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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똘똘 뭉친 양대노총, MB에 최후통첩
한국·민주노총, '실무협의체' 구성 합의, 총파업 불사…11월 초 최대 분수령
 
이석주   기사입력  2009/10/21 [17:02]
국내 노동운동의 양대 축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노동법 개정 방침에 맞서 강도높은 연대투쟁을 전개키로 공식 합의했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과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위원장 회동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 측 간 합의문을 발표했다.
 
'실무협의체' 구성…다음달 7일 이전 '6자대표자회의' 정부 답변 요구
 
양 측은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에 맞서 연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뒤, 이를 위한 실무협의체 설치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협의체'는 양 측 실무관계자 7~8명으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연대투쟁의 구체적 내용과 일정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의제와 관련해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양대노총으로 부터 강력 반발을 사고 있는 '노동기본권 문제'로 하되, 정부가 내년 시행 방침을 못박고 나선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정했다.
 
▲ 양대노총 위원장은 21일 회동을 갖고, '실무협의체' 구성을 골자로 한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5년 만이다.     ©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나머지 의제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방안,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방안 저지, △기타 사회적 의제 등으로 정했으며, 실무협의체에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논의키로 양 측이 합의했다.
 
이밖에 양 측은 이달 초 한국노총이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사용자 측 등에 제안한 이른바 '6자대표자회의' 원칙에 동의했으며, 다만 실효성 차원에서의 구체적 방식은 향후 실무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 8일 "정부여당이 현행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양대노총, 경총 및 대한상의, 노동부와 노사정위원회 등 6자 대표가 참여하는 이른바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다음달 7, 8일로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 이전까지 6자 대표자회의가 개최되도록 정부와 사용자 측의 성의있는 답변을 요구키로 했다.
 
양 측은 전국노동자대회를 다음달(7일-8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하루씩 번갈아 이어가는 방식으로 '릴레이 개최' 방침을 정했으며, 공공부문의 공기업 선진화방안 저지 투쟁 역시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11월 9일에는 국제노동기구(ILO), 국제노총(ITUC),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 등이 참석하는 국제 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 노조 전임자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전임자 임금 문제를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이명박 정부의 노동법 개정 움직임을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한 뒤 이를 국제 노동사회에서 공론화 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로 양 측은 한국의 복수노조-전임자 현안과 정부의 강행 방침을 실사해 달라는 의미로 ILO와 국제노동계에 고위급 조사단 파견을 요청하기로 했다.
 
5년 만에 손 맞잡은 양대노총, 사실상 MB에 최후통첩
 
지난 2006년 9월 이른바 '노사관계 로드맵'으로 직간접적 각을 세워왔던 양대노총이 이날 노동계 최대현안과 관련해 공식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2004년 10월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해 공동투쟁 합의문을 발표한 이후 5년 만이다.
 
그만큼, '복수노조-전임자'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를 향한 노동계의 투쟁 의지가 어느정도로 높은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일방적 강행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파업과 같은 초강수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또 양대노총이 전격적으로 '손'을 잡은 모양새는 내년 시행 방침을 못박고 나선 정부와 한국노총에게 '버림받은' 한나라당에게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장석춘 위원장 등 한국노총 집행부 5명은 최근 대의원대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CBS노컷뉴스

때문에 노동계가 올 하반기 정부여당에 맞서 강력한 투쟁대오를 형성한 상황에서, 11월 7일 이전에 '6자대표자회의' 참여 여부에 대한 정부의 답변 여부가 향후 실타래 처럼 꼬인 노정 간 갈등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합의문 발표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가 대화를 거부한다면 총파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으며, 강충호 한국노총 대변인도 "6자 회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11월7일 이후 투쟁 수위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공무원노조 자격 박탈 논란…양대노총 "노동기본권 무시, 용납할 수 없어"
 
하지만 전날 노동부가 전국공무원노조의 합법노조 자격을 박탈한 점에서 알 수 있듯, 정부가 현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노동계 움직임에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노정 간 갈등의 골이 쉽게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
 
앞서 노동부는 20일 통합공무원노조 소속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해, 해직된 공무원들이 노조에서 선출직 간부로 활동하는 것은 위법 행위라는 이유를 들어 이같이 결정했다.
 
노동부는 이러한 내용을 공무원노조 측에 전달했으며, 이에 따라 전국공무원노조와 정부 사이에 맺은 단체협약은 무효가 됐다. 또 전공노는 단체 교섭권과 노조 사무실 이용 등 합법 노조로서 누릴 수 있는 제반 권리도 함께 상실하게 됐다.
 
여기에 최근 행정안전부 마저 통합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 등을 감시할 목적의 '전담조직'을 설치한 뒤, 노조 조끼와 머리띠 등의 착용을 금지하는 복무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노동계를 향한 이명박 정부의 '탄압'이 본격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20일 성명을 내고 "공무원노조를 겨냥한 이명박 정권의 탄압은 유치함을 넘어 졸렬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며 "몇 가지 드러난 탄압사례는 아예 노조의 씨를 말리는 것에 목표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맹성토했다.
 
민주노총은 "공무원은 정권의 私兵(사병)이 아니다"라며 "지금 정부가 하는 짓들은 역사를 뒤로 돌리려는 공허한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잘해봐야 결국 제 무덤을 파는 짓이 될 것"이라고 향후 강도높은 투쟁 의지를 밝혔다.
 
강충호 한국노총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상급단체 가입을 금지한다는 등 공무원노조와 관련해 노동기본권을 무시하는, 말도 안 되는 발상까지 나오고 있다"며 "한국노총도 그런 부분을 용납할 수가 없다는 입장은 같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복수노조-전임자' 문제 뿐 아니라, 공무원노조와 관련한 정부의 전방위 탄압에 대해서도 실무협의체를 통해 공동대응키로 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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