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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를 위한 정당은 안 보인다
[김영호 칼럼] 청년들과 여성 직능은 우대, 고령화시대 노인배려 없어
 
김영호   기사입력  2012/03/20 [03:58]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누가 어디에 어느 정당으로 출마하는지 전체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인물이 정당의 공천장을 받아 낙하산을 타고 불쑥 나타난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국회의원을 하거나 거론되던 인물은 온데 간데 없고 엉뚱한 인물이 나타나 표를 달란다. 국민경선, 모바일투표, 단수공천, 전략공천, 경선대상, 현장투표가 뭔지 모르는 유권자들이 너무나 많다. 그것도 노령자는 절차와 요령을 몰라 참여하기 어렵다. 20대의 투표율이 높아졌다고 청년지역구후보, 청년비례대표는 있지만 고령화시대에 노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배려는 전혀 없다. 유권자가 안 보이는 한국적 정당의 모습이다.

선거철이 오면 정당들이 앞다퉈 간판을 바꿔 달고 다시 분칠하기에 바쁘다. 이번 총선에서도 예외 없이 신장개업을 되풀이한다. 새누리당의 허울을 벗겨보면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주자유당이 나오고 마지막 꺼풀을 들어내면 영남지역에 기반을 둔 신군부의 민주정의당이 나온다. 민주통합당의 큰 줄기는 호남지역에 연고를 둔다. 새천년민주당의 겉옷을 벗겨내면 국민회의에 이어 평화민주당이 나온다. 새천년민주당이 노무현 정권의 모태였지만 집권 이후 주류가 열린우리당의 기치를 들고 나오고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비주류는 민주당이란 간판 아래 잔류한다.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이후 두 갈래로 나눠진다. 동면하던 친노세력이 MB의 실정으로 깨어나 다시 민주당과 합세해 민주통합당으로 탈바꿈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 2011년 4⁃27 재보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의 패배는 한나라당을 공황상태에 빠뜨렸다. 그 틈을 타서 장막 뒤에서 무언의 정치를 수행하던 박근혜가 당권을 접수해 버렸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스스로 위원장을 맡더니 20대 위원, 20대 후보를 발탁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패인이 20~40대의 외면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합당이란 절차를 거친 민주통합당은 한명숙을 주축으로 하는 친노세력이 당권을 장악했다. 민주당의 주도세력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양당이 당대표를 지낸 인사들조차 공천에 목을 매고 숨죽이는 모습이다.

두 당이 공천심사위원회를 급조해서 한 달 남짓 사이에 300명 가까운 후보자를 추려낸다. 공천개혁, 쇄신공천을 외치지만 공천위원의 면면을 보면 더러 명망가도 보이지만 누가 누굴 심사하는지 모를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어디에도 국민의 대표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출마자는 모바일투표나 여론조사를 통해 뽑는다지만 공천위원은 그런 절차가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당지도부가 심사위원을 위촉할 테니 그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것이다. 시간은 촉박한데 엄격한 기준도 없이 천명단위의 응모자 가운데서 후보자를 가려내야야 한다. 당사무국에서 마련한 기초자료와 2~3분 면담에 의존할 테니 기업의 신입사원 선발보다 얼마나 나을지 모르겠다. 졸속심사가 뻔하니 엉뚱한 인물을 뽑아 사천이니 갈라먹기 하는 시비가 그치지 않고 공천박탈이니 공천반납이니 하는 추태가 벌어진다.

두 정당의 공천과정을 보면 물갈이란 말이 대세인 것 같다. 다선을 마치 흠결로 보는 분위기다. 그들을 여러 차례 뽑아준 유권자를 탓하는 듯하다. 의정활동의 공과를 따지기보다는 무조건 바꾼다고 몰아가니까 하는 말이다. 의회제도는 장로제도(gerontocracy)에서 발달해왔는데 의회활동을 통해 쌓은 경륜은 필요 없다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단수공천이니 전략공천이니 하며 시끄러운데 유권자는 뭔가? 국민의 대표를 장기판의 졸 돌리듯이 여기서 뽑아서 저기에 마구 박는다. 유권자는 정당이 내려 보낸 낙하산을 누구인지도 묻지도 말고 그냥 찍으란 소리인가?

모바일 투표는 비용이 싸고 유권자의 뜻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취지는 훌륭하다. 자발적 참여도가 낮다보니 조직력과 인지도가 높은 현역의원이 공천장을 거머쥐기 마련이다. 그 꼴이니 후보검증도 거치지 않은 세습지역구가 튀어 나온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보격차에 따라 소외지대에 놓인 노년층은 기기사용법을 몰라 참여 자체가 봉쇄된다는 점이다. 청년층을 위한 복지공약을 남발하고 20대를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공천한다. 흥행을 노린 나머지 20대에게 표를 달라고 아첨하는 꼴로 비친다. 여성할당제와 직능대표제를 운위한다. 하지만 노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천은 없다. 온라인에서 정치적 발언권이 약하다는 이유일 것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았지만 고용구조는 연소화하고 있어 노령대책이 국가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것은 연령차별이다. 유권자를 위한 정당이 없는 모습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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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3/20 [03: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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