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시청률에 눈멀어 'KBS사태'외면하고 침묵
MBC노조, 시청률지상주의에 빠져, '수신료사태' 외면 비판
 
윤익한   기사입력  2003/12/16 [17:40]

MBC가 KBS 수신료 사태에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면서 조중동 보수언론의 맹공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챙기는 등 시청률 지상주의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의 수신료관련 보도     ©MBC
MBC 노동조합은 12월 15일 발행한 '노보 97호'에서 <KBS 사태에 대한 MBC 뉴스의 문제점> 기사에서 이 같이 지적하고, "침묵은 동조이고 외면은 왜곡과 다름없다"며 자사 보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과 관련해 ▶ 10월 24일 한나라당, TV 수신료의 분리징수안을 국회에 제출 ▶ 11월 4일 분리징수안을 놓고 국회 문광위 공방 ▶ 11월 18일 분리징수안 놓고 국회 문광위 공방 ▶ 11월 21일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 등 학계와 시민, 방송단체들이 한나라당 앞에서 집회 ▶ 11월 25일 MBC와 KBS 등 공영 TV3사의 시청자 위원 수신료 분리징수 반대 촉구 등의 공방이 진행됐는데도, MBC는 11월 25일 집회를 단신에 한번 소개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MBC는 10월 10일 한나라당이 시청료 분리징수 법안을 상정하고 10월 20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최근 KBS PD협회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반응이 없다며 분리징수 방안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기사를 메인 뉴스 시간에 보도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이에 대해 기사에서는 "법안 상정에 대한 '검토'와 '본격 추진'마저도 기사로 다뤄질 정도의 사안이었지만 정작 그 법안이 상정돼 논의가 시작되자 MBC는 침묵했다"고 지적하면서 "단신이라는 미명하에 한나라당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KBS측의 반론은 단 한번도 소개된 적이 없다"며 형평성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MBC가 한나라당이 KBS를 겨냥해 밀어붙이고 있는 수신료 사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사는 지난 9월과 10월 두 달 간의 KBS와 MBC의 메인뉴스 시청률을 비교해, MBC가 KBS와 보수언론의 공방을 외면하면서 반사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9월 넷째 주 10%에 이르던 KBS와 MBC의 시청률 격차는 채 한 달도 안돼 3%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에 따르면 이 기간 ▶송두율 교수의 귀국과 KBS에 대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매도가 본격 시작 ▶KBS 뉴스의 시청률이 하락하기 시작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상승 등의 현상이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어 기사는 "2년 전 김중배 사장 취임 이후 개혁적 프로그램을 방송한 MBC에 대해 보수언론의 공격으로 시청률이 하락한 당시 KBS가 침묵으로 일관한 점으로 인해 MBC가 '대들지 말자'는 교훈과 '너도 한 번 당해봐라'는 소아병적 보복심리, 여기에 시청률 지상주의가 더해졌다"고 덧붙였다.

기사는 "공영방송이라는 자신의 기반이 한 쪽부터 허물어져 가는데, 이를 외면한 채 뒤돌아 서서 시청률을 셈하며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으로 보여 한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MBC가 고질적인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도 KBS와 물량경쟁을 하기 위해 최근 들어 사건사고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다고 기사는 지적했다.

▲MBC본사 건물    
이에 대해 MBC 보도국 문철호 부장은 "노보를 보지 않아서 내용을 잘 모르겠다"면서도 "수신료 보도는 할만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은 공영방송의 재원인 수신료를 분리시켜 사실상 공영방송을 민영화하고 총선 국면에서 방송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이란 비판이 각계에서 지적돼왔다. 게다가 수신료 분리 징수는 공영방송의 광고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결국 방송의 공영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악법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그럼에도 MBC가 수신료 보도를 단지 시청률 때문에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은 이미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화되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또한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MBC의 문제의식은 외곽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을 저지키 위해 앞장선 언론노조와 각계 시민단체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한편 강원룡 전 방송위원장과 최창봉 전 MBC 사장 등 방송계 원로 10여명은 15일 조찬모임을 열어 한나라당의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16일 국회 문광위 소위를 열어 수신료 분리징수를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표결처리, 이에 반대하는 민주당, 열린우리당 의원들 간의 격론이 오갈 전망이다./미디어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12/16 [17:4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