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죽돌이, '담대한 진보'를 말하다 6.2 지방선거 이후 정치인들 사이에 '트위터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트위터에 입문해 직접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은 더욱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트위터를 통한 '소통의 파워'를 절감한 정치인들로선 더 이상 트위터를 무시할 수도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동영 의원 트위터.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제가 주장하는 '담대한 진보'란 한마디로 말해서 좌회전 깜빡이 키고 우회전할 것이 아니라, 역동적 복지국가의 방향으로 확실하게 좌회전하자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담대한 진보는 2007년 패배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 대자보 | |
지난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전 정동영 의원도 일명 '트위터 죽돌이'이라 불릴 정도로 열성적이다. 토론의 장으로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는 정 의원은 지난 5월 자신의 팔로워들과 주고받은 트윗 메시지를 간추려 책까지 발간했다. 그는 "지방선거 한달 동안 지원 유세 다니느라 트윗 못한 게 제일 고통스러웠다"며 진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일 선거 당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투표참여 운동을 벌이기도 했던 정 의원은 지방선거 이후엔 향후 자신이 펼쳐갈 정치적 비전과 정책 방향을 알리며 네티즌과 소통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를 만들어가고, 한반도 평화공영체제를 실현해낼 것", "강한 야당, 국민의 맘에 드는 야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정치적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 의원의 트위터에서 눈길을 끄는 건, 그가 최근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중심 화두로 던지고 있는 '담대한 진보'와 관련한 그의 생각들이다.
"2007년 패배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나온 것" 그는 지난 7월 2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제가 주장하는 '담대한 진보'란 한마디로 말해서 좌회전 깜빡이 키고 우회전할 것이 아니라, 역동적 복지국가의 방향으로 확실하게 좌회전하자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담대한 진보는 2007년 패배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때 꿰뚫어보지 못했다. 2008년 9월 세계의 경제질서를 지배해 온 월가가 저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이라며 회한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또 "복지를 위한 진보, 그것이 담대한 진보이며 민주당은 복지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인 과제는 4대 서민정책"이라며 "850만 비정규직, 300만 소기업 영세자영업자, 200만 차상위계층, 100만 청년실업자를 위한 정책이 그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지일관하겠다"며 담대한 진보란 화두를 가지고 민주당을 좌쪽으로 변화시켜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보수는 유럽에 갖다 놓으면 극우에 해당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9일에는 "의료보험 민영화는 반드시 막을 것"이라며 "오히려 건강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돈 없어서 병원 못 가고, 돈 없어서 하고 싶은 공부 못 하는 그런 국민들이 없는 것이 제 간절한 바램"이라고 말했다.
의료보험 민영화 저지·대학 서열화 폐지…거침없는 '좌클릭' 11일엔 "오 나의 주님 풀벌레 울음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밤 어떻게 막아야 하나요, 4대강 사업을 막을 힘을 주세요 주님"이라는, 팔당 송촌리 망루에서 릴레이 금식기도 중인 목사가 쓴 일기장의 한 구절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림 같이 아름다운 두물머리 한강...자연의 손이 이렇듯 아름다운 강을 만들었는데, 인간은 어이하여 이를 허물려 하는고.."라며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추진을 개탄했다.
지난 6월 7일에는 "경쟁보다 협동이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한다. 6개 시도의 진보교육감 등장은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학 서열화를 깨는 정책이 급하다"고 말해 진보적 교육관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절벽 같이 단단한 경쟁교육 시장주의 교육 현실을 바꾸려면 우선 벽에 구멍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생활정치의 핵심은 사교육비 감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정 의원은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민간인 불법 사찰, 집회의 자유,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등과 관련, 이명박 정부를 향해 거침없이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그는 또 세종시 수정안 국회 표결 과정과 민주당 쇄신연대의 당원대회 진행 소식 등을 직접 현장에서 트위터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중도실용' 꼬리표 떼고 '진정성'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정 의원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중도실용'을 강조하며 노무현 정권의 보수우경화를 이끈 주범으로 낙인찍혔던 게 아직도 진보진영에겐 잔영으로 깊게 남아 있다. 이를 의식한듯 그는 최근 들어 "이제 민주당은 중도진보 노선에서 '중도'라는 꼬리표를 떼고 '담대한 진보'로 가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의 과거 이력 때문에 아직까지는 야권 진영으로부터 '진지한 변화'로 인정받고 있지 못 하고 있다. 이는 그가 앞으로의 정치 행보를 통해 담대한 진보와 어울리는 일관성을 보여주어야만 가능한 대목이다. 또한 그의 담대한 진보 구상을 실현할 철학과 역량이 검증된 정치인과 정치세력을 주변에 배치하고 함께 실천해가느냐가 그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물론 정 의원이 주창하고 있는 '담대한 진보'와 '연합정치'란 화두는 시대적 상황으로 볼 때 야권 전체를 통해 그 누구도 반대하기 힘든 어젠다임은 틀림없다. 따라서 자신의 취약해진 위상을 만회하고 정치적 돌파구로 내던진 화두 치고는 꽤 방향을 잘 잡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남은 문제는 그가 과연 자신의 진정성을 얼마나 확보해갈 수 있을까이다.
손학규 전 의원이 칩거생활을 청산하고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 이른바 '빅3'의 대결과 그 승패에 언론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흥미로운 3자 대결 속에 정동영 의원이 던진 '담대한 진보'와 '연합정치'란 화두가 어떤 모습으로,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