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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멋과 맛은 주인의 환한 미소에서 나와
[마왕의 맛집 오딧세이] 방이동 사부자기, 음식은 여럿이 나눠먹어야 제맛
 
김종훈   기사입력  2004/11/11 [17:08]
말은 살찌고 하늘은 높다는 이 계절의 찬 바람은 연인들에게 더 찰싹 달라붙을 기회를 주어서 보는 사람의  염장(?)을 지르는 일들이 다 반사로 벌어지는 요즘 가급적이면 짝이 있는 사람들은 밖에 나다니지 못하게 헌법 소원이라도 걸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관습법에는 남녀 칠세 부동석인데? 
 
지하철 방이역 4번 출구를 나와 백제고분쪽으로 가서 정문 왼쪽에 정통 일식 돈까스집 '사부자기'라는 곳이 나온다.
 
한 자리에서 4년을 뚝심있게 장사해 온 박연화(54세)씨의 부드럽고 기품이 있는 손맛을 한껏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음식의 맛과 멋은 주인의 환한 미소에서 나오지 않을까..     ©김종훈
요즘같이 사방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돈까스집들이 내는 맛이 평준화되어 그 맛이 그 맛 같지만 좋은 식재료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제 맛을 내느냐 못내느냐가 맛내는 이의 묘미 아닐까 싶다.
 
그러나 고깃집 가서 고기로 맛을 안보고 그 집 주인이 그냥 구색으로 갖춰 놓은 냉면을 맛보는 것으로 전체적인 맛을 캐내는 필자의 고약한 버릇이 오늘도 역시나 발동했다.
 
알밥과 우동을 청하니 제법 맛깔스러운 색감이 고운 상이 나온다. 과연 이 곳을 운영하기 전에 화장품을 다루는 일을 하셨다는 주인의 미적 센스가 그대로 베어 나온다.
 
그러나 필자 또 만만하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자.
 
날치알과 잘 볶은 김치. 오이와 곱게 다진 단무지와 양념들이 고운 채색만큼이나 거기에 알려 줄 수 없는 특별한 비법의 부드러운 간이 자극적이지 않고도 보드랍다. 고소하고도 전체적인 양념의 조화를 이끄는 맛은 이미 많이 다치고 온 염장(?)을 충분히 어루 만져주고도 남는다.
 
"다른 곳에서는 우동국물에 10분의 1 비율로 물을 타라고 가르쳐도 주는데 우리는 그렇게 안 해요. 내가 먹을 건데. 손님도 드리고 우리도 밥을 여기서 먹는데. 어떻게 그렇게 해요."
 
아무리 고단해도 시장은 직접 봐온다는 박연화씨의 우동국물은 다른 곳에서 얼핏 내는 국물보다 어쩐지 훨씬 담백한 맛이다.
 
이곳의 사부자기 우동과 오뎅우동은 손님들이 알고 더 많이 찾는다. 예쁘게 웃으시면서 북어와 무와 통마늘 생강에 일본 된장과 비법양념의 정확한 배율이 국물 내는 비결이라고 하신다.
 
이러니 인근 주변의 회사들이 백반집도 아닌 일식집을 한달 단위로 대놓고 먹을라 치면 맛의 품질을 확실하게 인정 받아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항상 새로운 메뉴를 위해 고민 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면서 활짝 웃는 박연화씨의 미소는 아마도 이 가게가 가진 가장 깊은 맛이 나는 양념 일게다. 
 
▲노사모 초창기 마왕이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을 누볏던 그는 현재 작가, 연극인의 삶을 걷고 있다. 인터넷에서 무대로, 그리고 맛집 오딧세이로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그와 함께 가 본다.     © 대자보
만약 연인들이 가시겠다면 안 말리겠으되 왠만하면 필자랑 마주치지 않는게 좋다.  그 꼴을 어떻게 보누-_-+
 
가을이다. 가을. 맛있는 알밥으로 염장치료(?) 하러 가세~~ 게다가 '사부자기'는 맛있는 음식을 여럿이서 나눠 먹는 뜻이란다. 이 풍성한 수확의 계절에 어울리는 말뜻이 아니겠는가!
 
주차 가능. 첫째 셋째 일요일 쉰다.
아침 10시에 열고 10시에 닫는다.
전화 번호 02)425-4614 
 
* 본 기사는 내일신문이 발행하는 여성시사주간지" 미즈엔"에도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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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1/11 [17: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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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眞 2004/11/16 [21:09] 수정 | 삭제
  • 글을 읽으니..
    따뜻한 우동 한그릇이 그립게 만드네요..
  • 과객 2004/11/16 [02:56] 수정 | 삭제
  • 좋은 삶을 사는 사람의 맛깔과
    협잡꾼이 전하는 맛깔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는가.
    맛은 아무나 전하는 것이 아니다.
    음식은 좋은 재료와 정성이지만
    그 맛은 참한 사람이 전해야 신뢰가 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