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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름 바꿔라'에 KB(국민은행) 성의없어
한글운동단체, 서울지법에 KB상대 손해배상청구 진정서제출
 
이대로   기사입력  2003/11/06 [11:46]

지난해 11월 28일 한글학회(회장 허웅), 국어문화운동분부(회장 남영신), 세종대왕기념사업회(회장 박종국) 들 3개단체와  남영신(국어학자), 서정수(한양대 명예교수), 김세중(국립국어연구원 규범부장), 이대로(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대표), 최기호(상명여대 교수), 이동훈(부산침례교회 목사), 박종만(까치글방 대표), 김성규씨(경기대 교수)들이 국민은행과 KT가 기업 간판을 각각 ‘KB’와 ‘KT’로 쓴 행위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로 국어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큰 불편과 정신적 타격을 입혔다"며 두 회사를 상대로 서울지법에 2억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었다.

▲진정서를 내기 위해 서울지방법원에 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김경희 공동대표와 사건 담당 홍영호변호사실 박건기 사무장     ©이대로
이에 따라 서울지방법원은 정식 재판에 앞서 지난 10여 개월 동안 원고와 피고의 합의를 이끌기 위해 3차에 걸쳐 조정재판을 했으나 피고들이 협조를 하지 않아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정식재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를 지켜본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 외솔회 회장 김석득,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이봉원 회장 등 한글운동단체 대표와 회원들 29명은 무성의한 피고들의 태도에 분개하면서 " 이제 법원이 우리 말글을 살리기 위해서 저들에게 엄한 벌을 주셔서 우리말이 살아날 계기가 되고 우리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역사에 빛날 판결을 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진정합니다."라는 진정서를 서울지방법원에 냈다.

지난 열 달 동안 이 소송에 앞장서서 참여한 국어문화운동본부 남영신 회장은 " 우리는 저들에게 벌을 주거나 손해를 입히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저들이 한 일이 우리말을 죽이는 일로서 잘못임을 깨닫고 국어발전을 위해 협조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재판부도 피고들이 발전을 위한 일과 우리말을 살리고 지키는 문화사업을 하기로 하면 합의재판으로 끝내자고 해서 우리는 그에 응했다. 그러나 피고측 KT는 성의를 보였으나 KB(국민은행)는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아 조정재판이 깨지고 정식재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면서 우리말과 법을 무시하는 국민은행의 태도에 분개하였다. .

▲법원 창구에서 진정서를 접수하는 김경희 대표     ©이대로
이를 지켜본 한글운동단체 대표들을 대신해 진정서를 접수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김경희 공동대표는 법원을 나오면서 "어쩌다가 우리말이 이렇게 천대를 받고 죽어가게 되었는지 가슴아프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우리말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힘써도 어려운 세계화 태풍 앞에 국가의 기간 기업이 앞장서서 나라말을 버리고 있으니 나라의 앞날이 매우 걱정된다.  힘없는 한 국민이지만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바쁜 일 미루고 나왔다.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며 굳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재판부가 언제 어떤 판결을 내릴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재판부까지 우리말을 버리면 우리말 운동가들은 말할 것 없고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개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거리에선 우리말 간판은 더 사라질 것이고 미국말 간판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만약 한글단체 대표들이 진정서를 낸 대로 저들에게 벌을 주면 우리말이 기를 펴고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미국말글 간판을 탓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정도가 미국말 열병이 깊어졌는데 한국 재판부는 어떻게 보는 지 궁금하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니 한강에 돌 던지기가 아닌지, 제나라 말을 버려야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기업들이 판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지 알 수가 없어 마음이 무거운 하루였다.


 [ 진 정 서 ] 존경하옵는 재판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나라와 겨레를 위해 우리말을 살리고 빛내는 일이 국민으로서 바른 도리요 조상과 후손을 위해서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믿고 우리말글 사랑운동들 열심히 하는 사람들입니다.

재판장님과 여러 판사님들께서도 나라와 겨레를 위해서, 또 바르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바른 재판을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신 줄 압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지난 2002년 11월 28일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국어문화운동본부와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이대로 공동대표 외 7명이 우리말 회사이름을 버리고 영문으로 회사 이름을 바꾼 KT와  KB(국민은행)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 (사건번호 2002 가합 76796호 )을 낸 일이 있는데 그에 관한 진정입니다.

법원장님께서도 잘 아니다시피 거리 간판뿐만 아니라 상표와 회사이름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말을 버리고 미국말 일색으로 바뀌고 있어 우리말과 한글이 바람 앞의 등불 꼴이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말의 위기입니다. 더욱이 옥외광고물관리법에 간판 글씨는 우리 한글로 쓰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법이 없더라도 더 우리말을 걱정하고 빛내기 위해 힘써야 할 국영기업이나 마찬가지인 한국통신과 국민은행은 그 법과 우리말을 무시하고 외국말 사용 열풍을 부채질해서 우리말 살리기 운동을 하는 국민에게 큰 충격과 함께 정신피해를 주었을 뿐 아니라 국어운동을 힘들게 만들어 물질로도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들은 지난 열날 남짓 동안 3차 조정재판을 통해서 아무런 죄책감이나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음으로서 그들이 얼마나 우리 말글과 국민을 무시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무성의한 태도에 국민이 절망하며 또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제 법원이 우리 말글을 살리기 위해서 저들에게 엄한 벌을 주셔서 우리말이 살아날 계기가 되고 우리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역사에 빛날 판결을 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진정합니다.

2003년 11월 5일

진정인: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 외 28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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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1/06 [11: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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