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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통합신당의 '국민적 왕따'
자발적 참여정치 움직임에 궤멸적 타격 우려
개혁당 개미당원 최대피해, 엘리트주의 타파해야
 
엥란트   기사입력  2003/09/22 [19:10]

지난 21일 일요일 몇몇 방송과 신문들이 통합신당 출범에 따른 신4당 체제하에서 첫 '정당별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새롭게 출범한 통합신당의 예견된(?) 몰락과 개혁적 지지층의 분열상이 그대로 드러난 채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2003. 9. 21 발표된 조사기관별 정당지지도(총선지지도 기준) 여론조사 결과 
 

-

한나라당

민주당

통합신당

모름, 무응답

KBS(미디어리서치)

34.1

23.6

13

25

MBC(코리아리서치)

27.8

18.3

11.1

37

조선일보(갤럽조사)

25.7

16.9

15.9

34.5

한겨레신문(리.플)

23.3

13.4

10.7

49.3


* 조선일보/갤럽 여론조사는 "내일 당장 총선이 실시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느냐"는 설문이 있었고, 그걸 인용하는게 더 정확한 민심의 반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단순 정당지지도하고 순위가 바뀐거 빼고는 둘 사이에 큰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총선을 가정한 정당지지도가 지금시점에서는 더 의미있다고 판단해서 그걸 인용했다.

또한 <한겨레> 여론조사가 내세운 정당지지도도 사실은 내년 총선에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느냐는 설문의 결과이고, 그래서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수치도 총선을 가상한 설문내용의 결과치를 인용한 것이다-필자주

사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통합신당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충격적인 것도 사실이다.

원래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과 식상함에 길들여진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당이 출범하면 다분히 감정적 프리미엄이 생겨 기존에 논의과정에 머물던 상태보다 지지율이 좀 더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작년 노무현후보의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단계를 비롯 그간 있어왔던 각종 신당창당 출범초기의 여론을 보면 대개가 새로운 것에 대해 그 실체보다 다소 후하게 나온다.

그러나 이번 통합신당 출범초기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야말로 왜 통합신당을 창당할려고 했는지 조차 무색해질 정도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쥔 셈이다.

물론 현재의 여론조사가 전부는 아니며, 국민여론이란 항상 상황에 따라 가변성이 큰 관계로 진짜 성적표는 내년 총선이라는 본고사 성적표가 더 중요할 것이다.

▲통합신당의 모습     © 인터넷 이미지 합성
그럼에도 이번에 여러 조사기관에서 한 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분명히 민주당 분열에 따른 지지층 양분과 통합신당에 대한 '전국민적인 왕따현상'으로 요약될수 있을 정도의 국민적 인식을 발견할수 있다.

한마디로 지역구도 타파와 국민통합,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감행한 신당창당의 호기어린 출발에 비하면 우리 국민들은 신당창당 명분에 공감하기는 커녕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또하나의 기성정당의 파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통합신당과 민주당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가 예상되는 인물구성만 놓고 보더라도 통합신당이 민주당 신주류, 구주류가 뒤섞여 있는데다가 향후 참여할 것으로 예고되어 있는 외곽세력들 마저도 과거 한나라당 등에 몸담은 경력이 있는 정치꾼들이 다수 포진해있는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민주당은 추미애, 조순형, 김경재 등 일부 신주류가 그대로 남아 민주당 구주류들과 동거하고 있는 상태여서 통합신당과 민주당 양자사이에 선명성부분에 있어서도 사실상 별반 차이가 없는 둘다 "짬뽕 정당"이기는 매한가지다.

다시말해 이번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우리 국민들은 통합신당 세력들에게서도 여전히 지역구도타파와 정치개혁의 희망을 발견할 수 없으며, 별로 기대하지도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측과 이들에 대한 일부 맹목적 지지자들은 아직 통합신당이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로 국민적인 인지도가 낮아서라거나, 통합신당의 진면목에 대한 국민적인 이해가 아직 덜되어서 홍보부족 때문에 라거나, 아직 내년 총선까지는 7개월이나 남았는데 뭔 걱정이냐는 등의 통합신당의 국민적 왕따현상을 애써 무마하려는 듯한 주장을 한다면 이건 그야말로 자위이며, 특히 통합신당 주도세력이 그런 주장을 한다는 건 한마디로 국민적 판단을 오도한 것을 넘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자 하는 후안무치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미 통합신당은 지난 대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장장 7개월 가까이 정치부재라는 국민적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줄기차게 추진되어 왔으며, 그 결과 왜 저런 모양새로 민주당 일부 세력이 떨어져 나와 통합신당이라는 몰골을 하고 있는 지 모르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또한 통합신당이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개혁을 주창하고 있다는 걸 신당추진세력들로 부터 수없이 들어온 터라 많은 국민들은 그들이 대충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 지도 익히 알고 있다.

심지어 통합신당 출범 직전에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남지역언론과의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신당의 창당 필요성까지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한 상태이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번에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노대통령의 신당에 대한 지지표명이 바람직했느냐는 설문조사까지 들어간 경우도 있다.

그런데 통합신당에 대한 국민적인 홍보가 부족해서 그렇다?, 통합신당이 출범한지 얼마 안되어 아직 정당으로서 체제가 안 갖추어져서?, 국민들이 통합신당의 구체적인 모습을 아직 잘 몰라서?…이런 소리나 해대는 사람들은 자위하는 건 좋으나 이런 걸 핑계거리로 통합신당의 왕따 현상을 둘러대는 개그는 하지 말아야 한다, 썰렁하기 그지 없다.

따라서 왜 이렇게 통합신당이 현재 국민적인 왕따를 당하고 있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제대로만 짚어내면 현재 한국정치가 무엇이 문제이고, 통합신당의 초라한 출발이 한국정치에 어떤 걸 안겨줄 것인지, 또한 한국정치에 진정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언뜻 답이 나올수도 있는 것 아닐까...

통합신당의 개혁적 명분과 실체는 없었다. 단지 그들만의 영역구축 싸움만이 있었을 뿐이다.

나는 오늘날 통합신당이 7개월이라는 신당논의 끝에 탄생한 결과물치고는 이렇게까지 국민적 왕따를 당하고 있는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신당추진세력들의 개혁에 대한 철학의 부재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이해부족 그리고 자신들만의 영역구축에 집착해온 소위 '끼리끼리 정당' 추진에 따른 국민적인 식상함과, 특히 외곽 신당추진세력(신당연대와 개혁당)들의 지나친 조급증과 파행, 이들 속에 포함된 인사중 상당수가 정치적 입지구축에 더 관심이 많은 기회주의적 인물들이 다수 뒤섞임으로 인하여 통합신당에 대한 대국민적 명분 상실까지 곁들여진 합작품이라고 본다.

특히 외곽 신당추진세력의 핵심인 개혁당과 신당연대의 신당추진 주도세력들중 일부는 민주적 절차 파괴주의에 가까운 독선적 행태를 보이면서 같은 당내에서 조차 내부분열을 몰고왔거나, 또한 어떤 부류의 인사들은 그들의 과거 이력 등을 볼 때 과연 이들이 민주당 구주류인 박상천, 정균환보다 더 개혁적인 인사들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사들도 태반이다.

한마디로 정치적 이합집산의 계절을 틈타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공천받기 쉬운 곳, 정치적 입지구축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곳을 찾아 날아든 정치 떨거지들의 집합소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 것도 통합신당의 국민적 기대를 날려버린 중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개혁당 개미당원들이 최대 피해자

이번 통합신당 창당과정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민주당원이 아니라 개혁당 개미당원들이라고 본다. 이렇게 보는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현존하는 정당중에 개혁당이 신당 창당과정에 깊숙히 개입함으로서 실제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고, 두번째는 유시민을 비롯한 개혁당 지도부 인사들의 조급증과 일방주의적이고, 기만적인 신당추진으로 말미암아 평범한 개미들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인터넷기반 정당이라는 한국사회에서 처음 태동되었던 신선하고도 자발적인 정치실험을 출범한지 1년도 안되 극심한 내부분열과 함께 정치적 야심가들로부터 순수한 생활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서 또다시 개혁세력의 대동단결이 아닌 실망과 좌절에 따른 정치허무주의 등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원이야 원래 정치에 깊숙히 개입해온 '정치생활인'들이 중심이었기에 나름대로 당 분열에 따른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 면역이 있다고 보지만, 오로지 새로운 정치실험이라는 순수한 꿈 하나만으로 모였던 개혁당 개미들 즉 '생활정치인'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꿈은 유시민을 비롯한 일부 당지도부들과 그 추종자들의 독선적이고 기만적인 신당올인으로 말미암아 4만 진성당원의 깊은 침묵속으로 잠겨버렸다.

심지어 진성당원 중에서도 개혁당 지도부에 반발했던 많은 당원들이 탈당 혹은 잠수해 버림으로써 이제는 그나마 남아있는 개혁당에 적극적인 사람들 중 상당수가 통합신당에 참여한다해도 한낱 유시민, 김원웅 등 일부 내년 총선출마자들을 위한 계보원이나 선거운동원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아 개혁당 당원들이 느끼고 있을 상실감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개혁당의 신당창당 원칙은 원래 민주당 신주류, 한나라당 탈당파, 개혁당 등이 결합한 상태로 노선이 선명한 '개혁신당’이었으나 지금은 민주당 신주류에 의해서 개혁신당은 용도폐기된지 오래며, 그나마 이번에 탄생된 민주당 신, 구주류가 뒤섞인‘짬봉형 통합신당’이라도 몸담고 싶어하는 유시민 등은 이를 변명하기 위한 궁색한 명분을 계속 만들어 갈것이고 이것이 오늘날 개혁당이 처한 현주소인 것이다.

개혁당 개미들의 분열과 개혁당의 종말을 앞두고 그들을 안타까워 하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처음으로 엘리트주의와 거리가 먼 순수 생활인들이 인터넷을 매개로 정당의 형태로 성장하고자 하는 정당사상 초유의 실험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정치가 진정으로 엘리트주의자와 명망가 위주의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하고 따르는 정치구조로부터 일대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첫 정치실험이었기에 더더욱 아쉬운 것이다.

물론 유시민을 비롯한 개혁당 지도부는 아직도 통합신당에 함께 들어가서 그런 정당문화를 개미들이 만들어 가자고 말할게 뻔하지만, 통합신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  신주류들의 기회주의적인 표계산 심리가 만연해있는 상태에서 이미 주도권을 완전히 민주당 신주류에게 장악당하고 그들만의 상층의 정치가 노골화되고 있는 통합신당 내에 개혁당 개미들의 참여는 지금의 개혁당 생활보다 훨씬 더 험난하고 자기희생적인 정치역정을 겪게 될게 뻔하며, 결국 엘리트주의 정당하나 더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게 됨으로서 생활정치인이 아니라 정치권 주변을 맴도는 '난닝구 정당원'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똑같이 밟아갈 가능성이 더 클것이다.

한마디로 엘리트주의, 명망가 위주의 정당을 탈피하고자 했던 개혁당이 일부 엘리주의 운동권적 사고에 함몰된 정치지도자에 의해 끝내 좌절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통합신당의 국민적인 왕따현상 지속이 자칫 개혁세력 공멸과 자발적인 참여정치문화 신장에 궤멸적 타격을 가져다 줄것으로 우려하는 이유도 개혁당과 같은 자발적 참여정치 실험이 다시 태동되는데 있어서 이번 개혁당의 좌절은 두고두고 큰 장애요소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지역구도 타파를 통한 국민통합과 새로운 정치개혁을 모토로 탄생한 통합신당의 국민적 왕따현상 지속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중심으로 단결했던 개혁적 성향의 국민들을 역지역주의적인 요소마저 가미된 채 분열을 고착화하고,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참여의 열정이 잠재해있는 세대들의 자발적 정치참여 기운에도 찬물을 끼얻져 버림으로서 또다시 정치적 허무주의의 확산과 새로운 정치문화 발전에 되레 퇴행적인 존재로 통합신당이 전락할 우려마저 있다.

그렇다고 지역구도 타파와 정치개혁, 부패 청산, 남북화해협력 지속 등 핵심적인 정치적 과제들을 수행해 나갈 깊은 철학이나 역량이 이번에 탄생한 통합신당에 몸담고 있는 주도세력들에게서 유의미하게 발견되지도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상향식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라는 부분에서 이들은 국민들에게 전혀 다가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어떤 평범한 생활인들이 통합신당에 정치개혁을 부르짖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몰려 가겠는가…

이제는 사회적 명망가나 엘리트주의에 빠져있는 운동권 정치인들의 집합소에 불과한 한국 정당정치의 고질적인 대중소외 현상을 생활인들의 활발하고, 자발적인 참여로 극복해내는 정당이나 문화가 어떻게 탄생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게 만든다.

통합신당을 포함 기성정당의 행태에서 이러한 명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나오거나, 그런 것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는 전혀 다른 정당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 국민들은 기성정당에 대한 그간의 정치불신을 걷어내지 못할것으로 보인다.

언제나 부동층이 많고 10~20%대의 고만고만한 지지를 받는 사회적 명망가와 엘리트주의자들이 주로 모여든 구태정당들이 계속해서 난립하며 한국정치를 어지럽게 만들어 갈것이다.

차라리 사회적 명망가나 엘리트주의에 빠져있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배제된 그야말로 평범한 생활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는 개혁지향적 '정치 소모임'들이 지역별로 다수 생겨나서 이들을 전국적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일정한 연대의 틀로 묶어내는 것이 작금의 기회주의적이고 지역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국민적 지지마저 상실하고 있는 한국 정당정치를 대체할 가장 빠른길이 아닐까…

왠지 현실적으로 힘들것 같으면서도 그 길이 더디가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건 장장 7개월여 동안이나 개혁적인 전국정당 창당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정치판을 뒤흔들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인 왕따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통합신당의 출범을 보면서 몇몇 정치적 명망가나 엘리트주의자들이 여전히 독점적으로 주도해가고 있는 현재의 한국정치가 과연 앞날이 있기는 한건지 강한 의구심이 들어서이다.

부디 머지않은 기회에 그래도 한국정치에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고, 시작해야 하는지 단서만이라도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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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22 [19: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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