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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보, 고등학교 성적 '양'이 뭡니까?"
YTN '돌발영상', 정치인 해프닝 영상포착, 인기폭발
 
윤익한   기사입력  2003/09/26 [14:11]

정치권이 신4당체제로 재편되면서 지난 22일부터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각 상임분과 별로 국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국정감사 장에서는 국회의원들간에 고성이 오가는가 하면 관계 장관이나 책임 당사자들이 나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와중에도 종종 설전이 벌어지곤 한다.

언제 어디서나 논란속에는 중대한 정책을 둘러싼 진지한 대화만 오가는 것 같지만 웃지 못할 해프닝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통상 지상파 방송 뉴스 시간에는 보도되지 않아 일반인들이 알기란 쉽지 않다.

▲YTN 돌발영상 첫번째 뉴스, ' 이런 패션 어때요? ' ©YTN
지난 4월 30일 당시 4.24 재보선에서 당선된 개혁당 유시민 의원이 캐주얼 복장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기 위해 본회의 장에서 올라 의원들의 원성을 산 사건을 시작으로 YTN '돌발영상' 코너에는 정치인들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는 동영상이 실려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돌발영상'은 매일 한차례씩 그날 있었던 일들 가운데 흥미로운 장면들을 짧막하게 편집해서 소개하는 코너다. 정규 뉴스시간에 보내기에는 다소 체면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돌발영상'에 나오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마저도 동영상을 보고 나면 실소든, 박장대소든 입가에 미소를 띠우게 만드는 것이 이 코너의 특징이다.

이 코너의 특징은 또 있다. 뉴스전문 채널이라는 특화된 상품을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특집방송 때 써먹곤 하는 NG장면을 보여주듯 정치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달한다. 단지 등장인물이 연예인에서 유력 정치인들로 바뀌었을 뿐이다.

▲YTN 돌발영상 뉴스, '양·가 아저씨?'     ©YTN
한편으로 '돌발영상'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재미 뿐 아니라 특정 사안을 두고 양측간에 벌어지는 숨겨진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분위기나 발언의 맥락을 짚어볼 수 있게 해 뉴스의 이해를 한층 돕는다.

'돌발영상'을 보면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은 노종면 담당PD의 설명이다. 기자의 리포트가 생략된 1분 30초 분량의 영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노PD가 작성한 글은 복잡한 정치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지난 9월 25일에 '돌발영상'코너에는 <양·가 아저씨?>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여기에는 같은날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자민련 조희욱 의원이 윤후보의 학교생활과 성적에 대해 질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문제의 발언 장면     ©YTN
"단도 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대학 성적이 이렇게 안좋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질의를 시작한 조의원은 "윤후보의 대학성적 가운데 '경제원론 1,2,3'과목이 C나 D이고 공인회계사인 후보자의 회계학 성적은 D입니다"라는 일종의 폭로를 했다. 조의원의 폭로는 "주로 '양'하고 '가'...현재 공인회계사이신 후보자의 수학 성적은 고 2,3학년 전부 '가'입니다"로 이어졌다. 조의원은 결국 "이...양가 아저씨야!"를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래서 어떻하자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윤후보자는 "제가 성적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답변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이밖에도 '돌발영상' 코너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태풍 피해 지역 방문차 들른 장소에서 한 청년으로부터 불의의 '입맞춤'을 당하는 장면과 유인태 정무수석이 대통령의 당적문제에 관한 기자들의 끈질긴 질문공세에 "죽을 때까지 살자"를 중얼중얼하며 열심히 운동하는 사형수를 빗대 설명하는 장면 등 지금까지 80여편의 동영상이 실려있다.

'돌발영상'이 제공하는 화면속에는 단지 등장인물의 발언을 갖고 희화화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돌발영상'의 소재들은 현 시점에서 쟁점이 되는 사안들을 관계자들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곱씹어볼 수 있게 만드는 나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신문과 방송의 매스미디어가 사회의 주 소통매체였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을 통한 뉴스전달과 토론문화가 일상화되고 있는 요즘 '돌발영상'코너는 정치불신과 냉소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속에서도 웃음과 고민을 함께 전달하는 새로운 변화의 시도라고 보여진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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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26 [14:1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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