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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는 누구를 위해 TV를 편성하는가?
KBS,MBC 추석연휴특집에 시청자는 없고 광고주만 있어
 
황진태   기사입력  2003/09/16 [10:11]

▲인터넷상에 떠돌아 다니는 '추석특집영화들'이라는 영화 정리표     ©인터넷이미지
시민단체에서든 방송사내 옴부즈 프로그램에서든 매년 명절 때 마다 각 방송사의 특집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가 늘 상 행해지고 있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인기 검색어로 `TV편성표`가 뜰 정도니 가히 필자나 독자나 바보상자와 함께 연휴를 보낼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그렇다면 이왕 시청료를 내면서 보는 거라면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번 추석 공중파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나름대로 분석해보는 것이 앞으로 더욱 질 좋은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위한 시청자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본다. 필자는 9월 8일부터 9월 14일까지 올 추석연휴 한 주간 유력한 공중파 방송사인 MBC와 KBS의 프로그램 편성을 그저 평범한 시청자의 한 시선에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들을 짚어보았다.

1. KBS를 보고서

KBS 추석특집 연예, 오락프로그램을 보고서

명절마다 채널을 돌려도 매번 그게 그 사람인 식상한 연예인들의 겹치기 출연행태는 이번 추석에도 여전했다. 여기엔 KBS도 빠질 수 없다. KBS에서는 화요일 추석특집 `한가위 스타커플 총집합`을 시작으로 `스타대결천하`, `빅스타 명장면 총집합`, `생방송 뮤직쇼 더! 체인지`, `스타X파일`, `폭소청백전`까지 시청자는 온데 간데 없고, 황금시간대 말 그대로 ‘별들의 전쟁’이었다. 이들 프로그램이 목요일에 방영되는 `뮤직뱅크`나 주말에 방영되는 `하이 5`,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등 기존의 KBS 연예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과 그 인적구성과 진행방식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필자로서는 도무지 모르겠다. 아차! ‘폭소청백전’에서는 `유일하게` 아나운서들이 출연했다. 근데 지난 설날에도 아나운서들이 부부동반으로 이미 출연한 전례가 있다. 연예인에 대해서 눈요기거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프로그램 시청을 통해서 시청자가 얻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텅 빈 객석을 낀 스타들만의 자화잔치에서 필자는 연예, 오락 프로듀서들이 만들어 놓은 식상하고 진부한 별자리 패턴을 읽을 뿐이다. 왜 프로듀서와 작가들은 기존에 일본 밤하늘의 별자리 패턴을 답습하지 않은 별똥별처럼 새롭고 종잡을 수 없는 궤도를 창조하지 못하는 걸까?   

KBS 추석특집 영화를 보고서

필자는 명절연휴마다 프로그램 편성표를 보면 조그만 걱정이 하나 생기는데 바로 재탕 영화를 볼지 모른다는 사소한 걱정이다. 설사 재탕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간격을 두고서 영화를 방영한다면 이전의 보았던 영화를 새로운 시각,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지만, 그런 공백의 미(美)도 모르는 방송 편성자들로 인해서 1년 아니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보게 되는 재탕한 TV외화는 여관에서 틀어주는 성인영화보다도 더욱 식상할 뿐이다.

KBS에서는 `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시작으로 `반지의 제왕`, `버스정류장`, `스파이 키드`,  `까미유 끌로델`, `터미네이터2`, `007시리즈로 뷰투어킬과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등이 방영됐다. 이중에서 필자를 특히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터미네이터2와 007 시리즈다. SBS에서 조폭마누라2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시기를 호기로 삼아 조폭마누라1을 방영했었는데, KBS도 터미네이터3가 극장에서 상영되자 터미네이터2를 방영함으로써 시청자들이 다시금 찾게 하는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그런데 조폭마누라1과는 달리 터미네이터2는 그야말로 재미와 약효가 상실된 `재탕의 재탕` 작품이다. 필자의 기억에 어떤 날에는 터미네이터1(이 또한 상당히 재탕 했던 영화.)이 방영되고, 그 다음 주에 터미네이터2가 방영된 적도 있었다. 오죽하면 필자는 총알이 언제 날아오는지 어떻게 인물이 죽는지까지 세뇌(?)되겠는가? 또한 007시리즈는 MBC와 숀 코너리, 피어스 브로스넌 등 007 시리즈의 주연을 주고받기 식으로 방영해왔다. 사실 007영화는 교육적인 측면에서 냉전시절 미,소의 이분화된 사고주입, 아랍계에 대한 편견 조장, 그리고 얼마 전 남북한에 대한 왜곡된 시나리오 때문에 007영화 섭외를 거절했던 차인표 씨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형적인 문화제국주의의 상징이 007시리즈다. 좀 더 지각이 있다면 제3세계 영화를 방영하는 게 유희적인 측면에서도 신선함을 느끼고, 교육적 측면에서도 선진국인 제1세계의 문화를 비판적으로 여과하여 섭취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등 이점이 더 많았을 거라 본다.

그리고 아무리 돈을 아끼더라도 시청자들의 취향의 폭을 좁히는 행위는 막대한 시청료로 운영되는 방송사에게는 자해 행위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KBS는 금요일 늦은 저녁에 ‘클래식 오딧세이’와 함께 매니아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독립영화관’이라는 영화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이러한 KBS의 영화적 안목에 기대를 걸고, 앞으로는 대자본 헐리우드 영화에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KBS만의 영화편성을 다음 연휴에 기대해보겠다.  

KBS 추석특집 교양, 다큐프로그램을 보고서

추석 특집 교양, 다큐프로그램으로는 `거꾸로 가는 문명시계 - 슬로우 푸드`, `오지의 축제' 가 눈 여겨 볼 만했다. 거꾸로 가는 문명시계-슬포우 푸드는 몇 해 전 있었던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슬로우 푸드 운동을 문명사적으로 풀어나가는 프로그램으로 피자, 햄버거 등의 패스트 푸드로 상징되는 미국중심의 획일화 된 세계화 전략에 대한 비판적 사색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프로그램이었다.

다음으로 ‘오지의 축제’는 조상에 대한 감사와 풍요를 기원하는 말레이시아 이반족의 가와이, 티벳 장족의 유월회 등의 명절을 통해 한국의 추석과 비교하면서 바래진 추석의 의미를 다시 금 선명하게 각인 해준 프로그램이었다. 오지의 축제는 문화상대주의의 시선에서 타문화를 통해서 자문화를 각성,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프로그램인 ‘거꾸로 가는 문명시계-슬로우 푸드’에서 보여주는 타문화에 대한 관용성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몇몇 교양프로그램이 추석의 의미를 되새기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었지만, 현재 방영중인 시사교양프로그램에 대한 추석연휴 중단은 필자가 보기에는 조금 우려되는 대목이었다.

특히 KBS는 신임 정연주 사장이 취임함으로써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란 것은 일찍 감치 예상되었고, 그런 기류 중 하나가 미디어 포커스, 한국사회를 말한다, 인물현대사 등의 본격적인 사회 비평의 칼날이 선 프로그램 신설 등의 신기류였다. 이 프로그램들로 인해서 KBS가 조선일보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요즘, 초반에 확고히 자리잡지 못한다면 다음 방송개편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에 추석연휴에 이들 프로그램 방영이 쉬는 것은 필자로서는 우려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필자 만의 걱정일까? 반지의 제왕에게 수요일 밤을 내준 생방송 시민 프로젝트<나와주세요>나 추석특집으로 연장된 연예가 중계로 인해서 쉬게 된 추적 60분, 그리고 특선영화 `교도소 월드컵`에 자리를 내준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요일 아침에 방영되었던 `일요진단`은 여러 번 재탕 방영된 ‘검정고무신’으로 쉬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연예프로그램과 영화프로그램은 연장, 연속 방영하는 것에 비해서 일주일에 한번 방영되는 시사프로그램을 쉬게 하는 공영방송 KBS가 광고비에 안달하는 사영방송과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KBS 추석특집 드라마를 보고서

▲KBS 특집 드라마 혼수     ©KBS홈페이지
특집드라마는 그나마 스토리를 꿰고 있는 외화로 시간을 채우는 것보다야 좀 더 알찬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KBS에서는 특집드라마로 ‘3부작 혼수’와 ‘보름달 산타’를 방영했다. `혼수`의 줄거리는 여느 드라마에 나오든 집안의 경제력 차이로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밀고 당기는 진부한 스토리로 굳이 3부작까지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생기는 드라마였다. 반면에 `보름달 산타`는 연기파 배우 홍경인을 필두로 하여 한국 사회의 타자인 장애인에 대한 가슴 따뜻한 이야기였다. 추석에 가족애를 강조하지만,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와 가족주의의 높은 울타리에 감싸여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현실에서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에게까지 따스하게 바라볼 여유와 포용성을 갖을 기회를 마련해 준 걸작이었다.

2. MBC를 보고서

MBC 추석특집 연예, 오락프로그램을 보고서

MBC도 타방송사의 연예인 겹치기 출연 등 비슷한 작태의 오락프로그램이 특집으로 방영됐었다. 그 중에서 먼저 월요일 저녁 11시에 방영되었던 추석특집 ‘본격 질풍노도쇼 <17:1>은 세븐, MC 몽, 하하, 강두, Tim, 이효리가 출연했는데 5명의 남성 MC들이 이효리에게 '엉덩이 냄새 맡기'나 '겨드랑이 입김 불기' 등 추석 저녁 TV앞에서 가족들의 시선을 낯뜨겁게 만들어 물의를 빚었다.

▲MBC 프로그램 ‘본격 질풍노도쇼 <17:1> 중 한장면     ©MBC홈페이지
이를 시청한 한 네티즌은 시청자 게시판에 “그녀(이효리)를 노리개나 볼거리로만 삼았다”고 말할 정도로 이 프로그램은 MBC에서 스스로 지칭하듯이 ‘생쇼’였다. 이에 대해서 장태연 MBC 예능국장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의욕이 지나쳐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준 것 같다. 먼저 어떤 부분들을 개선해야 되는 지 충분히 연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의욕`이란 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의욕이기 보다는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선정적 상업주의로 광고비를 노린 `물욕`이 아니었나 본다.

다음으로 수요일 정규 프로그램인 ‘토크쇼 임성훈과 함께’에서 추석특집으로 ‘기인열전’이 방영되었다. 본래 서민들의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시청자의 호응이 컸던 프로그램의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추석특집을 계획했음 나을 것을 기인열전이라고 출연한 기(氣) 도사, 수타 왕, 빨리 먹는 남자, 암기왕, 풍선 불기 왕 등은 이미 타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식상한 소재들이었다. 필자의 눈으로는 이미 MBC에서 방영중인 `TV특종 놀라운 세상`에 나오는 기인들과 기인열전의 그들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구별하지 못했다.

목요일 아침에는 추석특집 `댄스댄스`가 방영되었다. 조금 색다른 점은 아침부터 나이트클럽을 연상하는 무대를 만들고, 무대 앞에서는 여자들이 나이트클럽인 마냥 춤을 추고, 웨이터 복장한 남자MC들이 나이트클럽에 종사하는 듯한 말투를 사용한다는 게 전부다. 그밖에는 MBC에서 토요일에 방영하는 음악캠프와 큰 차이가 있는가? 이러한 식상함은 시청자만이 느끼는 건 아니었다. ‘댄스댄스’ MC 중 한명은 (굴비가 엮인마냥 연예인들이 집단적으로 출연하는 것을) “연예인 묶음”이라 발언 했으며, 다른 MC는 (얼마나 특집방송내용들이 매번 똑같았으면) 추석인지 설날인지 분간 못하고 설날특집이라고 실언을 하여 연예인 겹치기, 프로그램 연예인 비중 과다, 시청자 소외 현상을 극명하게 잘 드러내었다. 그리고 노소가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구색은 맞추려는 건지, 의례 다른 음악프로그램처럼 중견가수를 두 명씩이나 출연시켰으나 근본적으로 10대 위주의 과잉된 방송섭외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이렇게 중견가수 두 명을 옵션으로 넣는다고 노소가 함께 보는 프로그램은 절대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요일 저녁에 편성되어 있는 ‘타임머신’을 금요일 오후에 ‘추석특선’ 딱지만 붙이고, 지금까지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모아서 방영하는 것도 시간 채우기, 불성실한 방송제작의 행태로 볼 수 있다. 지금 논스톱 3가 정규 방송시간대에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모아서 다시 방영하는 것처럼 타임머신도 정규시간에 방영할 가능성이 다분한 상태에서 이미 방영된 내용을 편집해서 추석연휴에 보내고, 다가오는 14일 일요일 저녁에도 ‘타임머신’을 방영하는 것은 아까운 전파비만 낭비하는 것이다.

MBC 추석특집 영화를 보고서

KBS에서는 007시리즈가 SBS에서는 장군의 아들 시리즈가 재탕의 대표적인 경우라면, MBC에서는 단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들 수 있다.(그나마 더 이상 로보캅 시리즈를 재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수요일에는 `레이더스`(예전에는 KBS에서 재탕의 대표작이었다.)를 시작으로 목요일은 ‘인디아나 존스’, 금요일에는 ‘인디아나 존스의 최후의 성전’으로 최후의 추석연휴 점심시간을 보냈다. 필자가 가장 부정적으로 보는 핵심은 KBS에서 007 시리즈를 방영의 문제점을 짚어 낸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인디아나 존스의 영화 줄거리는 한 슈퍼맨 같은 고고학자가 모험을 하며 제 3세계의 유물을 획득하여(그들 말로는 악당으로부터 구하여) 악당들(악당에는 유물을 지키려고 창을 든 제3세계 거주민도 포함된다.)을 무찌르고 아무 사욕 없이 제국의 박물관에 기증한다는 줄거리다. 제1세계 국가들이 19세기 경 자국내의 경제발전의 동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새로운 성장 원동력을 얻기 위해서 ‘다윈이즘’, ‘팽창주의’, ‘해가 지지 않는 제국주의’를 기치로 제3세계를 약탈한 것을 합리화 시키는 영화 중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인디아나 존스다. 선진국인 제1세계 국민이라면 봐도 상관없겠지만, 같은 제3세계 국가로서 제1세계로부터 약탈된 동일한 경험을 가진 한국에서 이들 영화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은 자아가 상실된 ‘객체적 변태’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프랑스로부터 약탈된 규장각의 고문서를 포함한 수많은 문화재가 아직도 프랑스 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다는 현실을 상기하면 재탕까지 하면서 전국적으로 공중파를 타는 상황은 웃다가 울을 수밖에. 필자는 이러한 현실 자체가 영화로 보여진다. 바로 변태영화 말이다.

MBC에서 매주 일요일 점심시간에 방영되는 출발 비디오여행은 그 역사가 10년이 넘을 정도로 영화매니아는 물론이고 일반 시청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프로그램이다. 이는 KBS의 경우에도 생기는 궁금함인데.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새로 나온 영화는 아니더라도 유행은 지났지만 재미있든 슬프든 볼만한 영화를 선별하는 능력이 왜 `주말의 명화`나 명절특집에서는 발휘되지 못하는지 궁금하다. 혹. 그러한 선별력이 없더라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함께 `키스할까요`, `미션 임파서블2`, `넘버 3`는 이젠 그만 재탕해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방영하든지. 앞으로도 계속 재탕을 할 생각이라면 `추석대작`이란 수사는 붙이지 말고, ‘재탕대작’이라 붙여서 아까운 시간낭비를 피하도록 했줬으면 좋겠다. 아님 가정용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라 권장하시든가.              

MBC 추석특집 교양, 다큐프로그램을 보고서  

전 박권상 MBC사장의 사내 쇄신을 통해서 파생된 `미디어 비평`은 일찍이 조중동 비판을 통해서 조선일보와 대립각을 세워 조선일보와 함께 월간조선으로부터 공격(media salvo)을 받기도 하고, 방송개편을 통해서 프로그램 중지의 위기도 있었으나, 지금은 타방송사에 매체비평 프로그램이 신설되게 한 자극제가 되었다. 그래서 개혁성향의 시청자들에게 미디어 비평은 시사프로그램 중에서 유독 애정이 가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러한 프로그램 사랑은 100분 토론이나 PD수첩, 이슈&이슈 등 다른 시사프로그램에도 주목하게 된다.

KBS의 사례에서도 언급했듯이 연휴를 틈타 연예, 오락프로그램은 시간을 연장하면서 까지 방영에 열을 올리는 데 비하여 시사프로그램은 평소 겨우 일주일에 한번 방영되는 것을 연휴만 되면은 당연하다는 듯이 쉬어야 되는 방송의 습속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MBC에서도 `미디어 비평`은 추석특집영화 `버티칼 리미트`와 `촉산전`의 연이은 방영으로 쉬게 되었다.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돈이 없어서 영화를 못 봐 환장했나? 아니면 비디오가 없어서 가정용 비디오 시청을 못하나? 아니 비디오가 없다면 길거리에 널린 게 비디오방, DVD방이다. 그래 `버티칼 리미트`를 통해서 산악인 가족이 사랑을 통해서 모처럼 추석을 호기로 가족애를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넘어가자. 그러면 연이어 방영된 `촉산전`도 가족애를 위한 핑계가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이러한 연이은 영화방영은 프로그램 편성자의 균형 잃은 태도다. 미디어 비평 방영시간이 일주일에 고작 40분인데 이 짧은 시간에 일주일 동안 언론의 텍스트를 어떻게 분석하고,  보도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40분이 그렇게 아까울까? 그나마 화요일 심야에 PD수첩 방영은 쉬지 않게 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또한 지난 주 4일 목요일에 방영됐던 100분 토론은 추석특집으로 방영해서 추석연휴는 쉬고,  `울랄라 시스터즈`, `키스할까요`로 방송편성을 한 것인가? 토론의제가 산재한 지금, 그나마 새영화인 `울랄라 시스터즈`는 추석연휴를 감안하고 넘어가더라도 재탕까지 했던 `키스할까요`를 굳이 봐야 할 이유가 있는가? 추석이라고 이러한 시사적인 의제를 가족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오히려 모이기 힘든 가족들이 TV앞에 둥글게 모여서 토론의 장(champ)을 마련하는 계기를 조성하는 것도 건전하고 유익한 TV문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이 토론공화국을 기치로 내걸어 토론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오히려 동일 시간대에 타방송사의 영화일색에서 벗어나서 주제도 서민들의 공감을 살만한 것으로 잘 선정하여 100분 토론을 했더라면 의외로 시청률 대박 터뜨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가 방송 편성책임자라면 ‘키스할까요’ 대신에 100분간 ‘토론할까요’로 방송편성을 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요일 아침에 방영되었던 이슈&이슈는 추석특집 `문맹탈출`이란 프로그램이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됨으로써 쉬게 되었다. 하지만 이슈&이슈를 대체한 `문맹탈출`은 교양, 다큐프로그램으로 이슈&이슈가 쉬더라도 충분히 그 시간을 채워 준 프로그램이었다. ‘문맹탈출’은 개그맨 이윤석, 아나운서 임성민, 가수 김흥국씨가 출연하여, 여느 한국의 어머니, 할머니처럼 일제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 등으로 피폐해진 한국사회에서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해 문맹인 김발바라 할머니께서 한글을 깨우치는 과정과 가족들과의 상봉하는 장면들이 부드러운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그려진 가슴 따뜻한 이야기였다. ‘문맹탈출’은 최소한 재탕내지 저질영화로 정규 시사프로그램을 대체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발상이라 할 수 있겠다.  

MBC 추석특집 드라마를 보고서

MBC에서도 추석특집 프로그램이 타사 못지않게 화려하게 편성되었었다. 먼저 추석특집 드라마를 살펴보면 눈에 띄는 드라마가 한편 있는데 바로 `스쿨버스`다. 여느 시골처럼 폐교위기에 몰린 오지마을 예미리 분교의 학생들이 학교를 구하기 위한 동자승 윤홍, 이장 딸 민자, 백혈병 치료차 내려온 정현 등 개성 있는 인물들을 통해서 어른들은 자신들의 어릴 적 모습을 회상하는 계기를 아이들에게는 메마른 도시사회에서 시골에 대한 촉촉한 감수성을  추석을 통하여 추억과 가족애가 닳아 버린 가슴에 다시 아로 새겨주는 수작이었다. 재탕을 굳이 하더라도 이런 드라마를 강력히 추천한다.

평범한 시청자로서 분석을 마치며

시청자로서 나름의 추석연휴 프로그램 분석을 마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정리해보면.

첫째, 영화를 이용한 방송시간 채우기 작태다. 방송사야 제작비 안 들고, 저비용에 사람들이 많이 보니 광고료까지 챙기고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래도 예전보다야 덜하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외화비율을 줄이고, 외화도 재탕은 삼가고, 졸작 정도는 선별하는 노력을 했음 바람이다.

둘째, 필자가 평소 언론에 문제의식이 집중되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연휴만 되면 연예, 오락프로그램은 새로 만들기 바쁘고, 기존 연예, 오락프로그램도 특집이라며 연장 방영하는 냄비법석에 비해서 고작 ’40분’짜리 시사 프로그램마저 쉬게 하지 마라.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전체방송프로그램에서 시사, 교양프로그램 비중이 낮아서 더 신설해야 하는 판에, 방송개편이다. 조중동으로부터 압력 받는다. 엄살부리며 이 핑계 저 핑계 되며 프로그램 폐쇄시키려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그 나태한 패배의식도 더불어 폐기하길 바란다.

셋째, 앞의 두 문제점과 비슷한 점인데. KBS2에서는 10일 수요일 오후에 추석특집으로 팝 콘서트 <리키 마틴 &셀린 디온>이 방영되고서는 14일 일요일 새벽 한시에 그 프로그램을 재방송 하고,  12일 금요일 저녁 추석특집 드라마로 방영된 `혼수`(3부작)는 13일 토요일 점심시간에 재방송 했다. 콘서트 방영에 60분, 드라마 방영에 180분이란 귀한 전파비를 생각해보면 이건 좀 심한 낭비가 아닌가? 앞으로 이러한 방송편성은 제발 수정해야 한다.

주5일 근무제는 차치하더라도 피와 땀에 대한 결실을 보상 받는 추석에 정작 한국 근대화를 통해서 서민들에겐 그 어떤 열매가 주어졌는가? 서민들에게 여가라는 것은 아직은 절대적으로 TV라는 바보상자 앞에서 바보처럼 브라운관을 응시하는 것이 전부다. 앞으로 방송 편성 관계자는 근대화의 열매는 따지 못하고 그 근대화의 그늘아래서 숨쉬는 서민들에게 조금의 햇살이 비춰 지도록 연예 매니지먼트를 위한, 광고주를 위한, 권력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서민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길 당부 드린다. /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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