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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릭 낙마불구 의혹 눈덩이, 부시-줄리아니 줄망신
민주당 집중공격 우려 장관지명 철회, 비리 속출로 파문 확산되 곤욕
 
취재부   기사입력  2004/12/16 [19:09]
미국 국토안보부장관에 지명됐다가 불법 이민자를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한 버나드 케릭 전 뉴욕시 경찰청장의 전력이 미 언론들에 의해 파헤쳐지면서 부시 행정부의 공직후보 점검시스템 자체가 비판 대상이 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비리의혹으로 사퇴한 케릭 국토안보부 장관     ©외신 종합
뉴욕타임스(NYT)는 14일 그가 폭력조직과 연계되었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케릭을 추천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뿐만 아니라 백악관조차도 그의 이런 전력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부시 행정부의 공직후보 점검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케릭이 뉴욕시 경찰청장에 임명되기 2개월 전인 2002년 6월 시 조사국이 한 건설업체의 건축폐기물 처리장 허가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교정청장이던 케릭이 폭력조직과 관련된 인물의 취업에 관여한 사실에 관해 이 업체 소유주와 케릭을 조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시 관련 문서를 인용해 전했다.
 
'인터스테이트 인더스트리얼'이라는 이름의 이 건설업체 소유주인 프랭크 디토마소는 이틀간에 걸친 조사과정에서 주식사기 혐의로 기소됐던 로런스 레이라는 인물을 계열사의 보안책임자로 채용한 이유에 대해 "케릭이 보증을 서준 것도 부분적인 원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토마소는 이밖에도 "케릭 전 청장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된 적이 있고, 서로 왕래하는 가까운 사이이며, 케릭의 동생 도널드 케릭도 고용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또한 그는 "레이가 케릭 전 청장을 비롯한 뉴욕시 최고위 법집행 담당 관리들과 안면이 있다고 해서, 각종 허가를 받는데 유리할 것 같아 보안책임자로 채용했다"고 주장했는데, 레이라는 인물은 98년 케릭의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서기도 했다.
 
디타마소는 공식적인 범죄전력은 없지만 폭력조직에 연루된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뉴저지주 카지노당국은 그가 카지노통제위원회로부터 애틀랜틱시티의 카지노 영업을 허가받은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뉴욕시도 올해들어 '인터스테이트 인더스트리얼' 관련 업체에 건축폐기물 처리장 허가를 내주지 말 것을 권고하면서, 이 업체가 폭력조직 관련 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과 이 업체 관계자들이 "이 사업에 요구되는 성품, 정직성, 신뢰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시 조사국은 케릭에 관해서는 건축폐기물 처리장 허가문제와 관련해 어떤 불법도 저지르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고, 그는 2개월 뒤 뉴욕시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케릭의 상관이었고 백악관에 그를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강력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최근까지도 이 같은 조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줄리아니 자신이 케릭의 상관이면서도 부하직원의 전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백악관에 추천까지 한 사실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케릭의 낙마와 관련해 가장 많은 정치적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석연찮은 중도하차 이유
 
케릭은 법 위반 사실을 묻는 백악관 변호사들에게 여러차례 거짓으로 답변한 뒤 나중에 말을 바꾸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백악관 변호사들이 이민법을 위반하거나 탈세를 한 사실이 있는지를 케릭 전 청장에게 수없이 물었으나 그는 이를 확고히 부인했다"고 전했다.
 
관리들은 또한 케릭이 지난 1998년 뉴저지의 한 콘도미니엄과 관련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그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적이 있었던 사실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확인 보도할 때까지 함구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그러나 지명자들이 자신의 배경에 관한 정보가 전해지는 것을 막거나 백악관 조사관들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고, 사실 백악관 변호사들이 조사기간 동안 이런 사실들을 밝혀내지 못했던 이유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일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비밀리에 인사를 진행하면서,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케릭의 배경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그러나 케릭 본인이 사퇴의 이유로 내세웠던 이른바 '불법체류자를 유모(nanny, 부모가 외출중 자녀를 돌봐주는 파트타임 보모)로 고용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또 다른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것과 관련, 각료로 지명됐다 도중 하차한 사례는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법무장관에 지명됐던 킴바 우드와 조우 베어드, 그리고 2001년1기 부시 행정부의 린다 차베스 노동장관 지명자에 이어 이번이 4번째이다.
 
따라서 1기 행정부에서 이 문제를 한차례 수난을 겪은 백악관은 당연히 불법체류자 고용문제를 철저히 조사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처도 아니고 불법체류자 문제를 다루는 국토안보부 장관후보 지명자가 이 문제로 중도 하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대도시에서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불법체류자를 유모나 가정부로 고용하는 것은 보편화된 일인데, 이럴 경우 불법고용과 사회보장세를 내지않는 것이 문제가 되고 케릭도 "유모 대신 내야 할 사회보장세를 내지 않았다"고 NYT가 전한 바 있다.
 
NYT는 또 케릭이 두번째 부인에게서 낳은 아이 2명을 돌봐줄 유모를 1년간 고용했는데, 이 유모는 2주전 자신의 나라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이는 케릭이 장관에 지명되기 전이고, 백악관이나 케릭이 '불법 체류자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유모를 조용히 출국시켰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케릭측은 유모의 국적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2기 부시행정부 각료 지명자 가운데 케릭이 가장 약점이 많다고 보고 그를 타켓으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고, WP는 11일 케릭이 국토안보부와 거래하는 스턴총 제조회사 '인테이저 인터내셔널'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받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620만달러를 벌어들인 사실에 대해 민주당측이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었다고 보도한 바있다.
 
즉 애초에 케릭과 백악관이 그의 전력을 은폐하려고 했으나, 민주당이 상원인준 과정에서 케릭의 치부를 물고 늘어질 조짐이 보이자, 가장 파장이 적을 '유모문제'를 내세워 사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재 백악관은 케릭의 사퇴가 전적으로 본인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말 케릭 본인이 상원 인준과정에서 자신의 치부로 인한 논란이 불거져 부시 2기 행정부의 행보가 둔화되거나 훼손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사퇴를 결정했는지, 아니면 백악관이 우려한 때문인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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