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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박물관이 아닌 한글역사문화관이다
 [논단] 한글은 박물관에 들어갈 글자가 아니다, 한글 뜻 새길 장소돼야
 
리대로   기사입력  2013/08/06 [15:22]
2010년에 용산 국립박물관 쪽에 짓기 시작한 한글박물관 건물은 올해 안으로 완공될 것이고 새해에 문을 연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 일에 앞장 선 사람으로서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이 일을 추진하는 동안 담당 공무원이 자주 바뀌고, 거기 참여하는 전문가란 이들도 한글박물관을 짓게 되기까지 과정과 목적, 앞으로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있는 거 같아서다. 이 일은 한글 임자로서, 세종 후손으로서 매우 중대한 일이어서다.
 
▲ 용산 국립박물관에 신축중인 한글박물관 조감도     © 한글박물관

한글은 조선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이 만들어 567년 전에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어 놨는데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우리 글자다 . 그러나 그 뒤 조선시대 500여 년 동안 나라 글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빛을 보지 못했고, 이어서 일본 식민지가 되어 우리 말글이 통째로 사라질 번했다. 다행이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연합군에 패망해서 우리 겨레도 한글도 빛을 보았다. 그리고 지난 60여 년 동안 이 나라 글자로서 살아나 우리 말꽃을 피워 ‘한류’라는 이름으로 우리 문화가 나라밖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글과 한국말이 나라 밖에서는 알아주는데 나라 안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한글이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떻게 지켰고 살아왔는지, 한글이 얼마나 훌륭하고 고마운 글자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2007년 내가 중국 대학에 가서 중국 학생들에게 한글을 자랑하니 한국 어디에 가면 좀 더 한글을 잘 알아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자신 있게 알려줄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 한말글을 살릴 정책을 힘차게 펴고 세종대왕 나신 곳을 찾아 겨레 문화 성지로 만들고 한글역사문화관을 세워 온 세계에 한글과 세종대왕을 자랑하자자고 건의했었다.

그 건의에 유인촌 문체부장관이 나를 만나자고 해서 2008년 여름 방학이 되자마자 귀국해 국어운동대학생회 후배인 방통대 조남철 총장과 함께 만났다. 유 장관은 문체부장관 권한 밖의 일은 어쩔 수 없고 문체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중국에 다시 가서 보니 문체부가 한글 주간을 만들고 한글 발전을 위한 일들을 잘하고 있는데 한글역사문화관을 세우겠다면서 그 터를 여주나 지방에서 찾겠다고 헤매고 있었다. 그 목적과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어 나는 2009년 초 귀국했다. 그리고 그 해 5월 15일 세종대왕 나신 날을 앞두고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한글문화단체 대표들과 “한글문화관은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멀어지면 그 만큼 가치가 떨어진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바로 문체부를 방문해 그 뜻을 알렸다. 

▲ 2009년 5월 12일 한글문화단체 대표들이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 리대로

유인촌 문체부는 우리 뜻을 받아들였고 나는 한글단체를 중심으로 한글문화관건립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그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바로 김승곤 한글학회 회장을 그 준비위원장으로 모시고 2009년 10월 8일 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유인촌 장관, 이정현의원, 전병헌의원,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한글단체 대표들이 참석해 출범식을 했다. 그 자리에서 이상보 교수님을 추진위원장, 내가 운영위원장을 맡아 건립 준비에 들어갔다.

‘한글문화관건립추진위원회’는 이날 출범식에서 “한글 창제와 발전 과정과 우수성을 보여줄 한글문화관이 하나도 없다. 한글로 행복을 이루어야 할 우리 배달겨레가 어찌하여 21세기 지금까지 한글문화관 하나 없단 말인가! 입으로만 한글이 우수하다고 떠들고만 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이제 자랑스러운 한글문화관을 세종의 얼이 살아 있는 나라 한복판에 우뚝 세워 만방에 알리자! 이 일은 우리의 역사 사명이요, 이 시대의 강력한 요청이며, 조상과 후손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 도리다.”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건립할 터가 문제였다. 나는 광화문 앞 시민열린마당이나 경복궁 동쪽 옛 기무사 터, 그 옆 미국 대사관저 터가 좋다고 했지만 뜻대로 안 되어 문체부가 용산 국립박물관 쪽에 땅을 내주겠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그 곳에 세우기로 했다. 그런데 또 건립 예산이 문제였다. 국회에서 이정현, 전병헌, 정두언 의원과 여러분이 힘써 352억 원이 확보되어 건립준비에 들어갔다. 그렇게 되기까지 문체부 담당 과장과 국장도 애썼지만 김준 사무관이 소신을 가지고 애를 많이 썼다. 그리고 그 해 12월 중국이 은허발물관이 있는 하남성 안양시에 중국문자박물관을 개관하고 북경에서 문자박람회를 연다고 해서 추진위원, 관련 전문가와 공무원들을 이끌고 그곳을 참관하고 중국보다 한글박물관은 잘 지을 것을 다짐했었다.
 
▲ 2009년 12월 중국 하남성 안양시에서 개관한 중국 문자박물관을 참관한 추진위원들.     © 리대로

그런데 그 뒤 2010년 초 문체부는 한글단체 중심인 ‘한글문화관건립추진위회’를 ‘한글박물관건립자문위원회’로 바꾸자고 한 다음에 명칭부터 ‘한글문화관’이 아니고 ‘한글박물관’으로 바꾸고, 건축 공모와 그 추진 과정에서부터 나와 한글단체는 참여시키지 않고 문체부 멋대로 추진하고 있다. 그 때 추진위원회에서는 그 명칭도 국민을 상대로 현상공모를 해서 ‘한글누리’로 뽑았으며, 전시 자료와 유품도 기증받고 있었으나 모두 중단 되었고, 건물도 우리 고유 건축양식과 모습이길 바라고 있었으나 지금 짓고 있는 건물은 그렇지 않다.

아직 한글은 박물관에 들어갈 글자가 아니다. 옛 책은 도서관이나 디지털박물관에 있어도 된다. 제발 이름은 박물관이지만 처음 건립 목적대로 한글 탄생과 발자취,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땀을 흘렸으며, 훼방꾼이 있었는지 알려주어 온 국민이 한글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도록 하자. 이제 한글이 표기 수단으로는 자리를 잡았으나 잘 활용할 줄 모른다. 한글을 빛내어 한글문화를 꽃피우고 세계 문화 발전에도 이바지 할 한글 발전 중심기지로 만들자. 그래서 한글과 세종대왕을 우습게 여기는 이들이 사라지고 온 국민이 한글을 자랑하며 어깨를 펴고 떳떳하게 살도록 하자. 그래서 온 세계인 찾는 문화관광지가 되어 한글로 돈도 벌고 힘센 나라를 만들어 자부심을 가지고 살도록 하자.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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