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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발’ 부동산 투기의 전성시대가 오나?
[대선정책 분석] 종부세 및 양도세 완화, 공급확대는 투기와 재앙불러
 
이태경   기사입력  2007/12/07 [22:35]
12월 7일자 〈조선〉에는 흥미로운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인터뷰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검찰로부터 BBK관련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받은 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라서 여러 모로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인터뷰 기사를 직접 인용하겠다.
 
―40대 수도권 시민들이 이 후보에게 강한 지지를 보내는 두 가지 이유가 교육과 부동산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부동산 문제는 이 정부가 조세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잠깐의 효과는 봤지만 장기적으로는 굉장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일단은 공급을 더 해야 된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높아지는 소득수준에 걸맞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종부세는 근본적으로 세율을 너무 급격하게 높여놓았다. 좀 시정이 되어야 할 것 같고, 1인1주택 장기보유자와 투기적으로 한 1년 만에 집을 바꾸는 경우도 세율이 똑같은 것은 부당하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위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조세위주의 정책인데 이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클 것이다. 부동산 문제의 최우선 해법은 공급확대다. 아울러 종부세와 양도세는 감면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이 이명박 후보는 현재 차기정부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다. 따라서 이 후보가 부동산 문제의 원인 및 해법에 대해 지니고 있는 생각은 향후 부동산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이 후보가 부동산과 관련해〈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들은 걱정스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즉 이 후보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해 무지한 나머지 잘못된 해법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의 원인 및 해법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언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은 부동산, 더 정확히 말하면 토지를 소유하거나 처분하면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의 존재이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 및 처분 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거나 환수해야 한다.
 
이를 위한 최선의 해법이 토지 보유세이며 양도소득세와 각종 개발이익환수장치는 보유세가 현실화 될 때까지 보유세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보유세만 가지고 부동산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부동산 문제는 투기적 가수요 억제, 혁신적인 주택공급 정책, 미시적 금융대책, 주거복지 정책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보유세를 제외하고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도 명확하다. 

보유세 및 양도세 완화론이 지닌 허구성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보유세 현실화 인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이다. 양도세 현실화 및 각종 개발이익 환수 장치의 정비도 같은 맥락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를 간과한 채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폄하하면서 종부세 및 양도세를 낮추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는 이 후보 스스로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과 해법이 무언지 모른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다.
 
한편 이 후보는 종부세율이 너무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종부세액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해도 종부세 과세대상자들의 시가 대비 실효세율은 불과 0.5%에 불과하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이렇듯 종부세 과세대상자들에 대한 실효세율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임에도 실효세율이 단기간 내에 급격히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과거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터무니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또한 종부세 과세 대상자 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를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은 우리나라 전국 1855만 세대의 2% 정도인 37만9000세대에 불과하다. 주택을 보유한 세대(971만세대) 중에서도 3.9%만이 종부세를 부담할 뿐이다.
 
1인1주택 장기보유자와 투기적으로 한 1년 만에 집을 바꾸는 경우는 (양도)세율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이 후보의 주장도 이치에 닿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양도소득세는 이미 실현된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이다. 양도소득세를 부과함에 있어 투기목적이었는지, 아니면 거주목적이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도 1주택자들은 양도소득세를 면제받고 있다. 다만 6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을 소유하는 사람들이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나 이들이 부담하는 양도소득세는 고작 양도차익의 10%수준에 불과하다.
 
이제 비로소 종부세 및 양도세가 현실화 되고 있는 마당에 세율이 너무 급하게 상승했고 투기목적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를 조정할 뜻을 표명한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보유세 및 양도세 현실화 정책의 후퇴로 여길 것이 분명하고 이는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급확대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커
 
이명박 후보가 공급확대를 부동산 문제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매우 잘못된 선택이다. 익히 알다시피 참여정부 내내 지속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공급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미 2기 신도시 등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신규공급이 한창이다. 지금은 오히려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걱정해야 할 때이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마저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 후보는 파주신도시의 미분양 사태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백보를 양보하여 실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면 신도시를 건설하거나 재건축 및 재개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다주택 소유자들이 가지고 있는 여분의 주택을 시장에 매각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를 위한 최선의 정책수단이 보유세 현실화임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 구석구석을 들여다 본 이태경의 『한국사회의 속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등 4개 분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학술정보, 2007
통계에 따르면 종부세 납부대상자 중 40% 이상이 3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3주택 이상 보유자가 2채를 남겨두고 나머지만 처분해도 19만 3000채의 신규 공급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판교신도시를 6개 짓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낸다.
 
이런 방식의 주택공급이 이뤄지면 부동산 시장도 연착륙되고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투기공화국의 수장이 되지 말길
 
위에서 자세히 살핀 것처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지닌 부동산 문제 및 해법에 대한 인식은 허술한 차원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겉으로는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불타오를 소지가 다분하다.
 
쉽게 말해 이명박 후보가 천명하고 있는 종부세 및 양도세 완화, 공급확대 등의 정책이 휴화산 상태에 있는 부동산 시장을 활화산으로 만들 뇌관 역할을 하기에 족한 셈이다.
 
모쪼록 이명박 후보가 이런 이치를 깨달아 종부세 및 양도세 완화, 공급 확대 등의 정책을 슬기롭게 철회하길 바란다. 부동산 투기 공화국의 수장이 될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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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07 [22:3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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