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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미디어 양극화’, 언론이 사라져
[김주언의 뉴스레이다] 조중동 종편 미디어 생태계 교란, 민주주의 위협
 
김주언   기사입력  2011/11/21 [00:24]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국정목표로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영어로, 게다가 원어민조차 무슨 뜻인지 헤아리기 어려운 새로운 조어(造語)를 슬로건으로 세운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가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언론과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들 슬로건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아마도 노무현 정부가 기업과 언론에 적대적이었다는 어거지를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제 집권후반기에 들어와서야 이명박 정부의 의도가 명확해졌다. 슬로건의 속내도 확실하게 드러났다. 속내는 ‘대기업 프렌들리’와 ‘조중동 프렌들리’였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재벌은 살찌우고 서민은 쪼들리게 한다’는 말을 포장한 슬로건에 다름 아니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와 고환율정책으로 재벌기업은 고속으로 성장하고 서민은 전세대란과 물가폭등으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했다.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했고, 부자와 서민의 골은 가파르게 깊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후반기에 들어 ‘친서민 정책’과 뜻도 모호한 ‘공생발전’을 내세웠지만, 공염불에 그쳐버린 느낌이다.

‘프레스 프렌들리’는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사에는 특혜를 주고 비판적인 언론사는 말려 죽이겠다’는 뜻임이 명확해졌다. ‘MB사전’에는 ‘프레스’란 ‘정권에 우호적인 보수신문과 정권이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들이 장악한 방송사’로 정의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선지 시민사회의 끈질긴 반대에도 무릎쓰고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 정권에 우호적인 신문사에 종합편성 채널을 허가했다. 게다가 이들 종편채널에는 직접광고를 허용하고 황금채널을 배정하는 등 온갖 특혜를 주려 한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자신에 우호적인 대기업과 신문사에 대해서만 각종 특혜를 베풀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들어 부자와 서민의 골이 깊어진 것처럼 언론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부유한 족벌 신문사들과 그밖의 가난한 독립 신문사들 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족벌 신문사들에게는 방송사를 쥐어주었을 뿐 아니라 각종 특혜를 줌으로써 독립 신문사들은 더욱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조중동 사랑’은 이들 신문사들을 국정의 동반자로 삼고 있는 데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집권 후반기를 치닫는 이 대통령은 이들 보수신문 출신들에게 언론 및 정무 분야를 이끄는 중책을 맡겼다. 청와대는 홍보수석에 중앙일보 출신 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 조선일보 출신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을 정무수석에 기용했다. 대통령 신임이 두터운 동아일보 출신 이동관 언론특보와 함께 조중동 출신 언론인들이 청와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이 가운데 김 수석은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으로 구속됐지만, 그만큼 이 대통령의 조중동 사랑은 각별하기만 하다.

이 대통령만 조중동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조중동도 그만큼 이 대통령을 사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최대 비리사건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MB 사저’에 대한 보도태도만 보아도 그렇다. 이 대통령이 퇴임 후 기거할 내곡동 사저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해 국민의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를 놓고 ‘노방궁’이라고 까지 비난했던 이들 보수신문은 봉하사저에 비해 16배나 많은 국민혈세가 투입되고 규모마저 방대한 MB 사저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가 돼버렸다.

이렇듯 사랑스러운 ‘애완견’ 조중동에게 종편을 허용한 것은 이 대통령의 퇴임후를 대비한 것일지도 모른다. MB사저에 엄청난 규모의 경호동을 지으려는 것은 아마도 성난 시위대의 공격 등을 대비한 것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왔다. 그러나 조중동마저 ‘공격견’으로 돌변하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에는 온순하지만 죽은 권력에는 미친 듯이 달려드는 ‘하이에나 근성’을 가진 언론의 속성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중동을 ‘집 지키는 개’로 만들려면 임기 중에 맛있는 먹이를 많이 주어 길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는 언론법을 개정하면서 “신방겸영을 허용하여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만들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여 일자리 3만 개를 만들 수 있다”고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도 당시 여기에 동조하며 언론법 개정에 앞장섰다. 그러나 이러한 청사진은 환상에 그쳤다. 예상대로 조중동과 매경에 종편을 허용한 뒤 연말 방송개시를 앞두고 있지만 글로벌 미디어그룹은 커녕 ‘걸음마를 뗄 수 없는 신생아’로 치부되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이들 종편에 광고주와 유착해 광고의 직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미디어렙법의 통과가 지연되면서 ‘방송계의 미꾸라지’로 치부되는 이들 종편은 벌써부터 광고예약판매에 나섰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에게 황금채널을 배정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자신에 유리한 뉴스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시청률이 낮으면 별로 효과가 없기 때문에 낮은 번호의 시청률이 높은 채널 인근에 종편 채널을 끼워 넣도록 한 것이다.

특히 케이블TV와 위성TV를 통해 시청자에 전달되는 종편은 지상파 방송과 달리 중간광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제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영화 등 모든 프로그램의 중간에 마구잡이로 광고가 끼어들 여지가 생긴다. 그동안 시청자의 시청불편과 프로그램의 상업화를 우려해 시민단체에서 줄기차게 반대해오던 ‘중간광고’가 아무런 제재없이 풀어지는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민물 생태계를 교란시키듯 종편은 방송계뿐만 아니라 미디어 생태계를 혼탁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과 달리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하면 ‘허가받은 조폭의 행태’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지 않아도 신문사들의 난립과 치열한 광고수주 경쟁으로 신문업계는 이미 혼탁해져 있다. 이런 판국에 종편들까지 끼어들면 언론계가 난장판이 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종편은 지상파 방송과 달리 부정적 기사를 앞세워 대기업에 광고를 압박하더라도 법적인 규제 장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기고를 통해 “과거의 군사독재 권력은 비판적인 매체 하나를 대상으로 광고를 끊어 언론을 통제했지만 방송 때문에 10년간 정권을 빼앗겼다는 황당한 인식을 가진 보수세력은 이제 자기네 채널에 광고를 몰아주고 나머지 매체는 아예 굶겨 죽게 만드는 방식으로 생태계 자체를 교란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대기업을 키우고 서민을 옥죄었듯이 ‘프레스 프렌들리’는 자신에 우호적인 부자 신문사를 키우고 가난한 신문사와 방송사는 더욱 쪼들리게 하려는 정책에 다름아니다. 광고주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종편 출범으로 종이 신문과 중소 케이블 방송이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광고주와 광고회사 관계자들은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의 종편 네 곳의 내년도 광고 매출을 5000억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반면 종이신문은 17%(2794억 원), 중소 PP는 17%(304억 원), 지상파 계열 PP와 유료 MPP는 12%(868억 원)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게다가 종편이 ‘이명박 수호견’이 되어 왜곡되고 편파적인 방송을 내보낼 경우 내년 양대 선거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언론학자들은 종편이 방송의 공정성을 팽개친 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폭스TV처럼 편파‧왜곡보도를 남발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방송은 이명박 정부 등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좌파’로 몰아붙이는 보수세력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론시장이 보수 일변도로 과점되어 다원성과 다양성이 크게 훼손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여론시장의 과점현상은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저해요소가 된다는 점은 언론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언론인의 각성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언론광장 감사, <시민사회신문>(http://www.ingopress.com)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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