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19대 총선결과에 대한 시민사회의 성찰
[김주언의 뉴스레이다] ‘2013년 체제’ 만들기 위해서는 다시 눈 부릅떠야
 
김주언   기사입력  2012/04/23 [00:55]
국민적 관심 속에 끝난 19대 총선 결과를 놓고 시민사회는 ‘새누리당의 선전, 야권의 실질적 패배’로 평가했다. 새누리당이 과반이 넘는 152석을 확보하여 제1당의 위치를 지키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140석을 얻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42.8%, 민주통합당 36.45%, 통합진보당 10.3%, 자유선진당 3.23%로 야권이 근소하게 앞섰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압승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참여연대는 “이번 총선을 대선 전초전이라고 본다면, 어느 정당도 확실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결과”라고 밝혔다. 경실련도 “야당의 실패로 새누리당이 반사 이익을 얻은 것일 뿐, 새누리당 스스로가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고 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시민사회의 총선결과 평가는 일반적 분석과 궤를 같이 한다.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여 쇄신노력을 기울이고 공천개혁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선긋기 등으로 보수적 유권자들을 효과적으로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반면 야권은 공천파동과 경선 부정 논란, 막말파문 등에 대한 대처방식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선거전략과 리더십의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게다가 정권심판론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개혁 정책공약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누리당이 과반이상 의석을 확보한 것은 표의 등가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 에 기인하기도 한다. 현행 선거제도는 정당의 지지율과 의석수를 비교해 보면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객관적으로 의석에 반영하는 데 한계가 많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전형적인 ‘여촌야도’(與村野都) 현상을 보여 새누리당은 정치의 중심인 서울 등 수도권에서 패배했다. 경실련은 “결국 국민이 새누리당에 진정성 있는 지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참여운동’과 ‘감시운동’을 동시에 벌였다. 직접적인 시민정치행동을 내건 ‘내가 꿈꾸는 나라’(내꿈나라) ‘혁신과 통합’ 등과 1,000여개 시민단체가 합세한 유권자운동 단체 ‘2012 총선넷’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시민운동이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민사회의 분열과 역량부족을 드러냈을 뿐이다.

'내꿈나라'를 중심으로 혁신과 통합에 참여했던 시민사회인사들은 민주통합당 입당을 통해 선거에 직접 출마해 시민정치운동의 동력이 현저히 축소됐다. 이들은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보다는 기존 정당구조에 편입돼 구태 정치를 되풀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내꿈나라는 공동대표 2명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금뱃지를 달았을 뿐이다. 독자적 정치실험을 내세운 초심은 온데간데 없이 ‘호가호위(狐假虎威)식 정치참여로 권력집착적 권모술수라는 구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는 냉혹한 평가도 곁들여졌다. 이들의 의회 진출은 과거 시민사회인사들의 정치권 영입과정과 다를 바 없다. 혁신과 통합 결성, 시민통합당 창당, 민주당과의 합당이라는 좀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쳤을 뿐이다.

총선넷은 이번 총선을 ‘기억, 약속, 심판’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심판운동과 약속운동, 투표참여운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총선넷이 발표한 최종 심판대상 139명 중 60명(43%)이 낙선했고, 3회이상 심판명단 중복선정자 55명 중 12명(27%), 집중 낙선대상자 10명 중 3명(30%)만 낙선하는 등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총선넷은 낙선운동에 집중하기 보다는 4대강, 한미FTA, 비정규직 차별/정리해고, 반값 등록금, 검찰개혁 등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을 정치적 쟁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19대 총선의 핵심 쟁점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고 자평했다. 야권이 명확하고 일관된 개혁비전과 공약을 제시하기보다 임기응변적이고 모호한 대응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한계는 시민사회 자신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총선넷이 집중적으로 추진한 약속운동은 나름대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시민의견을 수렴하여 제시한 33대 정책과제에 대한 약속운동에 223명의 후보자가 동참했고, 이중 65명이 당선됐다. 총선넷은 당선자들의 약속을 씨앗으로 삼아 19대 국회에서 민생개혁과제들을 관철하기 위한 새로운 유권자 운동에 착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54.3%로 18대 총선보다 높아졌다. SNS를 통한 선거운동과 투표독려가 자유로워져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의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결코 높은 투표율이라고 할 수는 없다. 총선넷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야가 정당정치를 성숙시키기 위한 혁신의 노력을 배가해야” 하며 “투표당일 출근하는 직장인과 일용직 노동자들을 위한 투표시간 연장 또는 사전투표제 도입이 조속히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는 이번 총선과정에서의 참여운동과 감시운동을 토대로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의정 단상에 오른 시민사회인사들은 시민운동 당시의 마음가짐을 잃지 말고 민생을 위한 정치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총선넷이 제시한 33개 정책과제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선도적 역할은 그들의 몫이다. ‘내가 꿈꾸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헌신적 노력을 기대한다.

감시운동에 참여했던 많은 시민단체들도 다시 눈을 부릅떠야 한다. 과반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언론노조 파업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현안을 힘으로 밀어붙이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국회가 민간인 불법사찰 등 이명박 정부의 거듭된 실정을 철저히 파헤치고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 연말 대선을 통해 ‘2013년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시도 쉴 틈이 없다.
언론광장 감사, <시민사회신문>(http://www.ingopress.com) 편집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2/04/23 [00:5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