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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표자회의 파국 양상…노동계 '최후통첩'
6자회의 사실상 결렬…양대노총 총파업 가시화, "요구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석주   기사입력  2009/11/18 [16:19]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를 논의 중인 '노사정 6자 대표자회의'가 해결의 실타래를 풀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12월 총파업 등을 경고한 노동계가 '변화없는 정부 태도'를 강력 성토하며 사실상의 대정부 최후통첩을 18일 보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조말살' 정책 중단과 재벌그룹 총수들의 대표자회의 참가 등을 내건 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총파업 총력투쟁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6일 부터 총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한 한국노총도 노사정 대표자의희의 시한이 만료되는 오는 25일 까지 정부의 긍정적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본격적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 노사정회의, 남은 기간은 1주일…민주노총 "삼성-현대 총수 나와라"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은 2차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예정된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질적 대화 타결을 위한 노사 회의와 △통합공무원노조 및 전교조에 대한 노동기본권 말살 중단 등을 촉구했다.
 
▲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 등은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재벌총수 등이 포함된 노사회의와 정부의 노조탄압 중단 등을 촉구했다.     ©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민주노총은 노사회의와 관련, "재벌그룹들이 사용자의 계급적 이해관계만을 따진 뒤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한다"라며 "삼성과 현대, 효성 등 재벌그룹들은 더 이상 뒤에 숨어있지 말고 전면에 나서서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시작된 '노사정 6자 대표자회의'는 노동계와 정부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기 위한 실무회담을 가졌으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양 측 간 이견 만을 확인했다.

정부는 지난 13년 간 미뤄온 노동법 개정을 통해 노조선진화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노동계는 복수노조-전임자에 대한 국제적 기준과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탄압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런 상황에서, 18일 오후 2차 회담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노정 간 입장차가 워낙 커 해결의 접점을 찾기는 미지수인 상황. 이날 2차 회담 마저 종료된다면, 오는 25일 끝나는 노사정 대표자회의의 시한은 정확히 일주일 만을 남겨놓게 된다.

때문에 이날 민주노총의 '제안'은 '일주일'이라는 예정된 마감시간에 극적 성과를 만들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과, 설사 대표자회의의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와의 타협점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번 회의에서 가시적 성과가 모색되지 않는다면 모처럼의 노사정 대화는 위기에 빠져들 것"이라며 "양 노총과 재벌 총수들 간 담판을 통해 현안문제에 대한 기조를 잡는다면 교착상태에 빠진 회담도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노정회담 제안…"노조탄압 하면서 어떤 대화가 가능하겠나"

이밖에도 민주노총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노조탄압' 정책을 노사정 대표자회의 '위기상황'의 한 원인으로 간주, "노동기본권 자체를 말살하려는 정책을 유지하면서 어떤 대화가 가능하겠느냐"며 정부 측과의 노정회담을 제안했다.

정부가 노사정 대표자회의 진행 와중에도 '노조 기본권 침해' 행위를 지속해 왔으며, 대화를 하겠다면서 노동탄압을 지속하는 것은 기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임성규 위원장(우측)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천막농성을 진행 중인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좌측)과 약식 회동을 가졌다.     © 한국노총

실제로 통합공무원노조 산하 환경부 지부가 지난 10일과 11일 민주노총 탈퇴 찬반투표를 진행할 당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운영지원과는 이메일을 통해 투표현황을 보고토록 한 사실이 드러나 '노조를 와해시키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전교조에 대한 전방위 수사, 공기업노조무력화와 단협해지 등은 지금 정부가 어떤 입장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표본"이라며 "정부는 노조자체를 말살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는 일종의 노림수"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며 "이명박 정권의 노조말살정책에 맞서 양 노총 간의 공조를 더욱 강화시켜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 한국노총 총파업 '파란불', 평균 90% 찬성…장석춘 "정부 변화 없을 것"

한국노총 역시 지난 16일 부터 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 상황에서, 장석춘 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가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는 등 정부의 노동법 개정 강행방침에 맞서 투쟁의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첫 투표일인 16일엔 전남 3곳과 인천 1곳 등 4곳의 사업장에서 평균 90%가 넘는 찬성율을 보여 총파업 가결을 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집행부는 시도지역본부 의장단 회의 등을 열고 총파업을 포함한 하반기 투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장석춘 위원장은 이날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의장단 회의에서 "정부는 (전체 전임자들이 받는) 임금을 4대강에 설치되는 보 하나만도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오늘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가 열리지만, 정부 입장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노총과 마찬가지로, 한국노총 역시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을 경우 대표자회의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노정 갈등 만을 확인한 채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오는 19일 회원조합 대표자 간담회를 갖고, 곧바로 6자회의 및 총파업과 관련한 위원장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 대표자회의에 대한 노동계 불신이 정점에 달해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를 향해 최후통첩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장석춘 위원장을 천막농성장에서 만나, 대표자회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연대 총파업 등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복수노조 문제를 법개정 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 임태희 장관, 언론플레이?…한나라당 '민본21' 노동법 대안 제시

하지만 정부는 노동법 개정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복수노조 문제를 법개정 없이 시행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노조법에 따라 구체적 방안은 장관에게 위임됐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이다.

민주노총은 "임태희 장관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안을 도출하기 보다, 기존의 정부안을 계속 언론에 흘리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정부안의 일방적 관철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복수노조 교섭권쟁취와 전임자임금 노사 자율인정은 조직의 유불리를 따져서가 아니라 그것이 사회적 정의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사회의 공동체를 유지하며 건강한 발전을 하기위한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나라당 개혁 성향의 초선 모임인 '민본21'이 '복수노조 설립 금지와 전임자 임금 지급 허용'을 골자로 하는 대안을 제출키로 해, 급속도로 냉각된 노정 간 갈등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민본21'은 대표자회의의 논의 과정을 지켜본 뒤 법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들의 대안이 복수노조 금지 및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못박고 있는 정부 방침과 상반된 내용이어서 향후 여권 내 갈등 마저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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