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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바고' 어긴 토론사이트에 네티즌 찬사 쏟아져
부시 행정부에 실망한 네티즌, 백악관에 노골적인 반감 드러내
 
권순정   기사입력  2007/01/25 [21:43]

부시 대통령의 2007 연두교서 내용이 23일 오후 8시(현지시각), 예정된 발표 시간보다 한 시간 앞서 미리 공개되고 말았다.

엠바고를 깨고 내용을 공개한 '무례'를 범한 곳은 온라인 정치 토론 사이트 싱크프로그레스 (http://thinkprogress.org). 통상적으로 연두교서 발표문은 실제 발표에 앞서 기자들에게 미리 공개되지만, 이에 관한 기사는 발표가 끝난 뒤에 나가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 '엠바고' 원칙을 무시한 당사자에게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비난 대신, 찬사와 격려의 메시지를 던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한 네티즌은 싱크프로그레스의 보도결정에 찬사를 던지며 이어지는 댓글의 행진을 '파티'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온라인 상에서의 '댓글 파티'는 네티즌 'hellinabucket' 'Anonymous By Choice' 'BlueArkansas' 등이
<엠바고가 채워진 연두교서 전문(Embargoed: State of the Union Text)>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미리 발표하다니 멋지다," "(엠바고를 깬 것을 보니) 즐거웠다"는 환영의 말로 시작됐다. 여기서 출발된 댓글 행진에서는, 의견 수가 늘어날수록 칭찬의 강도도 함께 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 싱크프로그레스 웹사이트.                    © OnlineBee

네티즌 'Spudge_Boy'와 'Gregor Samsa'는 "연두교서 전문이 언제 올라오나 기다리고 있었다"며, "2005년과 2006년에 이어 올 해도 '참 잘 했다'"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네티즌 'gg'는 "딱딱하기만 한 사회문제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고 평했고, 아이디 'ellis'는 "부시의 투덜대는 목소리를 듣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엠바고를 어긴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싱크프로그레스를 비난한 네티즌 'Mary'의 의견에 대해, 또 다른 네티즌 'unbelievable'은 "(너를) 이 (댓글) 파티에 초대하지 않았다"며 다소 공격적인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네티즌들이 이렇게 싱크프로그레스의 '엠바고 무시 결정'을 환영하는 것은 '엠바고 원칙 무시'를 '부시 무시'로 연관짓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싱크프로그레스가 홈페이지에 올린 연두교서 전문 위에는 "우리는 백악관이 진실을 얘기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백악관의 엠바고 원칙을 존중하기 시작할 것이다. (We’ll start respecting White House embargoes when they start telling the truth.)"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싱크프로그레스가 보기엔 이번 연두교서가 선전문구(propaganda)로 넘쳐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댓글을 통해 본 살펴 본 '넷심'은 싱크프로그레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네티즌 여론의 '대세'는 '부시는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스스로 국민의 존경을 잃었으며, 엠바고의 무시가 통쾌하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부시의 연설을 들으면 "토할 것 같다"는 네티즌 'Jay Randal'은 "부시의 연두교서는 상상과 거짓말로 가득하다"고 비난했으며, 필명 'Spudge_Boy'는 "연두교서에 테러와 관련된 단어가 스물 아홉 번이나 언급되었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 'Jimbo'는 "연두교서의 앞 부분에 언급된 경제나 건강보험 등 민생문제가 뒤에서 더 많이 언급된 이라크와 대테러 전쟁 때문에 들러리처럼 보인다"고 분개했다. 이에 'Hector Garcia'는 "테러 공포를 일으키는 선전 문구만 가득한 연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부시의 '실정'에 격노한 많은 네티즌들의 다소 격앙된 의견들도 눈에 띄었는데, 부시에 대해 네티즌 'Gregor Samsa'는 '시민을 무시한 지도자,' 'ItsJustKarma'는 '거짓을 일삼고, 많은 사람을 죽인 독재자,' 'Gregor Samsa'는 '헌법, 국제법을 무시한 지도자"라고 표현하며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를 갖추기를 거부했다.  

[관련링크]

싱크프로그레스의 <엠바고가 채워진 연두 교서 전문(Embargoed: State of the Union Text)>과 댓글
http://thinkprogress.org/2007/01/23/2007-sotu/#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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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25 [21: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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