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쪽의 카멜리아 힐을 걸으며 천연 동백나무의 은은한 향기를 만끽했고, 청보리섬 가파도의 경치에 매료됐다. 또한 산방산 유람선을 타고 파도 치는 여름 바다의 진미와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관람했다.
제주도는 해마다 한두 번 씩 오는 섬이지만, 올 때 마다 특별한 체험을 하고 간다.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제주도 패키지 여행을 했다. 숙박비, 비행기 요금, 식사 등을 잘 살펴 20여만 원으로 3박 4일 일정의 제주도 여행을, 인터넷을 통해 주문했다.
가성비가 좋다고 해야 할까. 여행기간이 3박 4일이지만 갈 때 늦게 출발하고, 올 때 일찍 도착한 일정이라서 사실 이틀 여행으로 족해야 했다. 너무 싼 값의 여행을 한 것 같았지만 현장에서 청구된 가이드 수고비, 공연 비용 등 추가 옵션을 포함하면 거의 약 30여만 원 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가보지 못한 여러 군데를 돌아볼 수 있어 대체로 만족했다.
지난 23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4시 40분경 버스로 이동해 10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너무 빠른 시간이어서 11층 호텔 창문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바다 등대를 향해 무작정 걸었다. 돌담길과 어우러진 호박 줄기 그리고 무화과나무 그리고 수국을 보며 서서히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숙소에서 가까이 보이던 바다는 나오지 않았고, 소박한 시골마을만이 이어졌다. 먼저 제주시 용담2동 ‘명산마을’이 나왔다. 1972년 제주공항 확장 공사로 그곳 부지내 거주민들 40가호가 이곳 용담동으로 이주해 탄생한 마을이었다. 제주 4.3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기 위해 지난 2023년, 이곳 도령마루에 4.3 유적지를 제막하기도 했다. 특히 이곳은 돌담길이 잘 조성 돼 있었다.
명산마을을 지나자, 제주시 도두동 다호마을이 나왔다. 다호마을은 약 300년 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제주 서부의 간선인 일주도로를 끼고 있어, 한 때 관광객들이 분주했고 이로 인해 점점 마을이 발전해 갔다는 점이다. 하지만 제주 공항 확장으로 인해 동네는 다른 곳으로 이주를 했야 했다. 하지만 이주를 하지 않고 남은 주민들은 열악한 조건 하에서도 혼연일체가 돼 이곳에 대지 100평을 매입하고 제주시에서 건설비를 지원 받아, 연건평 60평의 아담한 2층 마을회관을 건립했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은 물론 서로 돕고 사랑하며 경로 효친사상의 교화의 장으로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단다. 주민들은 이런 깊은 뜻을 후손들에게 전하려고 다호마을회관(현재 다호복지회관) 건립기념비도 세웠다. 마을회관 앞에 있는 건립기념비 옆에는 전기 수도 가설 기념비와 함께 학사와 훈장의 공덕을 기리는 공덕비도 나란히 세워져 있다.
24일 이른 아침 버스로 제주 서쪽 가파도를 향했다. 모슬포 선착장에 도착하니 몇 년 전 마리도를 갈 때 승선했던 그 기억이 떠올랐다.
승선증과 신분증을 확인 받으며 배에 탔다. 15분 정도 향하니 가파도 선착장이 나왔다. 섭씨 30도를 넘는 더운 날씨에 선착장을 나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청보리섬(봄, 3월~5월) 마을로 향했다. 가파도는 제주도 옛 모습을 간직한 가오리 형태의 섬이다. 우리나라 유인도 중 가장 낮아 수평선과 하나인 듯한, 나지막한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30만 여평에 25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고, 아주 조용하고 고요한 섬이었다.
이곳은 청보리가 20만 여평, 유채꽃이 5만 여평으로, 봄에 오면 노란색 유채꽃과 초록색 청보리가 어우러져 천국을 떠올리게 할 정도의 아주 아름다운 섬으로 이름난 곳이다. 3~4월에 절정을 이루는 섬이라고 해야 할까. 참고로 이곳 가파도 인근에 있는 마라도는 우리나라 최남단 섬으로 10만 여평에 1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가파도 전망대에서는 제주 본섬과 한라산, 마라도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선착장에서 조금 나오니 돌하르방이 우뚝 서 있고, 관광객들이 사진을 촬영하느라 분주했다. 좀 더 가니 소라 등 조개껍질로 장식한 담장 조각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돌담길 사이로 걸으니 연자방아와 가게 담벽에 설치한 조각 작품들이 이어지고, 도로 양 옆 밭에는 청보리가 아닌 초록 식물들이 장관을 이뤘다.
상동 우물은 150여 년 전 상동마을 주민들이 직접 우물을 파, 식수 및 빨래터로 사용한 장소이다. 하지만 하동마을에 공동우물과 빨래터가 생기자, 대다수 상동 주민들이 하동으로 모여 살기 시작해 현재는 하동에 주민들이 많이 산다고.
상-하동 우물은 가파도에서 매우 귀중한 장소였고, 제주도 섬 중 유일하게 물 걱정이 없는 섬마을이기도 하다. 상동마을 할망당(매부리당)은 가파도 주민들을 수호해주는 해신당이다. 1년에 한번 집안과 객지로 나간 가족들의 무사안녕을 위해 기원하는 곳이다. 가파초등학교는 잔디운동장과 건물 벽이 그림으로 장식해, 동심을 자극한다. 해일이 일어날 때는 지진 대피장소로도 쓰이게 된다.
일몰전망대, 소망전망대, 보리 도정공장,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촬영지, 고인돌 군락지 등도 가볼만 하다. 가파도에서 3~5월이면 청보리 시즌으로 섬 전체가 초록물결로 수놓아, 관광객들의 힐링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가파도 중앙길은 도보로 왕복 40여분 걸리고 바다 둘레길은 자전거로 30분 정도 소요된다.
가파도에서 나와 버스로 석부작테마제주농원으로 향했다. 돌에 나무가 자라는 아주 신기한 석부작을 관람했고, 핸드볼 크기의 노란 하귤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가 멋져 보였다. 이날 항암효과, 소염작용, 해독작용, 황산화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특용작물 상황버섯 배양지와 상황버섯에 대한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기도 했다.
이후 이동을 해 제주 서쪽의 대표적인 산인 산방산,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 내 가이드의 구수하고 코믹한 말솜씨에 관광객 대부분이 박장대소를 했고, 그에게 주변 경관에 대한 안내 방송을 들으며 1시간 여 바다 유람을 했다.
산방산 유람선에서 내려, 사랑과 힐링의 숲으로 알려진 6만 여평의 카멜리아 힐(Camellia Hill)로 향했다. 카멜리아 힐은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으로 알려져 있다. 80여 개국 동백나무 500여 품종, 6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향기가 나는 동백나무, 제주자생식물 250여종도 이곳에서 서식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 따라 동백의 아름다움의 진미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제주의 나무와 흙, 돌만을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지은 망해초당(전통초가)은 척박한 제주의 자연환경을 슬기롭게 이용한 제주인의 건축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카멜리아 힐에서 처음 지어진 건축물로 200년이 넘은 제주 전통 초가를 옮겨지었다. 카멜리아 힐의 설립자의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이 살았던 집으로 설립자가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마당을 중심으로 안채와 바깥채로 이루어져 제주 전통가옥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현재 설립자 내외분이 거주하고 있기도 하다. 제주 문단의 큰 어른으로 칭송받았던 고 양중해 시인의 ‘양중해기념관’도 이곳에 있다. 생전 양중해 시인의 시 ‘구름이 사는 집’은 망해초당을 일컫는다고.
“동백나무 우거진 숲 속
구름들만이 깃들어 사는 집
나무와 풀들의 꽃향기들도
새와 벌 나비들의 춤과 노래도
흰 구름으로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집.
밤하늘에 반짝이는 고운 별들도
아침이면 내려와 쉬다 가는 집.
밤이슬에 젖는 내 마음으로
아침이면 피어나는 꽃송이들.
춤추고 노래하는 새들. 벌. 나비들.
모두가 사랑으로 모여 사는 집
저 앞 바다의 가파도와 마라도
산방산에는 무지개를 세워 가며
영원한 자유의 숲 동백언덕에서
평화롭게 흰 구름으로만 살고파라.”
특히 동백정원인 카멜리아 힐에서는 여러 야생화들도 관람할 수 있고, 이곳 제주돌담길은 곡선으로 이어지면서 계절의 꽃과 이끼로 이루어지는 정원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