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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부안의 쭈꾸미와 생태가 소주를 만났을 때
[마왕의 맛집 오딧세이] 담백, 새콤, 얼큰함의 삼위일체 ‘남해 생태탕’
 
김종훈   기사입력  2004/12/16 [11:55]

얼큰한 생태탕에 소주 한 잔. 시름을 잊나니
 
찬바람이 돌고 가을이 신발끈 매기도 전에 겨울이 뒤에서 비키라고 재촉을 한다.
 
아침저녁의 일교차. 도시의 구석구석에 가로수가 제 몸에 뭍은 낙엽들을 하나 둘씩 털어 내는 이때. 얼큰하고도 담백한 먹을거리들이 입안에 맴도는 법이다.
 
필자. 좋은 곳을 알고 있다. 같이 가시자. 
▲보는 맛만으로도 일품인 얼큰한 생태탕     © 김종훈


지하철 상왕십리역 1번 출구를 나와 400미터쯤 직진해서 도로교통관리공단 건너편에 골목에 예전에 성야 병원으로 유명했고 지금은 동인병원에서 대각선 20미터 방향에 생태탕과 쭈꾸미만 전문으로 하는 '남해집'이다.
 
뭐 메뉴라고는 생태탕과 쭈꾸미볶음 .쭈꾸미 초무침 등 두자기 식재료를 다루는 것들이 전부이다.
 
느긋하게 생태탕 바글 거리며 끓는 소리와  향내 맡으며, 전통방식으로 주조하는 돗수 낮은 안동소주 한잔 쪼옥 들이켜 보시라. 벌컥 벌컥은 곤란하다. 명색이 소주다.
 
바글 바글 하니 먹을 수 있을 만큼 탕이 끓여지니 갑자기 입안이 바빠진다.

입천장. 앗 뜨거워라~ 도무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에 입에 녹는 생태살의 부드러움과 얼큰함이 속에서 훈훈한 기운을 계속 밀려 올려 준다. 밥으로 내는 쌀도 질 낮고 묵은 쌀이 아니어서 생태탕과 감칠맛 나게 어우러진다.
 
조미료를 넣지 않으니 질리지 않고 바닥까지 파고들어 가는 숟가락.
 
"어시장 가면 생선장수가 ‘장사하는 집에서 뭐 이렇게 좋은 생선을 쓰느냐’고 까지 걱정(?)을 들어요. 생태는 그렇게 마진이 좋지 않거든요. 그래도 냉태라고 생태랑 잘 구분 안가는 건 싸지만 맛이 안나서 못쓰겠더라구요."
 
이것 저것 사업을 하다가 여의치 않아 마지막이다 하는 각오로 생태와 쭈꾸미 전문식당을 하게 되었다는 우직한 부부 유봉형(44세)씨. 박미화(38세)씨의 담담한 말이다.
 
이 식당을 제안한 사람은 다름 아닌 광주 5.18 기념관 앞에서 생태탕 전문으로 식당을 하시던 유봉형씨의 누이였다. 생전 식당 경험이 없던 이 부부는 비장한 각오로 누이에게 가서 여러달을 먹고 자며 생태탕과 쭈꾸미 맛내는 음식 비법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친형제였으니. 오죽이나 잘 가르쳐 줬을까!
 
필자도 아는 분 중에  IMF가 오기도 전인 2년전에 미리 IMF 사태를 예견했던 ‘경제 역적들아 들어라’의 저자이며 뛰어난 재야 경제학자인 최용식 선생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동대문의 모(?) 쭈꾸미 집의 단골이었난데 지인이 이곳으로 모시고 와서 맛을 보여주니 “이 곳이 더 맛있는 곳이다"라며 그날로 거래처(?) 바꾸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 쭈꾸미는 전량을 맑은 고장 부안에서 입도선매로 가져오기 때문이다.  
▲입안 가득 씹는 맛이 일품인 쭈꾸미 초무침     ©김종훈


 주변 성당의 어른들이나 동네 분들이 단체로 오시기도 하고, 좀 심한 분들은 이 개운한 맛을 못 잊어 일주일에 사흘을 찾는다고 한다.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제대로 된 맛이라고 몰리는 분들도 주로 호남 분들이시니 입맛 까다롭기야 어디 이 양반들 당할 재간이 있나!
 
점심에는 자리가 없다. 느긋하게 이 깔끔하고도 얼큰한 맛을 즐기시고 싶다면 저녁시간을 이용할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노사모 초창기 마왕이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을 누볏던 그는 현재 작가, 연극인의 삶을 걷고 있다. 인터넷에서 무대로, 그리고 맛집 오딧세이로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그와 함께 가 본다.     © 대자보

입안에 가득 고이는 침. 담백한 생태탕과 새콤하고 달콤한 밥 비벼 먹기 좋은 쭈꾸미 초무침.  아후~  님이 그리워서 잠 못자겠스라..~
 
아침 10시에 문을 열고 10시에 닫는다.

첫째 셋째 일요일 쉰다.
주차문제 잊고 살자-_-; 
전화(02)2295-6876
 
* 본 기사는 내일신문이 발행하는 여성시사주간지" 미즈엔"에도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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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2/16 [11:5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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