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재신임은 꼴보수와 수구세력 필살기
‘바보’가 ‘위대한 영도자’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비법
 
권태윤   기사입력  2003/10/11 [16:19]

아직도 국민과 지역을 이간질시키는 술수에만 능란하다면 무난하게 다선의원이 되는 한심한 우리나라에서, 대접받는 대통령이 되는 길은 너무도 간단하다. 폭압적이고 강압적인 무소불위의 권력을 사용하면 된다. 거기다 비리와 부정을 적당히 눈감아 주는 ‘아량’과, 검은 돈을 적절히 끌어 모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추가되면 금상첨화다. 왜냐하면 이 땅에는, 스스로 주인에게 매를 청하는 개가 되고 싶어 안달한 비대언론들과, 매를 맞고 싶어 몸살을 앓는 독재자 향수병을 앓는 이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절대 이길 것 같지 않았던 노무현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후, 그는 ‘바보스럽게도’ 스스로 대접받는 대통령, ‘위대한 영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을 포기했다. 정신병에 걸린 하이에나들처럼 물어뜯고 짖어대는 ‘조중동’에 대해서도 '지칠 때까지 한번 짖어보라”고 내버려뒀고, 스스로 절대권력의 충견이 되고자 안달하던 검찰도 ‘대책없이’ 손아귀에서 놓아버렸다. 처음부터 ‘이러면 알아서 잘 하겠지’ 라는 기대는 너무도 과한 것이었다. 매를 대는 주인에게 겁을 먹던 개가, 어느 날부터 매를 대지 않고 대접을 해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 도리어 주인을 우습게보고 대들듯, 게나 고동이나 대통령 알기를 너무도 우습게 아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군대에서도 매일같이 매를 맞는 병사나, 남편의 학대에 시달리는 아내들은 어쩌다 매를 맞지 않는 날이면 더 불안하고 괴로워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지금껏 ‘조중동’의 히스테리에 가까운 광적인 ‘대통령 물어뜯기’는 권력의 주먹과 뼈다귀에 길들여진 미친 개들의 행태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을 끝내 부정하는 꼴보수들과 그 본당은 아직도 패배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는커녕 도리어 국민들 속을 뒤집어 놓고 있다.

결국 노무현대통령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위대한 영도자’가 되는 길은 과거의 폭압적 절대권력자들을 따라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은 당장 폐간시켜버리고, 거부하는 기자들은 이름모를 지하 고문실로 끌고 가 반병신을 만들어버리면 된다. 부정한 기업경영을 눈감아 주고 뒷돈이나 받아 챙기고, 정부에 반감을 가진 인간들은 모조리 삼청교육대 같은 걸 만들어 죽도록 패고 혹사시키면 된다. 반정부적인 말과 글을 양산하는 학자들은 쥐도 새도 모르는 곳으로 끌고 가 치욕스런 경험을 맛보게 해주면 된다. 그러면 노무현대통령이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영도자’가 되는 길은 식은 죽 먹기다. 지금 꼴보수들과 ‘조중동’이 원하는 나라가 바로 이런 나라 아닌가?  

노무현대통령이 측근의 비리와 국정혼란의 책임을 들어 재신임을 받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조중동과 한나라당은 기다렸다는 듯 신이 나서 입가엔 함박웃음을 짓고 어깨춤을 추고 있다. 마치 중전을 죽이기 위해 음습한 공간에 중전의 얼굴을 그려놓고 요령을 흔들어대고 화살까지 쏘아대던 패악한 장희빈이, 중전이 시들자 국모의 자리에 복귀할 날이 다가왔다며 깔깔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역겹다.

사실 노무현대통령은 지금껏 너무 잘하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부터 지금껏 언론과 야당, 그리고 꼴보수 잔당이라는 내부 적의 칼에 쉼 없이 난자당하면서도 용케도 이만큼 버텨왔다. 탈권위주의, 그 한 가지 만으로도 노무현은 이미 성공한 대통령이다. 지금 우리들이 듣고 있는 ‘국정혼란’이니, ‘코드인사’라느니, ‘국난’이라느니 하는 말들은 현대판 장희빈의 꼬붕인 수많은 ‘막내’의 저주가 키워낸 악마적 허상이다. 문제의 원인과 처방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없이, 입맛 열면 경제가 절단이라고 떠들어대는 매국적 언론들이 활개를 치는 마당에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온전한 경제활동을 하며 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 웃기는 것은 꼴보수들이 보이는 이중적인 태도다. 대통령을 물어뜯을 때는 “취임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 모양이냐?”고 온갖 욕설을 퍼붓다가, 막상 재신임을 받겠다고 하자 “취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대통령이 충동적인 강수를 둔다”고 비아냥댄다. 길거리 술주정뱅이도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자주 지껄이지는 않는다. 취임하기 전부터 욕설을 퍼붓더니 이젠 취임 일년도 안 된 대통령이 어쩌고저쩌고 하니 도대체 저들이 최소한의 상식과 양심이라도 가진 인간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쨌든 이번 재신임 건은 우리나라 정치판을 완전히 뒤엎고 새판을 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럽고 타락한 정치권력이 도리어 큰소리를 치는 속 터지는 현실을 까발리고 심판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수백억원의 국가예산을 훔치고, 더 큰 액수의 뇌물을 받아먹고도 도리어 큰소리를 치는 철면피 정치꾼들을 싹쓸이 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이 땅에 진짜 정의와 양심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이 중대한 임무를 ‘똥 묻은 개’들에게 맡겨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한번 제정신 가진 국민이 나서야 한다. 이는 단순히 대통령을 재신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몰염치와 타락의 한계에 다다른 우리 정치를 완전히 뒤 짚어 엎어야 한다. 정치자금법, 선거법을 혁명적으로 수술해야 하고, 부정을 저지르고도 정당의 울타리에 숨어 있는 썩은 정치꾼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진정한 봉사정신이 없는 사이비 정치꾼들이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도록 싹을 말려야 한다. 검찰의 피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다.

노무현대통령의 재신임 의지는, 순순히 자신의 목만 치라는 소리가 아니라, 발가벗은 상태에서 정치권 모두가 정당한 심판을 받고, 거기서 드러난 진짜 타락자는 스스로 목숨을 거두자는 사즉생의 필살기다. 이제는 꼴보수와 수구언론들이 마찬가지로 목숨을 걸고 도전장에 진지하게 응답할 때다.  

* 필자는 '좋은 글을 통해 우리를 생각하는 PEN21사이트(http://www.pen21.com/) 운영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10/11 [16:1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