통하고 노회찬 의원이 우리말을 살리려고 애쓰는 것도 세종대왕 정신과 통하는 일이다.
 
이제 법률문장도 공문서도 한글만 아는 우리 국민이면, 할머니도 산골 아저씨도 어린이도 읽고 알 수 있는 글로 쓰자. 변호사만 아는 문장, 법조인만 아는 말투로 쓰는 건 자신들 권위나 세우고 잘못한 판결을 숨기려는 속셈으로 보일 수 있다. 또 국민들은 법을 모르게 만들어 변호사나 법조인들 돈벌이만 쉽게 하려는 거로도 볼 수 있다. 
 
법률문장 한글로 쓰는 법안과,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자는 법안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법조계나 행정부 관료 출신에 많다고 한다. 일제 한자말과 말투에 길든 이들은 바른 우리말글로 글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는 거 같다. 다시 한번 17대 국회는 '법률문장을 쉬운 말글로 쓰는 법안'을 꼭 통과시켜주길 부탁한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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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0/12 [11: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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