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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이고 음성표현전문가 성우는 전문가다"
[사람] 이론서 <성우개론> 펴낸 KBS성우 김석환씨와 감수자 박형욱씨
 
김철관   기사입력  2015/10/10 [10:17]
▲ 저자 김석환씨와 감수자 박형욱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인기협

“성우는 그냥 성우가 아니라 예술가로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강조하고 싶다. ‘말을 예술적으로 하고 싶으면 음성표현전문가인 성우를 보십시오’라고.”

지난 9월 최초로 성우이론서 <성우개론>(형설출판사, 2015년 9월)을 펴낸 KBS 성우 김석환씨가 최근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녹음 스튜디오에서 <성우개론>의 저자 김석환(KBS공채 성우 32기)씨와 감수를 맡은 KBS성우 박형욱(KBS 공채 성우 24기)씨를 만나, 책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지난해 12월 박형욱씨도 말솜씨보다 표현능력을 강조한 <말하지 말고 표현하라>(처음북스, 2014년 12월)를 내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 김석환은 지난 2014년 한국PD대상 성우 내레이션 출연자상(26회)을 탔고, 감수자 박형욱씨도 올해 한국방송대상 성우 내레이션 부문상(42회)을 타 언론에 주목을 받았던 인물들이기에 시청자들에게는 친숙하다. 

▲ 저자 김석환씨     © 인기협


먼저 저자 김석환씨에게 책 제목을 ‘성우개론’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성우계에서 변변한 이론서가 없었다. 과거 실용서 위주로 출판했기 때문이다. 이론서가 있어야 하고, 그 이론서를 바탕으로 학문이라고 하는 것이 정립되기 때문이다. 가장 바탕이 되는 이론서 출현이 절실했다. 그럼 이 책을 개론서라고 부를 있겠느냐를 놓고 고민했다. 개론이라고 부를 때는 그에 합당한 자격을 갖추는 글이어야 하는데, 그에 합당한 자격이 있느냐를 생각했을 때 부끄럽지만 아쉬운 대로 개론이라고 하기 에는 아주 턱걸이 정도를 한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성우 전체 자산이 되기 위해서 ‘성우개론’이라고 하는 제목을 붙였다.” 

책 제목을 정하면서도 선배 성우 감수자인 박형욱씨와 많은 논쟁을 했다고도 했다. 성우론, 성우이야기 등을 가지고 너무나 많은 얘기가 오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곧바로 옆에 있던 감수자 박형욱씨가 말문을 열었다. 

“사실은 성우론, 성우개론, 성우원론, 성우총론까지 놓고 저자와 오랜 논쟁을 했다. 일반인이 보면 ‘성우론’이라고 해야 쉽게 느껴지지 않나 했었는데, 순차적인 느낌을 두고 봤을 때 입문하는 첫 문을 여는 개론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좀 더 뭔가가 갖춰졌을 때 ‘성우론’ 그 다음에 깊게 들어가 원론으로 하면 학문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민해 얻은 결론이다.” 

감수자 박씨의 말이 이어졌다. 이후 대중서인 ‘성우이야기’도 낼 계획이라고도 했다. 

“개론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성우론에 대해서 연다는 의미에서 총괄적인 접근을 했다고 보면 된다. 성우개론은 기본서이고 다음에 이야기 할 것이 ‘성우 이야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성우를 하다 보니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는데, 아주 쉽게 풀어 쓰는 그런 책인 대중서를 차기 계획하고 있다. 이번 ‘성우개론’은 80년 성우 역사에서 기본서가 없어 너무 절실했기 때문에 쓴 것이다.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이론서가 없어서이다. 아나운서론은 있지만 탤런트론은 없다. 그니까 그 오랜 세월동안 성우활동이 축적이 됐고, 세월이 흐르면서 어떤 영향도 많이 받고, 그랬는데 그것을 체계적으로 밝힌 책이 없었다. 저자가 한 달 이상 회사 도서관에 칩거해 노력한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도 느꼈다. 쓰는 것은 한 달 넘게 집중해 썼지만, 저자가 지난 10년간 공부해 온 것이 한 달 노력에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성우 중 여러 훌륭한 선배들이 있을 텐데, 굳이 선배 성우 형욱씨를 감수자로 선택한 이유가 긍금했다. 

“아무래도 책에 관해 얘기하다 보니 뵙는 것이 빈번해 질 수밖에 없었다. 같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보니, 그것을 핑계로 만나 시간을 두고 책에 대해 얘기했다. 이 책을 쓰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바라는 지점들이 성우의 품격이다. 어찌 보면 성우들이 품격에 대해 크게 고민을 하지 않은, 그렇다고 해 품격을 갖춘 성우들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성우 전체를 두고 예술, 품격 등 이런 부분들을 얘기해오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근데 제가 느끼기에 가까운 선배 중에 가장 품격이 있고, 훌륭한 성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등대 같은 여러 선배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우아하고 품격이 있는 분이 감수자 형욱 선배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 김씨가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 감수자와의 소통이 제일 잘됐다는 것이다. 

“책을 쓰기 전에, 책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하다보면 문제의식들이 화두처럼 톡톡 튀어나온다. 대부분 그런 주제들이 나오면 상대방이 피드백이 없거나 문제의식을 갖고 소통이 안 되는데, 형욱 선배는 재밌게도 툭 던지면 합당한 것들에 대해 피드백이 오고, 또 다른 뭔가를 느끼게 하는, 어떤 대화를 하면서 서로 즐거웠다고나 할까요. 평상시에는 저도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했는데 학술적인 것이나 뭔가 명확히 해야 할 부분, 가치에 대한 부분들로 가면 전투적이고 원색적인 반응이 나온다. 사실 과거에 선배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대화를 하면서 존경심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존경심이 바탕이 돼 감수를 해 주라고 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선배의 뒷모습이 참 존경스럽기 때문에 그랬다.” 

▲ 감수자 박형욱씨     © 인기협



저자의 말이 끝나자 곧바로 감수자 박형욱씨가 말을 이어갔다. 대화가 통한 후배이기 때문에 감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해 12월 말 펴낸 책 <말하지 말고 표현을 하라>를 쓸 때도, 처음 말 이상의 가치를 고민했다. 20년 가까운 고민이었는데, 그게 뭘까 고민을 했고, 논문 준비를 하면서 전체 소통에 있어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7%밖에 좌우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외 비언어, 준언어 등을 다 아우르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때 후배가 ‘표현’이라고 쓰면 어때요? 라고 했다. 그 때 정말 이것이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은 늘 쓰는 말이지만 표현이라는 말 자체를 정립부터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책 <말하지 말고 표현을 하라>에 활용했다.” 

이어 박씨는 자신이 책을 쓸 때, 용어 정립에 있어 저자 석환씨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도 했다. 

“과거 나를 포함해 공동저서로 내레이션이라는 책을 썼는데, 참고할 만한 참고자료 하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얘기하면 정립이 되는 구나하는 생각했다. 헤게모니 라고 할까요. 이 책에 장르 내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석환 후배가 조언해 준 것이다. 용어 정립할 때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이렇게 서로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다.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고 평소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가 <성우개론> 쓸 때 도움을 안 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개인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성우 전체의 미래나 현재 그리고 과거를 위해서도 뭔가를 정립하려는 작업이기에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성우개론>을 쓰기 전에 둘이 만나면 서로 예의 바르게 살았는데, 책에 대해 얘기하면서 치열하게 논쟁을 했다.” 

<성우개론> 속에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많이 인용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라고 말을 꺼냈다. 저자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공부하면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우선 성우는 커뮤니케이터라는 전제가 있다. 커뮤니케이터로 작용을 하는데 성우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를 고민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성우는 어떤 관계에서 어떤 전달자 어떤 매개가 되는가가 궁금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들을 찾아보고 공부를 하게 됐다. 그래서 성우들의 커뮤니케이션 관계를 도표화 했다. 내레이션도 작가가 쓴 것, 청자가 듣는 것 사이에 성우가 위치하기 때문에 과연 그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공감대를 어떻게 해석을 하고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들이 있었다. 이런 부분들을 커뮤니케이션 이론들을 보면서 명확하게 알게 됐다. 책을 쓰면서 나중에 전문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이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것도 책을 쓰면서 알게 됐다.” 

▲ 표지     © 인기협



출판기념회를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진행할 생각인가라고 물었더니, 감수자 형욱씨가 대신 말을 했다. 

“오는 24일 3시 30분에 홍대 북스 리브로 북콘서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저자가 성우 32기인데 너무 훌륭한 기수이다. 설록 홈스, 애니메이션, 내레이션, 광고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성우들이 32기이다. 그 기수들을 다 초대를 해 진행을 할 것이다. 북 토크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추천사 써주신 분들을 모시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2부에서는 32기 기수들이 축제처럼 진행할 것이다.” 

저자에게 북 콘서트를 할 때, 관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 한 마디가 궁금했다. 그는 성우의 예술성을 강조했다. 

“성우는 성우가 아니라 예술가로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말을 예술적으로 하고 싶으면 음성표현전문가인 성우를 보십시오’라고.” 

저자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또 다른 이유는 '평화방송'에서 내보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시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교황이라는 말이 나오자 평소 생각했던 프로필과 관련한 말을 꺼냈다. 

“교황 목소리의 주인공으로서 저를 아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요즘 외국 사람들이 쓴 저자 프로필은 대부분 그가 무슨 일을 했는가 등의 일을 중심으로 전개를 한다. 교황청 홈피를 가면 프란치스코 교황도 그가 무슨 일을 했는가 등으로 프로필이 돼 있다. 교황 한 사람을 놓고 보더라도 그가 무슨 일을 했는가가 중요한데, 한국 저서 대부분 교황에 대한 프로필을 찾아보면 첫 줄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화학과 졸업이라고 돼 있어, 웃음이 나왔다. 학력이 먼저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다.” 

▲ 기자와 대화를 하고 있는 저자와 감수자이다.     © 인기협

마지막으로 저자 김석환씨와 감수자 박형욱씨는 독자들이 <성우개론>에 "많은 관심을 가져으면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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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0/10 [10: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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