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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도 서울은행 꼴이 되고 싶은가
대한민국의 은행은 잊어달라는 국민은행ba.info/css.html'>
 
이대로   기사입력  2002/10/29 [23:35]
{IMAGE1_LEFT}국민은행이 회사 간판을 영문 KB로 바꾸고 신문과 방송에 광고를 하고 있는 데 수 백억원을 날리는 것 같다. ‘국민은행’이란 한글은 조그맣게 쓰고 KB란 영문은 아주 크게 써 달고 있는데 얼빠진 짓이고 헌돈쓰기로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 앞서서 서울은행이 ‘서울은행’이란 한글이름은 조그맣게 쓰고 SEOUL BANK란 영문은 아주 크게 써달면서 세계화 한다고 하더니 얼마가지 않아 은행은 망해서 엄청나게 많은 공적자금이란 나랏돈을 먹고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헐값으로라도 팔려하지만 사는 사람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원들이 헛바람들고 얼빠진 짓을 해서 자신들만 고통받고 망한 것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들에게까지 피해를 보게 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 1일치 일간 신문들에 두 쪽엔 5단 크기와 맞먹는 광고를 내고 그 다음 한 쪽에 전면 광고를 냈는 데 한 신문에 수천 만원은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광고 내용은 “별이 되겠습니다”와 “오늘 당신의 하늘에 처음 보는 별이 뜹니다”란 조그만 글씨의 글 두 개와 그 보다 큰 KB 란 영문자와 거미(그들은 별이라고 하나 내 논엔 거미로 보임) 같은 커다란 회사 표시였다. 저들은  또 'KB 국민은행 이 새롭게 나아갑니다'라면서 구호로 'Think Star' 를 외치고 "대한민국의 은행은 잊어주십시오"라고 선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은행은 잊어달라니 이제 별처럼 이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 은행이 된다는 말인가? 어딘가 죽겠다는 말로 들려서 그 앞날이 어둡게 보이는 광고문이다.

나는 지난날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을 주로 거래했는데 이번에 저들이 저런 얼빠진 짓을 하는 것을 보니 당장 발길을 끊고 싶다. 내가 아는 한 분은 오랫동안 국민은행을 거래했는데 어느날 그 은행에 가니 국민은행은 없고 영문으로 KB란 간판만 보여서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은행이 자주 망하고 없어지기도 하니 국민은행이 망해 없어진 줄 알고 놀란 것이다.

저들은 지난달 우리 서민을 상대로 또 그 도움으로 돈을 잘 벌고서 이제 우리 국민과 고객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서민은행이란 인상을 씻어버린다고 하는 것이 그 속마음을 보여준 말이다. 서민들의 사랑과 지원으로 돈벌고 튼튼한 은행이 되고서 그 은혜를 저버리겠다는 것이다. 저들의 배은망덕한 처사를 보면서 절대로 세계에 이름난 기업이 될 수 없다는 예감이다. 근본을 저버리고 일이 잘 될 수가 없다.

{IMAGE2_RIGHT}삼성전자는 본래 제 이름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장사를 잘 하고 있으며, 그 이름으로 세계에 이름난 회사가 되었지만 삼성전자보다 더 잘 나가던 금성전자는 '엘지'라 영문으로 바꾼 뒤 삼성에 뒤처졌으며, 현대전자는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꾸고 잘 되지 않은 것을 보면 꼭 영문 이름으로 바꾸는 것만이 세계 기업이 되는 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얼빠진 짓을 하다가 망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은행 누리집(홈페이지)를 가보면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라고 크게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제 나라 말글을 버리고 남의 나라말글로 창씨개명하는 것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인가?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하다. 서민과 고객을 위한 생각을 하지 않는 기업, 좋은 기업인가? 아무리 외국에 넘어간 은행이라고 해도 지금 이 나라 국민을 상대로 장사하고 돈벌고 있다. 그런데 그 국민과 고객을 무시하고 세계의 은행이 되겠다니 말도 안 된다. 우리 나라의 제일 큰 은행이 우리 나라 말을 버리기 위해 헛돈쓰고 있는 꼴이 슬프다.

본래 자신의 이름은 함부로 바꾸고 버리는 것이 아니다. 자기 나라의 말글도 함부로 버리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나라의 기업들이 자기 나라 말로 된 회사이름을 떡먹듯이 쉽게 버리고 남의 나라말글로 바꾸고 있다. 자기 나라 말로 된 이름을 버리는 것이 세계화로 알고 있다. 일이 잘못되어도 너무 잘못되었다. 이 잘못된 유행병을 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이 겨레와 이 나라의 말글은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국민은행도 내 년에 완전히 민영화 한다고 하는데 그 땐 한국통신처럼 아예 '국민은행'이란 우리말 이름을 버릴 것으로 보인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이제 우리말 상표 지키기에 국민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 / 본지 고문

* 필자는 우리말글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이자 한글인터넷주소추진 총연합회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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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0/29 [23:3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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