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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장관의 종부세 감면 발언 문제 많다
강만수 장관은 종부세 감면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고영근   기사입력  2008/07/04 [23:38]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한 케이블 TV에 출연해 “1세대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 이번 정기국회 때 관련 법안 준비해서 추진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1세대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은 지난 3월의 소득세법 개정으로 이미 시행 중이므로, 강 장관의 발언은 종부세를 타깃으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토지정의>는 1세대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은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정책의 귀중한 성과인 종부세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제도 개선이 목적인가, 제도 자체의 무력화가 목적인가
 
물론 종부세가 완전한 세금이 아닌 만큼 세부적으로 보완할 필요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와 한나라당이 보여준 행태를 종합해보면, 개편의 목적이 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제도 자체의 무력화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당 시절부터 종부세 구멍내기를 시도해 왔고 이명박 대통령 또한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보유세 강화 정책에 대해 혐오감을 표시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부와 한나라당이 종부세를 무력화시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번 감지되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부 여당은 1세대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은 물론이고, 종부세 부과 기준의 상향 조정, 세대 합산의 폐지, 장기적으로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방안들은 모두 종부세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조치들이다.
 
주무장관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종부세 혐오증은 유별난 것 같다. 지난 2004년 11월 7일에는 “질투의 경제학, 종합부동산세”라는 제목의 『한국경제신문』 칼럼에서 “강남에 눌러 앉아 사는 사람들이 투기를 했나 가격을 올렸나? 이사하자니 무겁게 올린 양도소득세가 무섭고, 눌러 살자니 종부세가 버거우니 어쩌란 말인가? 특정지역 사람들을 못 살게 구는 벼락 세금을 세금이라고 생각하나?“라고 썼으며, 2008년 2월 27일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로서 국회 인사 청문회에 참석해서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종합부동산세가 조세원칙에 맞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종부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자신도 종부세 피해자라면서 “노무현 정부 시작할 때보다 (보유 중인) 아파트 가격이 3배 정도 뛰었다, 10년 동안 야인으로 있으면서 소득은 없는데 종부세만 냈다”며 종부세에 대한 사적인 감정까지 표출했다고 한다.
 
종부세는 부동산 정책의 오랜 숙제를 해결한 세금
 
부동산 투기는 부동산을 소유할 때 얻을 수 있는 불로소득 때문에 발생한다. 이 불로소득을 차단하지 않으면 부동산 투기를 막을 길이 없다. 보유세 강화 정책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투기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 가운데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선진국의 부동산 세제는 보유세가 중심이고 거래세의 비중은 낮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는 보유세가 극히 낮고 거래세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보유세 강화 정책은 이처럼 기형적인 부동산 조세 구조를 정상화시킨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보유세의 정상화 및 강화는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오래된 숙제였다. 우리 사회는 20여 년 전부터 보유세 강화를 사회적 목표로 삼아왔으나 번번이 좌절된 바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에 어렵게 도입한 국세이다. 이를 중심으로 해서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보유세 강화 정책을 무력화시킨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애써 거둔 진보의 성과를 무산시키는 역사적 죄악이 될 것이다.
 
종부세를 중심으로 한 보유세 강화 정책을 후퇴시킨다면, 고가 부동산 가격이 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투기는 괴물과 같아서, 한번 우리를 빠져 나오면 도로 집어넣기가 너무 어렵다. 2004년 연말에 종부세의 내용을 후퇴시키고 난 다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부 여당이 이런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소위 ‘강부자’ 내각으로 비난받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굳이 일러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순수하게 1세대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만을 추진한다면?
 
정부 여당이 순수하게 1세대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만을 추진한다고 하면 이를 받아들여야 할까? 그럴 수 없다. 1세대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 종부세를 감면해 주겠다는 말의 배후에는 ‘종부세는 집을 자주 사고파는 투기꾼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이고, 1세대 1주택 장기 보유자는 그런 투기꾼이 아니니까 이들에게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종부세는 집을 자주 사고파는 ‘투기꾼’들을 골라내서 혼내주기 위해 만든 세금이 아니다. 그것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 부과하여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종합부동산세법 제1조) 하는 세금이다. 즉 특정 행위가 아니라 부동산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인 것이다. 보유세를 부과할 때 종부세처럼 부동산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주택 수를 기준으로 한다든지, 보유 기간이나 소유자의 소득 여부를 감안한다든지 하는 것은 왜곡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보유세는 사회와 국가가 부여하는 혜택에 상응하여 납부하는 대가의 성격을 갖고 있다. 부동산 가치가 높다는 것은 그 소유자가 사회와 국가로부터 그만큼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말이다. 혜택을 누리는 만큼 대가를 납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장기 보유했다고 이런 혜택에 대한 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모든 부동산 소유자가 혜택에 상응하여 대가를 납부할 경우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이 발생하기 어렵고 따라서 결과적으로 부동산 투기가 사라지게 된다.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투기적 동기에 사로잡힐 수 있다. 버블 세븐 지역의 많은 1가구 1주택 소유자들이 집 팔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이 왜 그랬을까? 앞으로 집값이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혜택에 상응하는 대가를 면제해 주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더욱이 이들에게 종부세를 감면해주면 더욱더 주택 매각을 꺼리게 될 것이며, 이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단, 소득이 없는 은퇴 고령자의 경우에는 상속이나 매매가 될 때까지 납부를 늦춰주는 납부유예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늦추는 만큼의 이자는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정부 여당은 종부세 무력화 기도를 즉각 포기해야 한다. 설사 개과천선해서 종부세 제도를 개선하려는 마음을 품는다고 하더라도,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왜곡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보 양보해서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세금 감면이 의미가 있다고 치더라도, 그것을 종부세에 대해 사감(私感)을 품은 강만수 장관이 추진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토지정의>는 정부 여당이 종부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계속 주시할 것이며, 종부세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드러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밝혀 둔다.

 
이 기사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공식 성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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