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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론' 거머쥔 박근혜...수정안 변경 '원천봉쇄'
당헌72조가 '핵심 열쇠'…재적 3분의2 찬성있어야 변경
 
이재준   기사입력  2010/01/11 [19:16]
정부가 11일 세종시 수정안을 공식 발표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 입장을 못박으면서 당장 한나라당의 '공식 당론 변경'조차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
 
현재 시점에서 세종시에 관한 한나라당의 당론은 정몽준 대표나 안상수 원내대표도 공개적으로 여러 번 강조했듯이 '원안 추진'이다.
 
지난 2005년 3월 2일 의원총회 비밀투표에 의해 '행복도시법 찬성'으로 당론을 결정한 이후 공식 변경 절차를 밟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발표 내용처럼 집권당 차원에서도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려면 일단 당론을 바꿔야 하지만, 당론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왜 그럴까. "(수정안을) 당론으로 만들어도 반대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지금까지의) 당론을 뒤집는 것"이라는 박 전 대표의 지난 7일 '한마디'에 그 해답은 녹아있다.
 
"당론으로 만들어도 반대한다"는 얘기에는 '당론으로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역설이 숨어있다. 오히려 방점은 '지금까지의 당론'이란 단어에 찍혀있는 것.
 
한나라당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당헌 72조에는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당론을 바꿀 수 있다고 돼있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 당론 결정 절차보다도 훨씬 엄격하다.
 
현재 한나라당 의석수가 169석인 걸 감안하면 최소 113명이 찬성해야 당론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나 기권, 불참을 모두 합쳐 56명만 넘으면 부결된다는 것인데, 당내 친박만 60명이 넘는다.
 
따라서 대대적 이탈 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론 변경이 불가능하지만, 친박계의 결집력은 오히려 급상승하는 분위기다.
 
"의연하고 당당하게" 수정안을 추진하겠다는 여권 주류의 앞길이 그야말로 첩첩산중인 셈이다.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오늘 이 순간까지 당론은 세종시 원안"이라며 "수정안을 밀어붙이겠다면 당헌 72조 3항에 따른 민주적 절차를 따르라"고 친이계를 압박했다.
 
유 의원은 특히 "이 조항이 지난 2005년 11월 당헌 전면 개정 당시 혁신위원들이 만든 안에 따라 신설된 것"이라며 면면을 거론했다.
 
홍준표 위원장을 비롯해 전재희, 임태희, 이방호, 홍문표, 이명규, 이병석, 박형준, 정문헌, 이재웅 등 당시 혁신위원 대부분이 이른바 '친이계'임을 겨냥한 것.
 
유 의원은 "당론 결정 당시처럼 비밀투표로 의결해도 좋고 공개 투표도 좋다"며 "당론이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당시 그랬던 것처럼 찬성하거나 반대할 자유를 가지면 된다"고 덧붙였다.
 
일견 '자유투표'를 제안한 것이지만, 당론 변경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주류 지도부로서는 세종시 수정으로의 '입장 선회'를 앞두고 곤혹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작년 10.28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충청 민심과 친박계 '끌어안기' 차원에서 강조한 "원안 추진이 당론" 발언이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친이계 일각에서는 "세종시 원안 찬성이 그게 무슨 당론이었냐"며 애써 외면하려는 기류도 엿보인다.
 
하지만 지도부가 이미 '확정된 당론'임을 수차례 확인한 이상, '무산'이 불보듯 뻔하다 해도 당론 변경 절차를 피할 방도 역시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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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11 [19:1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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