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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 '우리가 남이가' 재통합 솔솔?
통합파 '따로가면 공멸' vs 독자파 '구태세력과는 통합불가'
수도권의원 '한나라당 어부지리' 절박, 원칙파 통합결사반대
 
심재석   기사입력  2003/12/12 [18:08]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재통합은 가능할까?

정치권에서는 연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재통합론으로 설왕설래하고 있다. 통합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다시 뭉치지 않으면 공멸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 측에서는 “배신자 또는 구태세력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재통합론을 일축하고 있다.

“재통합 안 하면 양당 모두 공멸한다”

재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의원들은 주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다. 민주당에서는 설훈(서울 도봉을)•조성준(성남시 중원구) 의원이, 열린우리당에서는 정대철(서울 중구)•배기선(부천 원미구)•정장선 의원(경기 평택시)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측근비리 특검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민 공조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정범구(고양 일산갑) 의원도 꾸준히 재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재통합을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통합을 안 하면 양당 모두 공멸한다는 것. 이들은 4당 구도로는 총선의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단 한 석을 얻는 것도 힘들다고 인식하고 있다. 지역색이 뚜렷한 지방과 달리 수도권은 1000표 안팎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설훈 의원    
민주당에서 재통합론을 이끌고 있는 것은 설훈 의원이다. 설 의원은 9일 오후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총선 후에 시체들끼리 모이면 뭘 하겠는가”라며 “늦어도 내년 2월 이전에는 재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의 정국구도로는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정대철 의원이 재통합론을 이끌고 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서부터 재통합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굿모닝시티 자금수수 혐의로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정 의원의 주장은 공감을 얻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10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찬포럼에 참석, 내년 총선에 대해 “반한나라당 국면을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주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대표의 발언이 재통합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 대표는 민주당과 재통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의 발언은 향후 열린우리당이 지도체제를 구축하고 총선이 임박해 오면 재통합을 추진할 것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배신자, 구태세력과는 통합불가”

민주당, 열린우리당 일부 수도권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재통합을 주장하고 있으나, 양당의 주류들은 여전히 ‘재통합불가’를 천명하고 있다.

지난 11일 민주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유용태 의원은 재통합 결사반대론자이다. 유 대표는 이날 경선 유세에서 “원내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재통합 음모에 결사항전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재통합 반대론자인 유 대표가 재통합론자인 설훈 의원을 이기고 원내대표에 당선됨에 따라 향후 민주당 내에서 재통합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     ©민주당홈페이지
조순형 의원도 “재통합은 분당보다 더 어렵다”며 “흡수합당만이 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항복하고 들어올 때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열린우리당도 재통합 반대의견이 대세이다. 특히 김두관,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들과 탈레반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과거 민주당 신주류 강경파들이 이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유시민, 김원웅 의원 등 개혁당 출신들도 재통합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기남 의원은 “내부에서 재통합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신당할 자격이 없는 없다”며 재통합론자를 강력히 비판했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도 “재통합은 열린우리당 창당 이념과 반하는 해당 행위”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유시민 의원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분당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통합이라는 용어자체가 적당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우리당은 당비를 납부하고 당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간당원 중심의 참여형 정당인 반면 민주당은 3김시대에서 내려온 동원형 정당”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통합은 안된다고 분명히 했다.

통합,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정치권에서는 현 시점에서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당대당 통합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반적 인식이다. 분당과정에서 큰 상처를 남기기도 했고, 분당 이후에도 ‘배신자’, ‘구태세력’ 이라며 서로를 헐뜯어 왔기 때문에 감정적으로도 통합은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현재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표쏠림’ 현상이다. 반한나라당 정서를 갖고 있는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의 완승을 그대로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한국 사회여론조사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인터넷 신문 e윈컴과의 서면인터뷰에서 “내년총선은 양자구도로 치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상대로 열린우리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 앞날을 단언하기는 힘들다. 지금 구도 그대로 총선까지 이어질 경우 양측 다 패배자가 될 것이 뻔하다고 인식되면 정국은 급속도로 개편될 수도 있다. 또한 한나라당이 ‘차떼기’ 수법으로 어마어마한 불법 대선자금을 유용한 것이 드러난 가운데 몰락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향후 정국은 더욱 안개속에 있다.

한편 민주당 김상현 의원 등은 제3 통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통합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뛰쳐나와 또다른 신당을 만들자는 의견이다. 하지만, 통합론자들이 각자 당에서 뛰쳐 나오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그대로 있다면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기만 할 것이기 때문에 김 의원도 비현실적인 방안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의견마저 제기되는 것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현재 위기의식을 갖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대선자금 폭풍은 어느 당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치권은 스스로 정치개혁을 통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당권은 대선직후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정치개혁을 주장하던 세력들이 잡고 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이뤄야 할 가장 큰 숙제가 정치개혁과 총선준비라면 그 동안의 갈등을 접고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던 초기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

대선직후 추진했던 것처럼 양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한 개혁정당 건설, 이것이 가능하다면 대선직전의 노-정 단일화 보다 더 큰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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