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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스펠드 다음 희생양은 라이스? 비난 거세져
CNN, “이라크전 등 부시 대외정책에 분노한 국민이 라이스 장관 문책”
 
이승은   기사입력  2007/02/14 [02:35]
2005년, 부시 대통령의 첫 임기 중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 앉은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국무장관. 그녀는 실력과 스타일을 겸비한 여성 정치인의 대명사로, 또 각종 패션 잡지에서 '베스트 드레서'로 꼽히는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가해 왔다. 그런데 국무장관의 자리에 앉은 지 2년 만인 지금, 라이스 장관이 미국 국민들이 던지는 '분노의 화살'을 받아 낼 ‘총대’를 맸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재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국민들에게 매우 낮은 신뢰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인들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등 중동 문제에서부터 이란, 북한 등을 포함한 핵 무기확산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술렁이게 만들고 있는 각종 흉흉한 문제들이 모두 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외교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현재 CNN이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인터넷 설문의 결과는 이와 같은 사실을 잘 대변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 정책이 핵 무기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73%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

부시의 외교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11일 열렸던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에서도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바보들의 행진,' '베트남 이후로 가장 위험한 외교 정책'이라는 모욕적인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CNN 인터넷 판은 지난 9일에 올린 기사를 통해, 8일(현지시간) 열린 상원 외교관계 위원회에서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비난의 톤은 조금 부드러워진 대신, 그 화살이 라이스 장관에게로 모아졌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에 비하면 비교적 오점 없이 부시 행정부의 첫 6년을 '버텨내며' 위풍당당함을 자랑하던 라이스 장관의 항로에도 거친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위원장인 조 바이든(Joe Biden) 의원은 라이스 장관에게 “이라크 문제가 정부의 시간과 집중력, 그리고 자원을 빨아먹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라이스 장관이 현재 미국이 직면한 다른 문제들을 돌볼 시간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공화당 상원의원인 조지 보이노비치(George Voinovich) 또한 "라이스 장관이 국무부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면서, “국무부에서는 아무도 일에 전념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금은 의원들의 쓴 소리를 고스란히 들어야 하는 ‘동네북’ 신세가 됐지만, CNN은 라이스 장관에게도 한 때 '좋은 시절'이 있었음을 언급했다. 임기 첫 해, 라이스는 이란의 핵 문제에 유럽을, 북핵문제에는 아시아 동맹국들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부시 행정부의 '독불장군' 이미지를 완화시키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또한, 라이스는 부시 행정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위관리로, 부시 대통령을 앞지르는 높은 지지도를 누렸었다. 

하지만 CNN은 “밀월관계는 완전히 끝났다”면서, 라이스 장관이 럼스펠드의 '악역'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이라크 전쟁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논평했다. 이제 비난의 화살이 방향을 틀어, 이라크 전쟁으로 깊은 아픔을 겪은 미국 국민과 의회가 이제 그들의 좌절감을 정부, 특히 라이스 장관에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이제 라이스의 마법은 사라진 것인가? CNN은 최근 이코노미스트 지에 게재된 “지는 별, 콘돌리자 라이스”라는 기사를 인용, '예전의 그녀가 아님'을 시사했다. 하지만 라이스에게도 회생의 길은 있다는 것이 CNN의 의견.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분쟁 해결과 이란과의 외교적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 그녀의 탈출구라고 제시하고 있다.

CNN은 “라이스 장관이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경우, 이라크 문제로 비난 받기만 하는 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둘 다 실패할 경우 국무부에 입성할 때와는 전혀 다른 ‘험악한’ 분위기와 대면하는 것을 피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링크]
CNN의 관련기사 http://www.cnn.com/2007/POLITICS/02/09/rice/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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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2/14 [02:3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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