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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은 논의하고 수신료는 포기하라
[시론] 국민 직접세 수신료 인상 의견 수렴 더해 차기 국회에서 처리해야
 
김철관   기사입력  2012/01/08 [00:17]
지난 5일 저녁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위원장 전재희)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위원들이 야당 위원들을 따돌리고 '미디어렙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또 이 시각 한나라당 문방위 위원들은 미디어랩법안을 처리하면서 꼼수를 부려 '수신료 인상 소위원회 구성안'도 의결했다.

미디어렙법안 문방위 의결을 놓고 시민사회단체들간 의결을 원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논쟁을 틈타 국민들에게 민감한 수신료 소위구성안을 끼어 날치기했다. 찬반을 논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나라당에 의해 한방 맞는 꼴이 됐다. 특히 3개월 여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이 여론의 향배도 가늠하지 못하고 간큰 행동을 한 것이다.

한나라당 위원들이 수신료 소위 처리 명분을 ‘KBS공영성 강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수신료 처리가 사실상 힘들어지자, 미디어렙법안과 연계해 끼어 처리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얼마 전까지 수신료와 연계하지 않겠다고 공헌한 한나라당이 한마디로 너무 비겁한 행동을 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31일 성명서까지 이례적으로 채택해 ‘미디어렙법안 논의에서 수신료를 연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5일 밤에는 ‘미디어랩법은 수신료와 연계돼 있으므로 수신료 소위위원회를 구성해 다음 임시국회(오는 2월 정도)때 미디어렙법안과 동일하게 논의해 한다’고 말을 바꾸었다. 이는 수신료를 처리하지 않으면 미디어랩도 처리할 수 없다는 엄포이기도 하다.

국민의 직접세인 수신료는 국민들의 여론을 좀 더 깊숙이 살펴야 한다. 특히 작년 KBS 기자의 국회 도청의혹이 터졌고, KBS에 대한 공영성, 공정성, 공익성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문제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는 이 때, 수신료 인상을 처리하겠다는 발상은 수신료를 부담할 국민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발상이기도 하다. 특히 KBS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MB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까지 받고 있다는 점도 염두해야 한다. 수신료 인상으로 KBS의 재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KBS에 주던 기업광고를 자연스레 한나라당과 여당에 우호적인 종합편성 채널로 흘러 들어가게 하겠다는 광고 밀어주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수신료 인상은 국민들의 여론을 좀더 충분히 수렴한 후, 차기 19대 국회에서 처리해도 무방한 것이다. 설령 이번 회기내에 처리한다고 해도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은 자명한 일이다. 바로 역풍을 막기 위해서도 한나라당은 미디어렙법안과 수신료 인상 문제를 연계해서는 절대 안된다.

미디어렙의 취지는 광고와 방송의 제작‧편성을 분리해 방송의 공익성과 공정성,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광고기업과 방송의 유착을 막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직거래 광고를 허용하면 뉴스 보도를 빌미로 기업 광고를 확보하고, 광고주는 광고를 통해 방송을 통제할 수 있는 경제적 통제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결국 손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인 국민의 몫이 된다. 방송의 직거래 광고를 막는 제도가 미디어렙인 것이다.

국민들이 간접세 성격의 기업 광고를 공정하게 방송에 나눠주겠다는 미디어렙과 국민들의 직접세인 수신료는 본질적으로 연계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광고는 국민이 부담하는 돈이기는 하지만 기업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수신료는 국민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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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1/08 [00: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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