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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재보선·헌재' 후폭풍, MB의 운명은?
[10월정국-종합] 민심이반 본격화?…MB 일방통행-野·시민단체 결사항전
 
이석주   기사입력  2009/10/30 [16:26]
#. "헌법재판소 판결, 용산참사 재판, 재보궐선거…10월은 '잔인한 달'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운명은 10월 마지막 주에 걸려있다"

언론관계법 유무효 논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언론시민단체의 헌재 앞 기자회견 자리에서 국가의 운명이 달릴 '마지막 한 주'에 대해 이같은 말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를 지켜달라는 언론계 및 야4당이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혔으나, 그는 당시 '1인 시위'를 진행한 민주당 천정배 의원을 보며 "전직 장관이 농성하는 나라에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 '3대 2'

10월 마지막 주, 정국 상황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는 수치다. 민주당은 선거 승패의 기준으로 간주됐던 수원 장안에서 승리를 거뒀다. "재보선 여당 완패의 고리를 끊었다"는 여당의 자평에도 '3:2'는 사실상의 완승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향후 정부여당의 정책 추진을 둘러싸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재보궐 선거와 용산 재판, 헌재 판결이라는 3개의 대형 이슈들 중 재보선을 빼고는 이명박 정부로 부터 '逆 심판'을 당한 것이다.

■ 한나라당, '재보선 결과' 희석한 채 '미디어법 후속조치' 강행

당초 야권의 '결정적 한 방' 없이 마무리 된 국정감사 이후, '한판 승부'를 향한 정치권의 이목은 사실상 10월 28일과 29일로 모아졌다. 향후, 여야 간 정국 주도권의 향배를 결정할 3개의 대형 '정치 이벤트'들이 줄줄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 헌법재판소는 28일 야당의 미디어법 소송 제기에 대해 '절차상 문제는 있으나, 헌법 위배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CBS노컷뉴스

재보선에서 수도권 민심을 가져오는데 성공한 민주당은 선거 승리에 자축할 여유도 없이 '납득할 수 없는' 헌재 판결로 완승의 의미가 퇴색할 위기에 빠진 반면, 한나라당은 선거 패배의 댓가로 미디어법 후속조치에 착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당장 조윤선 대변인은 30일 "미디어법 논란이 끝난 만큼, 이젠 '미디어 명품기업 일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자"고 논평했으며,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종합편성과 보도전문채널 선정을 위한 TF팀 발족 계획을 이날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 이날 정부가 발표한 아프가니스탄 파병 계획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디어법 후속조치' 역시 여야 간 극도의 대립각과 연말 대치 정국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재보선 결과와 관련, "더욱 열심히 국정을 운영하라는 교훈을 줬다. 서민과 경제 살리기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며, 심지어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승리한 것과 다름 없다"(박희태 전 대표)며 내년 지방선거 승리 까지 장담하는 눈치다.

이같은 기류는, 연말 자신들을 향한 '대여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디어법과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정국 주도권을 갖고 가겠다는 '의지'로 읽히며 이명박 정부 '친 서민행보'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반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30일 김현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재보선이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선거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뒤집고 호도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MB정권의 국정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나쁜 정책인 세종시 백지화, 4대강 죽이기 등을 앞으로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 이명박 정부 '민심 이반' 본격화?…국정쇄신 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재보선 의미 희석'과 헌재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 등을 놓고 한나라당 내부와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과 이것이 이 대통령에게 미칠 후폭풍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은 재보선 다음 날인 지난 29일 '책임있는 국정운영과 중단없는 당쇄신'을 요구, "진정성있는 노력과 실천적 결과물없이 이대로 간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다시 한번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자료사진     ©청와대

이들은 특히 최대 현안들과 관련, "개헌, 행정구역개편, 세종시, 노조법, 4대강 등 수 많은 대형이슈들을 한꺼번에 쏟아냈지만, 국정을 책임진 집권세력으로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고 자성했다.

대부분의 현안들과 관련해 국민적 반대여론이 찬성 보다 높은 상황에서, 민심 수렴을 통한 대승적 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 '수수방관' 내지는 '여론을 무시' 함으로써, 정부여당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미현 소장 역시 29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재보선 결과를 분석하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줬던 수도권 민심의 지지철회로 볼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단순 여론조사 수치 만을 놓고 본다면, 한때 50%선 까지 육박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재보선 이전 부터 지속적 하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친 서민정책'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3.9% 포인트 하락한 40%로 나타났으며, 특히 최대 현안인 세종시 문제가 걸려있는 대전-충청 지역에선 무려 18.2% 포인트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 서민정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민심 철회와 민심 이반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특히 이번 조사가 재보선 결과 발표 이전에 실시됐다는 점에서 보면, 차기조사에선 추가 하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미현 소장은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정국구상에 차질은 불가피할 것 같다"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선거결과를 통해 민심이반이 명확하게 확인된 이상, 여권 안팎에서 국정쇄신 요구가 불거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 용산참사 마무리?…정권 끝날때 까지 MB '발목' 잡을 수도

여기에 용산참사 1심 선고공판과 관련한 후폭풍도 정치적 주요 이슈 못지 않게 향후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인 법적 공방은 사실상 정부의 승리로 귀결됐으나, 향후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들의 반발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정운찬 총리의 이른바 '악어 눈물'과 맞물리면서, 당장 야4당 의원들은 28일 내려진 법원의 선고를 이유불문의 정치적 판결로 규정한 뒤 검찰의 '3천페이지 수사기록' 공개를 위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통과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민주 김희철, 민노 이정희, 창조 유원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판결한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사법부가 제 갈 길을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 법원은 지난 28일 용산참사 당시 농성을 벌인 9명 전원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이충연 위원장 등에겐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CBS노컷뉴스

용산 범대위도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이명박 정권은 법원의 판결을 지렛대삼아 자신의 책임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기세등등하다"며 "수많은 민심과 하나되어 반 정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 등 용산 범대위 대표단은 법원 판결을 규탄하고 용산 참사 해결을 촉구키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했으나, 경찰은 청와대 앞 단식농성 조차 불법으로 간주한 뒤, 대표단 7명 전원을 이날 강제연행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용산과 관련해서는 마치 이명박 대통령이 철거민들에게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강경대응을 일삼고 있다"며 "임기 말까지 끌고 갈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놓고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청와대는 이 대통령 대신,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독하기로 결정하면서 또다른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관례에 따른 결정이라고 하지만, 야당 및 민심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리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총리의 입을 통해 대독시키겠다는 것은 시정 연설 내용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오만하고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해 냉혹한 심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리의 시정연설 대독 결정은 가히 '국회 무시, 국민 무시'의 극치라고 할만하다"고 질타했다.

운명의 '10월 마지막 주'는 표면상으로 분명 종료됐지만, 그 후폭풍은 길게는 내년 지방선거 까지 여야와 시민사회단체, 심지어 국민들에게 미칠 전망이다. 주요 현안과 관련한 민심 이반 여부는 이명박 대통령 '결단'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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