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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4대강 삽질' 착공, "나라 망치는 MB"
정부 '4개월만' 조사하고 15개 보 착공…학계 "졸속 추진", 민주당 법적소송
 
이석주   기사입력  2009/11/10 [11:32]
정부가 '공사진행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맞춰 10일 부터 4대강 사업을 위한 '첫 삽'을 본격적으로 착수함에 따라, 환경 파괴 논란과 '4대강 예산 집중'을 비판하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극한 반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을 '이명박 독재의 삽질 사기극'으로 규정,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및 사업강행에 맞선 행정 소송 등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며, 대규모 국책사업의 졸속 추진을 우려하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비판 또한 정점에 달하고 있다.

■ 국토부, 10일 부터 15개 보 착공…수십년 전 자료로 4개월 만에 평가완료

10일 <대한민국 정책포털>에 따르면, 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는 한강과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지난 6일 모두 마무리됨에 따라 이날 부터 1차 턴키공사인 15개 보(洑)의 착공에 들어갔다.
 
▲ 4대강 사업이 끝난 이후의 영산강(죽산보 일대) 조감도. 환경부는 공사 이후 영산강을 비롯한 4대강의 수질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 <대한민국 정책포털>

앞서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이 실시되는 61개 공구(634km 구간)에 대해 국토부 산하 지역별 국토관리청과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쳤으며, 이 결과 사업이 마무리되는 2012년에는 4대강의 수질이 지난 2006년보다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6일 평가했다.

이에 따라 영산강 승촌보와 낙동강 합천보, 달성보, 구미보 공구 등 4개 보의 가물막이 공사(하천의 물을 막는 공사)가 이날 시작되는 것.

이후 12일 부터, 정부는 한강 이포보와 여주보, 강천보 공구, 낙동강 함안보와 강정보, 칠곡보, 낙단보, 상주보 공구, 금강 부여보, 금강보 공구, 영산강 죽산보 등 총 11개 보에 대한 추가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착공식을 한강 등 수계별로 17일과 18일 사이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며, 하천 정비와 지천 합류지 공사 등도 내년 3월까지 차례로 시작, 3년 뒤인 2012년 모든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4대강 사업에 들어설 15개 보는 대림산업과 GS건설, 현대건설, SK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 컨소시엄이 공사를 진행하고, 실시 설계는 올해 말에 마무리된다. 총 1조4671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오는 2011년 완공될 예정이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6일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할 당시, 흙탕물이 식수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도 하천의 물을 막는 가물막이 공법 등을 적용하면 식수 공급 등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환경부는 수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사현장의 간격을 2km 이상 유지하고 탁수 저감시설을 설치하도록 했으며, 야생 동식물 보호를 위해 돌무더기 및 자연굴 등 대체 서식처를 조성토록 했다.

■ 시민단체-학계 반발…"4대강 토목공사 머지않은 장래에 명백하게 판가름"

이처럼 정부가 '사업종료와 동시에 수질 개선이 예상된다'는 자체 평가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 최대 국책사업에 대한 '첫 삽'을 뜨면서, 졸속 추진을 우려하는 국민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다수의 전문가들과 각종 여론조사 결과, 충분한 의견수렴과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제기되는 상황에서,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4대강 사업이 불과 4개월 만의 조사를 통해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지난 9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의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불과 넉달만에 졸속으로 진행됐다"며, 이마저도 최근자료가 아닌 수십년 전 자료를 활용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지난 9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CBS노컷뉴스

교수모임 소속 이준구 서울대 교수 역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4대강 사업을 온전히 평가하기 위해선 다섯 달의 열 배가 넘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생태계의 다양한 측면을 세심하게 추적조사 해 보아야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제 4대강 사업을 가로막고 있었던 모든 법적, 제도적 장애물은 말끔하게 제거된 상태"라며 "4대강 사업이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인지 아니면 결코 해서는 안 될 토목공사인지는 머지않은 장래에 명백하게 판가름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여러 의혹의 전말이 드러난 것 처럼, 정부 대행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을 자체 사업으로 수행하는 것은 하천법과 수자원공사법에 위배된다(민주당 김성순 의원)는 점에서 '법을 어긴 삽질' 공사란 지적도 나온다.

당시 김성순 의원은 지난달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법적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4대강 사업의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부담을 수자원공사에 전가한 것은 정부의 부당한 횡포로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로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 민주, 법적 소송 제기 "엄청난 재앙 올 것"…정운찬 "큰 문제 없다"

민주당 등 야권의 반발도 사실상 극한의 수준을 넘어,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법적 공방으로 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은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및 사업강행에 맞선 행정 소송 등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야권은 특히 졸속추진과 환경파괴 등이 우려되는 '보 설치'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형국이다. 서민예산 대신 4대강 예산에 집중한 이명박 정권이 '1% 부자정부'의 본색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9일 K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대강 예산은 당장 22조5000억원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갈지 모른다"며 "이 때문에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복지, 교육 예산이 대폭 깎였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들이 반대하는 이 사업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독재방식의 독주는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4대강 사업 추진 자체는 원천무효"라고 비판했다.
 
▲ 민주당은 4대강 사업 공사 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소송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CBS노컷뉴스

이강래 원내대표 역시 최고 연석회의에서 보 설치 작업에 대한 즉각 중단을 촉구, "보를 설치하는 것은 환경 재앙과 홍수 피해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여당 수뇌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나라를 망치기 전에 야당의 진정어린 호소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이강래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4대강사업저지특위'를 발족했으며, 12일 정책의총을 거쳐 이번 주중으로 4대강 예산과 관련한 기본 입장과 대응 방향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운찬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4대강 수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식수오염이나 생태계 영향 등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사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예고했다.

앞서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도 9일 논평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4대강에 맑고 깨끗한 물이 늘 흘러서 가뭄·홍수 걱정 없게 하고, 생태·문화·역사·관광 개발과 일자리 창출로 낙후된 지방을 발전시키는 꿈과 희망의 대역사"라고 당위성을 부여했다.

특히 야권과 시민사회의 반발에 대해선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어깃장을 놓으려고 하면 국민은 야당이 4대강 살리기를 바라지 않거나, 4대강 성공에 어떤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강행 추진 의사를 거듭 밝혔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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